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자치단체장

입력 2010-07-13 10:32:33

진시황 때 만들어졌다는 아방궁은 역사적으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의 하나이다. 유방과 항우가 천하를 두고 다툴 때 항우가 불에 태워 정확한 규모는 짐작하기 힘들다. 옛 기록에 따르면 동서가 2.5㎞이고 남북이 1㎞나 됐다고 한다. 다소 과장이야 있겠지만 궁(宮) 하나의 넓이가 7㎢인 대구 중구의 3분의 1이 넘는 셈이다. 잘 알려졌듯 진은 아방궁과 만리장성 축조에 따른 경제 파탄과 민심 이반으로 멸망했다.

조금 다른 비유일지는 모르지만 사막의 신화로 불린 두바이가 지난해 파산했다. 162층으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버즈 칼리파와 인공 섬 '더 월드' 조성에 따른 무리한 투자가 화근이었다. 세계 경제가 침체하면서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자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대역사(大役事)가 한 나라를 망하게 하는 것은 비슷한 모양이다.

어제 성남시가 정부와 기업에 갚아야 할 빚 5천200억 원에 대해 국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지급유예 선언을 했다. 기업으로 치면 부도가 났다. 이 돈은 판교 신도시 사업 특별회계에서 전용한 것이다. 성남시는 도로 확장과 주거환경 개선 사업 등에 사용했으며 청사를 지은 것과는 무관하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를 보는 국민의 시선은 따갑다. 3천200억 원이나 들인 호화청사 때문이다. 갚을 능력도 없으면서 아방궁 같은 청사를 지은 것은 사기행위나 다름없다는 생각 때문이다.

그나마 성남시는 재정자립도가 70%가 넘어 서울의 일부 구를 제외하면 전국 최고 수준이다. 시간이야 좀 걸리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갚을 여력은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자치단체장의 치적을 위한 호화 청사나 각종 불요불급 사업은 끝없는 진행형이다. 한 조사에 따르면 청사를 새로 마련한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준공 당시의 단체장 56명 중 66%인 37명이 연임에 성공했다. 자치단체장으로서는 이래저래 매력적인 사업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자치단체장이 이렇게 방만한 경영을 해도 제재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선출직이다 보니 형사 사건에 연루되지 않는 한 임기가 보장돼 심한 곳은 가히 폭군이나 다름없다. 자치단체장을 소황제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제2, 제3의 성남시가 나오기 전에 재임 기간 중의 경영에 대해 공과를 철저하게 따져 그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할 때가 왔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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