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허가는 영원하다?…공개 입찰제 시행해야
대구 정화조 업계의 비리가 만연하고 있지만 관리·감독기관의 감시 시스템은 전혀 작동되지 않고 있다.
부산 등 다른 지자체들이 공개입찰제를 도입하고 조례 제정을 통해 정화조 업계의 투명성을 높이고 있지만 대구시와 각 구·군은 이를 도외시하고 있다. 정화조 업계에 대한 관리·감독 시스템의 부재로 정화조 업계의 해묵은 비리가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독과점 체제가 비리 키웠다.
대구 정화조 업계는 독과점 체제다. 대구 8개 구·군청 대부분은 10년 넘게 같은 정화조 업체에 허가를 내주고 있다. 지난 10년간 신규 사업자가 들어온 지역은 수성구 단 한 곳. 그러나 수성구 역시 대구시의 '수성구 정화조 청소업체는 6곳이 적당하다'는 용역 결과에 따라 2개 업체를 추가로 선정했을 뿐이고, 사실상 동일 업체가 영업을 계속하도록 했다.
한 번 허가를 받으면 안정적인 장사가 가능한 탓에 업체들끼리 단단한 고리로 묶여 있다. 한 사무실을 쓰면서 영수증을 나눠 쓰고 나눠먹기식 분뇨 처리를 하고 있다.
이모(55·수성구 만촌동) 씨는 "구청 분뇨 처리 고지서를 받고 'P'업체를 불렀지만 정작 'D'회사 명의로 영수증을 끊어주더라. 기사에게 '왜 다른 회사 영수증을 주느냐'고 따지자 '오물만 퍼내면 되는 거 아니냐'며 되레 화를 냈다"고 전했다.
분뇨 업체 선정 방식도 문제다. 8개 구·군의 조례를 보면 업체 허가와 관련해 명확한 규정이 마련된 곳은 단 한 곳도 없었다. 영업기간과 구역, 청소 수수료에 관한 조항만 있을 뿐이다. 이에 따라 모든 지자체가 수의계약으로 업체를 선정하고 있다.
구청은 "선정된 업체가 장비를 갖추고 있어 계속해서 일을 맡기는 것뿐이다. 분뇨 업체가 영세하다 보니 서로 사무실 등을 같이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공개입찰로 가야
수의계약에 의존하고 있는 대구와는 달리 부산시 16개 구·군청은 모두 공개추첨제를 채택하고 있다. 부산시가 이를 강제하고 있기 때문. 2007년 수영구 정화조 업체들이 분뇨 무게를 부풀리고 영수증을 조작해 정화조 업자들이 구속되는 등 '분뇨 파동'을 겪은 후부터 제도 개선이 이뤄졌다. 구·군청마다 특혜 논란과 비리를 막기 위해 '허가 신청 업체들은 구·군청 홈페이지나 구보(區報)에 14일 이상 공고하고, 영업자는 공개 추첨으로 선정해야 한다'는 조항을 새로 추가한 것.
부산시 담당은 "업체 선정과 허가는 기초단체에서 자치구 조례를 통해 알아서 하는 게 원칙이지만 부산시는 공개추첨을 강제하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진행해야 부패를 방지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구시는 정화조 업체 관리·감독은 구청 책임이라며 방관하고 있다. 대구시 관계자는 "정화조 업체 선정은 구청장의 고유 권한으로 시가 강요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정화조 업계 선정과 관련한 조례를 손질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대구 정화조 업체들은 "자율경쟁을 하면 가격 덤핑을 불러오고 결과적으로 시민들이 피해를 떠안게 된다"며 공개 입찰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경실련 조광현 사무차장은 "공개입찰을 한다고 해서 비용이 더 드는 것도 아닌데 과당 경쟁을 부른다는 업자들의 말은 논리에 맞지 않다"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업체들이 투명하게 공개 경쟁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황수영 인턴기자 swimming@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