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 積善과 고향 사랑

입력 2010-07-10 07:09:12

경주의 경주 최씨 부잣집과 충남 논산의 파평 윤씨 윤증 종택, 그리고 전남 구례의 문화 류씨 종택 운조루(雲鳥樓) 하면 떠오르는 공통점은? 남을 배려하고 적선(積善)을 실천한 대표적 가문의 현장이다. 세상에서는 흔히 '노블레스 오블리주'(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떠올릴 때 이들 가문의 사례와 현장을 거론하곤 한다.

경주 최씨 부잣집은 400년 동안 진사와 만석꾼을 배출한 집안. 진사 이상 벼슬을 금하고 만석 이상의 재산을 못 모으도록 했다. 또 1년 쌀 생산량 3천 석 중 1천 석은 과객에게, 1천 석은 주변의 어려운 사람에게 나눠 주는 등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는 적선의 전통을 이어왔다.

300년 넘은 충남 논산의 윤증 고택은 6'25전쟁 때 북한 인민군의 중대본부로 사용된 탓에 미군에 의해 폭격당할 위기에서 살아남았다. 조선 후기 학자인 윤증은 살아생전 윤씨 집안 사람들에게 가난한 서민들을 위해 양잠을 못 하도록 했고, 추수 뒤 집 밖에 나락을 쌓아두고 동네 사람들이 가져가도록 했다고 한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이 미군 조종사를 설득, 폭격을 피할 수 있었던 것.

1776년 무관 류이주가 지은 운조루 경우, '타인능해'(他人能解'다른 사람도 능히 꺼내갈 수 있다)란 문구가 적혀 있는 200년이 넘은 나무 쌀독 이야기를 간직한 곳. 배고픈 사람이면 누구나 쌀독을 열고 가져갈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 집은 일제 때와 6'25전쟁 때도 피해를 입지 않았다.

이들 나눔과 베풂의 실천 흔적들은 주역(周易)에 나오는 '적선지가 필유여경'(積善之家 必有餘慶'선한 일을 많이 한 집안에는 반드시 남는 경사가 있다란 말로, 좋은 일을 많이 하면 후손들에게까지 복이 미친다는 말)의 사례로 많이 인용된다.

지난 7일 경북 군위와 구미에서 훈훈한 일들이 있었다. 군위읍 대흥리 출신인 재일교포 기업인 홍종수(86) 옹이 고향 군위를 위해 힘들게 모은 재산 30억 원을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의 장학기금으로 내놓았다. 또 구미 도개 출신인 강덕수 STX그룹 회장도 이날 구미시 형곡동에 2억 원을 들여 다문화어린이도서관 '모두'를 지어주고 운영비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고 한다. 앞으로도 기업인들의 고향 사랑하는 일들이 이어지길 기대해 본다.

정인열 중부지역본부장 oxe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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