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사람을 잃고도 사랑을 말할 수 있을까

입력 2010-07-15 08:02:20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조용호 지음/문이당 펴냄

연인과 아내, 노래와 일상 사이에서 때로는 들떴고, 때로는 전율했으며, 때로는 절망하고 슬퍼했던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다. 그는 연인의 불타는 눈을 바라보며 전율했고, 아내의 젖은 눈을 측은히 여겼다. 그는 노래를 버릴 수도, 일상을 버릴 수도 없었다. 그는 연인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아내를 사랑했고, 측은히 여겼다. 어느 쪽도 버릴 수 없었기에 어느 쪽도 취할 수 없었고 그런 자신을 '비열한 인간'이라며 욕하기도 했다. 그런 그가 어느 날 문득 사라졌다.

'에덴에는 죽음이라는 형벌이 없는 대신 감각의 쾌락과 사랑의 느꺼움이 없다. 연옥에는 머리를 쥐어뜯는 아픔과 번민이 있지만 에덴에는 맑은 빛과 청명한 대기와 아름다움이 존재한다. 그러나 에덴의 아름다움은 투명한 아름다움일 뿐이다. 고통이 없으면 쾌락이 없고, 번민이 없으면 행복도 없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있을까. 그러므로 끝내는 다시 선택해야 한다면 어쩔 수 없이 에덴보다는 연옥의 여인에게 더 가까이 가고 말 것이다.' -본문 중에서-

독자인 당신은 어디에 있는가? 어디에 있기를 원하는가? 연인이나 아내, 어느 한쪽이 아니라 양쪽에 적당히 발을 걸치고 있다가, 필요에 따라 옮겨다니고 싶지 않은가? 누구라도 그런 마음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알다시피 사람은 '에덴과 연옥'을 자유롭게 오갈 수 없다. 죽은 자가 어찌 다시 살아날 수 있으며 잃어버린 사랑을 어떻게 되찾는다는 말인가.

소설은 행방을 감춘 한 노래꾼을 그 노래꾼의 아내와 나(노래꾼의 친구)가 추적하면서 전개된다. 그 과정에서 한 인간(행방을 감춘 노래꾼)의 꿈과 욕망, 삶의 궤적, 만남과 헤어짐을 하나씩 하나씩 들추어간다.

'바람' 피우고 싶은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면서, 아내를 불행하게 만들고 싶지도 않은 당신은 나약한 사람인가, 비열한 사람인가, 인간적인 사람인가? 끝내 당신은 연인을 택하거나 아내를 택할 것이다. 이쪽도 저쪽도 택하지 못해 죽을 때까지 우물쭈물할 수도 있다. 연인을 택한 당신은 용감하고 낭만적인가? 아내를 택한 당신은 지루하고 남루한가? 어느 쪽도 택하지 못한 당신은 비겁한가? 누가 어떤 삶을 살더라도 각자의 삶이다. 각자의 삶과 죽음은 다른 이와 무관하다. 열광하는 팬들 앞에 선 가수는 자신이 '신'이 된 줄 알겠지만 그는 결국 광대일 뿐이다. 인간에게는 인간의 일이 있고 신에게는 신의 일상이 있다. 그러니 무대 위의 가수는 어디까지나 광대이며 조연일 따름이다. 당신의 삶은 그래서 '무대 위의 광대극'에 불과하다. 적어도 타인의 눈에는 말이다. 심지어 당신이 부르는 '삶의 노래'는 '소음'으로 치부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그럴 수도 있다. 슬퍼할 일도 아니다. '선발투수'가 흔들려야 마운드에 오를 수 있는 '구원투수'의 인생도 있으니.

소설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는 복잡하고 여운이 많은 소설이다. 작가가 소설을 통해 묻고 싶은 질문을 거칠지만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한쪽 젖가슴을 도려내도 매력적인 여자일 수 있을까요?' '그리운 사람을 잃고도 사랑에 대해 말할 수 있을까요?' 라고 할 수 있겠다. 노래를 잃고도 가객일 수 있을까, 시를 잃고도 시인일 수 있을까, 혁명을 포기하고도 혁명가일 수 있을까, 하는 말이다. 이 처절하고 간곡한 질문에 지은이는 '그렇다'고 답한다.

소설가 박범신은 이 소설에 대해 "뒤집고 꼬고 과장하는 변용서가 트렌드처럼 회자되고 있는 요즘, 클래식한 미학적 문법이 담긴 아름답고 슬프고 깊은 정한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은 큰 행운"이라고 평가했다.

소설가 조용호는 전북 좌두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다. 소설 속 등장인물인 연우처럼 작가는 실제로 '노래패'에서 노래하는 삶을 살았다. 그러니 행방을 감춘 주인공 연우는 곧 작가 자신이기도 하다. 1998년 세계의 문학에 단편소설을 발표하며 등단했다. 2006년 '왈릴리 고양이 나무'로 제7회 무영문학상을 받았다. 271쪽, 1만1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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