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트위터] TK와 서울 TK

입력 2010-07-24 08:00:00

청와대 비서실과 한나라당 지도부 개편이 있었다. 집권 후반기를 맞이하는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효과가 어떨지는 두고 볼 일이다.

흥미로운 것은 이를 바라보는 우리 지역의 눈이다. 우리 동네 사람 누구는 나오고 누구는 들어갔다. TK가 이렇게 대접을 받아 되겠느냐. 지역 발전이 걱정된다. 앞으로 누굴 찾아가나. 우리 지역의 관전 포인트는 온통 이런 것들이다.

고향 출신 인사가 높은 자리에 올라 지역 발전에 도움을 주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야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지나치다. 아니 잘못 생각하고 있다. 돌아보라. 서울에서 잘나간 우리 지역 사람들이 지역 발전에 어떤 기여를 했는가. 서울 벼슬로 따지자면 우리 지역 사람들이 이 나라 권력의 꼭대기를 차지한 지 수십 년이다.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이명박 대통령이 어느 지역 사람인가. 그 밑에서 잘나간 사람들은 또 얼마인가. 그런데 그 사람들이 서울에서 잘나가는 동안 우리 지역은 쇠퇴하고 있었다.

경기도지사는 수도권이 지금보다 더 번쩍번쩍 먼저 발전을 해야 하고 지방은 그 국물이 넘쳐흘러야 잘 살 수 있다고 입만 열면 핏대를 올린다. 그는 경북에서 자라고 대구에서 학교를 다녔다. 그리고 매년 성묫길에 이곳을 다녀간다. 그런 그가 돈, 사람, 정보, 권력이 모두 수도권을 향해 떠나가고 야위어 죽기 직전에 있는 우리 지역 사정을 어찌 모르겠는가. 그런데도 그는 자신의 출세를 위해 고향 사람들 억장 무너지는 소리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방균형발전 문제를 담당하는 기구의 장으로 우리 지역 출신 모 인사를 임명하자 지방이 발칵 뒤집혔다. 수도권이전반대국민연합 대표라는 그의 이력과 말이 지방 사람들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그는 '혁신도시'에 대해 '거대한 망국적 실험'이고 '좌파적 평등주의 도착증'이라는 모진 소리까지 한 적이 있었다. 아니나 다를까, '시장 친화적 균형 발전'이라는 모토대로 이명박 정부에 들어와서 비수도권에 대한 계획적 지지는 후퇴하고 있다.

'서울 TK'에 기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가 그냥 'TK'라 하지 않고 '서울 TK'라 부르는 것은 뭔가 마뜩잖고 편치 않은 심사를 표현하는 것이다. 비아냥거리는 의미도 있다. 서울 가서 출세하고 권력을 가져서 일신의 안락과 가문의 영광을 누린 출향 인사들이 자기 고향의 발전에는 아무 기여도 하지 않는 데 대한 섭섭함을 담고 있다.

누가 청와대에서 쫓겨났고, 국무총리실의 누가 찌그러졌다고 애타 할 일도 아니다. 한나라당이 집권했을 때건 민주당이 집권했을 때건 항상 재미를 본 것은 '서울 TK'였고, 그들이 재미 보는 동안 우리 지역의 발전은 점점 더 어두운 터널로 들어갔다.

'서울 TK'나 쳐다보고 있는 안이한 우리 지역의 지도자들이 있다면 정신 차려야 한다. 대구경북에 치명타가 될 것이 분명한 세종시 수정안이 문제가 되었을 때 '서울 TK' 눈치나 보고 있던 이 지역 지도자들은 반성해야 한다. 그런 기회주의적 자세로 지역의 미래를 만들 수 없다. 물 난리가 나서 망연자실하고 있는 시민들을 흙탕물 속에 팽개치고 골프장에서 '공적 불륜'을 즐기는 지방의원과 집행부 공무원들은 아마 '서울 TK'나 쳐다보고 부질없는 세월을 보낼 사람들일지 모른다. 이를 보고도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침묵의 카르텔이 존재하는 한 우리 지역의 발전은 연목구어다.

김태일 영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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