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에게 헤어스타일은 기분을 전환하는 최고의 수단.'
여성은 남성과 달리 한 달에 한 번 마법에 걸리며, 대다수는 대를 이어가기 위해 아기를 낳는 고통도 감수해야 한다. 물론 요즘은 독신주의자나 아기를 낳지 않고 잘 사는 여성도 적잖지만, 그들이라고 스트레스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오죽하면 히스테리(Hysterie)가 여성의 자궁에 병인이 있다고 생각된 데서 자궁이란 뜻을 가진 그리스어 '히스테라'(hystera)가 어원이겠는가?
여성에게 좋든 나쁘든 기분 전환은 자주 필요하다. 특히 0과 1로 대변되는 요즘의 디지털 시대에는 여성의 헤어스타일만 해도 몇 달에 한 번 바꾸는 게 길게 느껴진다. 영국의 축구스타 데이비드 베컴의 아내 빅토리아는 헤어스타일을 자주 바꾸기로 유명한데 서너 달에 한 번씩은 반드시 헤어스타일을 바꾼다고 한다. 머리 스타일의 변화를 주지 않을 경우에는 염색을 해서라도 뭔가 새로운 느낌을 준다.
부드러운 카리스마 박근혜 전 대표나 미국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등 헤어스타일로 자신의 변화와 심정을 대변하는 이미지 리더들도 있다. 헤어스타일을 묻는 질문에 '나를 표현하는 힘' '섹스어필의 자극제' '들이대는 자신감' '당신의 나이테' '고도의 커뮤니케이션' 등으로 유명인들의 답변이 이어졌다는 것도 생각해볼 대목이다. 실제 여성과 헤어스타일은 어떤 상관 관계 속에서 변화가 있는지 들여다보자.
◆영국녀 평생 104번, 한국녀 100번 안팎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 메일이 13세부터 65세까지의 여성 3천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여성들은 적어도 1년에 2번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평생 104번 정도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에서 44%의 여성이 헤어스타일에 싫증이 나기 때문에 변화를 준다고 했고, 61%는 단지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한국에도 대략 이 수치는 맞아 들어가는 것 같았다. 주변의 지인 10여 명에게 물어보니 대체로 1년에 평균 2번은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준다고 답했다. 특히 젊은 여성일수록 변화가 더 잦았다. 원효진(23·대구시 남구 대명동) 씨는 "주로 컨디션이 좋고 기분 좋은 일이 있을 때 머리를 하는 편인데, 미팅이나 소개팅 등 이성을 만날 때도 헤어스타일의 변화는 필수"라고 말했다.
대백프라자 10층 오무선 미용실에서 만난 50대 주부 윤영주(대구시 수성구) 씨 역시 "두 달에 한 번씩 머리를 하는데 기분 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며 "집안에 좋지 않은 일 등으로 기분이 좋지 않을 때도 헤어스타일에 변화를 주고 나면 좀 나아진다"고 했다. 오무선 미용실 이화연(31·여) 헤어디자이너는 "여성들은 스트레스를 헤어스타일 변화로 푸는 경우가 많다"며 "우울할 때 짧게 커트를 하면 새로운 기분이 들기도 하며 20, 30, 40대 등 꺾이는 나이대에도 여성들은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헤어는 내면의 표현
재밌는 사례가 하나 있다. 서울의 한 신문사 여기자가 별다른 의미 없이 삭발을 하고 출근하자 사무실에 난리가 났다. "너 왜 그래" "무슨 일 있냐" "실연당했냐" 등 주변에서 걱정이 빗발쳐 어쩔 수 없이 머리가 길어질 때까지 가발을 쓰고 다녔다고 한다. 삭발은 강한 투쟁 의지, 엄청난 충격 등의 대명사로 비치기 때문이다.
헤어스타일은 그만큼 강렬하게 내면을 표현하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약사 출신의 김이순(44·대구시 중구 삼덕동) 씨는 3년 전 처음으로 속칭 '아줌마 파마'를 하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고 전했다. 그는 "애 둘 낳고 여성성이 꺾이는 것 아니냐는 주변의 얘기를 듣자 파마 머리를 한 것이 후회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주변에서 잘 어울린다고 말해 줄뿐더러 파마 머리의 편리함에 매료됐다.
오무선 미용실의 김미숙(30·여) 실장은 "기분이 처져 있거나 좋지 않을 일들이 있을 때 거울을 보면 왠지 머리가 지저분해 보이고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밀려온다"며 "유명 연예인의 멋진 헤어스타일을 보면 나도 모르게 따라하고 싶은 욕망이 든다"고 말했다.
회사원 전영숙(31·대구시 달서구 상인동) 씨도 "감정의 변화가 심할 때는 3개월에 한 번씩 머리를 폈다 웨이브를 줬다 파마를 했다 하며 헤어스타일을 바꾼다"며 "살을 빼거나 값비싼 옷을 사는 것보다 손쉽게 기분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정치인의 경우 박근혜 전 대표가 헤어스타일로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주자다. 지난 한나라당 대선 경선 당시 어두운 색의 바지 차림에 올림머리를 풀고 기자회견장에 나타나 대중 앞에 새로운 모습을 선보이며 결연한 의지를 보여준 바 있다.
◆젊은 여성에겐 연예인 영향 절대적
김하늘의 내추럴 웨이브 스타일, 최강희의 베이비 펌, 서인영의 레트로 버섯 머리 등 여성 연예인들의 헤어스타일은 젊은 여성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
특히 김하늘의 웨이브 스타일은 여성스러우면서 도도한 매력이 살아 있어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따라해 보고 싶은 스타일이라는 평가다. 최강희의 베이비 펌, 서인영의 레트로 버섯 스타일 등은 젊은 여성들에게 특히 쇼트 커트 헤어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가지도록 했다.
패션업체 '바비리스' 마케팅팀 이연주 과장은 "김하늘의 내추럴 웨이브는 계절에 상관없이 꾸준히 사랑받는 스타일"이라며 "이런 헤어 스타일은 '원샷 디지털 세팅'과 같은 헤어스타일링기 하나만 있으면 헤어숍에 가지 않아도 누구나 손쉽게 따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무선 미용실의 오무선 원장은 "여성의 헤어는 우리 몸에서 가장 쉽게 스타일과 이미지 변화를 줄 수 있는 부분"이라며 "특히 젊은 여성이 매력적인 연예인의 유행하는 머리를 따라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사진·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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