갤러리는 한산해도, 작업실은 창작 열기 '후끈'

입력 2010-07-29 07:55:45

작가들의 여름나기

▲작가들에게 여름은 가을 전시를 준비하는 창작의 계절이다.
▲작가들에게 여름은 가을 전시를 준비하는 창작의 계절이다.
▲뜨거운 햇볕 아래 도색작업을 하고 있는 이준욱 작가.
▲뜨거운 햇볕 아래 도색작업을 하고 있는 이준욱 작가.

여름, 전시장은 한산하다. 7, 8월이면 아예 문을 닫는 갤러리도 있을 정도로 여름은 화단의 '비수기'다. 하지만 여름은 작가들에게 창작의 계절이다. 가을, 겨울에 있을 전시를 위해 각자 작업실에서 땀흘리는 계절이 여름이다.

작가들은 이 삼복 더위를 어떻게 보내고 있을까. 그들의 작업실을 찾아가본다.

"휴가요? 한여름엔 그런 걸 생각할 겨를도 없어요. 전시 준비 해야죠."

다양한 소재로 작품을 만드는 현대미술작가 장준석 씨는 휴가계획이 따로 없다. 봄, 가을에 전시가 많다 보니 여름과 겨울은 전시 준비로 보내야 한다. 그는 "전시가 없는 요즘이 작업에 몰두하기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말한다.

풍경을 주로 그리는 장이규 작가도 여름 내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작품 활동에만 몰입한다. 흔히들 풍경화라고 하면 야외 스케치를 떠올리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작품 속 색과 형태는 작가가 만들어낸 새로운 것입니다. 자연의 그것과는 다르죠. 젊은 시절 수년 동안 야외 스케치를 수백, 수천 장 하면서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연을 분석하고 그 후엔 화실에서 작업합니다." 그는 여느 직장인과 마찬가지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규칙적으로 작업실에서 작품 제작 활동을 한다.

35℃를 육박하는 대구의 폭염 속에 가창 창작스튜디오 입주 작가 9명은 에어컨도 없이 뜨겁게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들은 9월 15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리는 전시 준비로 여념이 없다.

그 중 일본인 작가 요시노리 가타쿠라 씨와 이리에 다카히토 씨는 한 달 전 가창 창작스튜디오에 입주했다. 일본 도쿄에서 온 가타쿠라 씨에게 한국의 여름은 오히려 시원하다. 일본보다 습도가 낮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환경에서 새로운 스타일의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해서 이곳에 오게 됐어요. 도쿄의 옛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좋아요." 이들은 숙박을 스튜디오 내에서 해결하며 오전 7시에 일어나 작품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작가 김현 씨는 점심을 도시락으로 해결한다. 작가들이 함께 밥을 해먹기도 하지만 에너지가 낭비되고 흐름이 끊기기 때문에 간단하게 혼자 해결하는 것. 설치작업으로 접착제와 플라스틱 등 각종 화학물질과 먼지에 노출되는 탓에 저녁에는 기름진 음식을 일부러 챙겨 먹기도 한다. 더위 때문에 방독면을 쓸 수도 없다. 그는 "공부 못하는 학생이 학교에 남아 독서실에서 공부에 열중하는 기분"이라고 말한다.

가창 창작스튜디오에서도 이준욱 작가는 막노동이나 다름없는 작품 활동을 하느라 가장 뜨거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5㎜ 굵기의 철사를 이어붙여 새로운 형상을 만들어내는 작품 특성상 야외에서 용접과 도색작업을 해야 한다. 긴 팔 작업복을 입고 뙤약볕에서 작업하느라 땀을 많이 흘리기 때문에 염분 보충을 위해 소금을 먹어가며 작품 활동을 한다. "그래도 이만한 작업실이 없다"라고 한다.

프랑스에서 10년간 유학생활을 마치고 지난해 말 한국으로 돌아온 이은재 작가에겐 이 모든 과정이 작품의 일환이다. "캔버스 앞에 앉아 있는 것 뿐만 아니라 동료 작가들과 이야기하고 부대끼는 모든 일상이 작품이 됩니다. 가을이면 이 여름의 흔적을 전시장에서 볼 수 있겠죠?"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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