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위원칼럼] 중요할 수밖에 없는 언론의 독립성

입력 2010-07-22 08:06:56

최근 코미디언 김미화 씨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KBS에 연예인 블랙리스트를 언급하고, 이에 대해 KBS가 명예훼손으로 김 씨를 고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이번 사건을 보면서 방송과 방송인들을 바라보는 방송사 측의 인식의 한 단면을 엿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사실 방송 출연진의 블랙리스트와 중도 하차 문제는 충분히 가능한 일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 들어와 이들 사건들이 부각되는 이유는 어디 있을까? 김제동, 윤도현 등 소위 인기 연예인들과 손석희 등 방송인들의 중도 하차는 제작진과의 호흡 문제나 해당 프로그램의 식상함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현 정부에 대한 비판적 혹은 그렇게 보일 수 있는 언행 이외에는 별다른 원인이 떠오르지 않는다. 현 정부의 자신감의 무게가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그렇게까지 했어야 하는가? 과연 그 대가로 정부와 방송사는 무엇을 얻었는가?

KBS는 한국 언론 환경에서 정치적 독립을 위해 앞장서야 하는 책무를 가진 국가 기간 방송사다. KBS는 국영이 아닌 공영이며 공영은 정치적 독립성을 전제하고 있다. 정부의 독단과 정치 권력 남용이 있다면 이를 견제할 수 있어야 하고 국민들이 진정한 주권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 협조하는 것이 KBS의 주요 책무인 셈이다. 하지만 대중적 인기인인 코미디언을 이념적 성향과 취향이 다르다고 해서 자르고 붙이고 하는 것은 한국의 최대 공영 방송으로서 격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국민들, 아니 시청자들을 위해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KBS가 그렇게 바라던 시청료 인상에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예견마저 나오고 있다.

얼마 전 개인적 일과 친분 관계 등으로 인해 모 방송사에 근무하는 언론인들을 시간을 달리해서 만난 적이 있다. 이들로부터 취재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외압에 대한 고민, 사회적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잘 알고 지내던 해당 기관의 관계자들이 받을 고통 때문에 난처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었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 기자와 한 인간으로서의 고뇌와 번민을 표정에서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 고민에 앞서 먹고사는 생존의 문제와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른다는 불확실한 미래로 고민하고 있다.

언론인들이 생존의 문제에 직면하는 순간 '언론'은 사라지고 '언론 기업'만 남게 된다. 언론에 내재한 신뢰의 원천인 여론 형성과 민주주의 실현이라는 사회적 책무는 어쩔 수 없이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언론의 자유가 국민들의 주권 확립과 민주주의에서 중요하고 필요한 것은 알지만 내가 조직에 살아남아야지 나와 우리 가족이 생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론인이기에 앞서 인간이기 때문에 누구나 가질 수밖에 없는 아주 치명적인 약점인 셈이다. 결국 언론사 내부의 소통 방식도 민주주의와 국민 주권에 기인한 언론의 사명과 책임이 아닌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한 사측에 대한 충성과 복종 경쟁만이 남게 된다. 조직 내부의 최고 권력자에 대한 충성과 복종만 남은 조직에 대해 독자들과 시청자들은 더 이상 기대하지 않는다. 각종 억측과 루머가 판을 칠 수밖에 없다. 특히, 최근의 미디어 기술은 과거와는 달리 통제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각종 루머의 파급효과는 과거와 그 성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제도권이 보장하지 못하는 국민의 알 권리는 제도권에 대한 저항과 또 다른 매체로 대안을 찾아 이동하는 형태로 진화할 수밖에 없는 것은 자명하다. 현 정부가 걱정하고 추구하는 국가 경쟁력의 원천인 창의력 역시 생존 문제의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최근 학회에서 소통(Communication)에 대한 학술적 관심이 높다. 극심한 시장 경쟁의 환경 속에서, 사회적 갈등과 분열이 해소되지 않으면 현재의 위기 담론은 정치와 경제 위기로부터 사회 위기로 확산될 수 있다. 중앙과 지역의 문제, 부의 불평등 문제, 청소년 범죄 문제 등 각종 사회 위기 현상에 대한 특효약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로서는 진솔한 소통 노력만이 유일한 처방이다. 이번 '김미화 파동'을 계기로 정부와 언론이 국민들과 함께 진솔하게 소통하고 현 사회 위기에 함께 대처할 수 있는 소중한 전환점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권장원 대구가톨릭대 언론광고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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