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국회의원-非한나라 기초단체장 '선거 앙금' 털었을까

입력 2010-07-10 07:19:59

6·2지방선거 기초단체장 당선자들이 1일 취임식을 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당선자들은 취임식에서 하나같이 지역 발전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하지만 대구경북의 일부 단체장들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관계가 원만하지 않아 지역 발전의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대구경북에서 비한나라당 간판으로 시장·군수에 모두 9명이 당선됐다. 전체 31명의 3분의 1에 육박하는 수치다. 대구에서 서중현 서구청장과 김문오 달성군수 등 2명이, 경북은 김주영 영주시장, 신현국 문경시장, 최병국 경산시장, 장세호 칠곡군수, 권영택 영양군수, 임광원 울진군수, 성백영 상주시장 등 7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지역구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의 대립·갈등 등으로 한나라당 공천을 받지 못했다. 이들 중 일부는 당선 이후 국회의원과의 관계 모색에 나서고 있다.

◆화해기류 형성

무소속으로 당선된 김문오 달성군수는 비한나라당 기초단체장 중 지역 국회의원과 관계 개선에 가장 적극적이다. 한나라당 차기 대권 주자로 가장 유력한 박근혜 전 대표의 지역구인 탓에 박 전 대표와 관계 개선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이른바 '충성 맹세'를 할 마음의 자세가 돼 있다는 것이다. 지역 주민들도 박 전 대표와 김 군수가 지역 발전을 위해 손잡기를 바라고 있다. 김 군수는 당선 이후 한나라당 국회의원을 통해 박 전 대표를 찾아뵙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 군수 한 인사는 "선거가 끝났으니 불안해하는 민심을 달래기 위해서라도 박 전 대표가 김 군수를 끌어안아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군수는 박 전 대표의 동의 하에 한나라당 입당을 원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대표적인 친박근혜계인 유승민 국회의원이 대구시당위원장에 취임하면서 새로운 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유 의원은 박 전 대표가 김 군수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유 의원은 "김 군수 영입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지역 정가에서는 박 전 대표의 최측근인 유 위원장이 나설 경우 김 군수 입당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래연합 소속 성백영 상주시장과 성윤환 한나라당 의원 간에도 화해 기류가 돌고 있다. 성 의원이 적극적이다. 2년 뒤 총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성 의원은 최근 '선거 결과를 겸허하게 수용하고 자숙하겠다'는 내용의 편지를 시민들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5일 두 사람은 상주 시내 모처에서 만났다. 성 의원은 "시정에 전폭적인 지원과 협조를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고, 성 시장은 "필요하다면 국회의원과 도의원, 시의원에게 적극적으로 협조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화답했다.

무소속 장세호 칠곡군수와 이인기 한나라당 의원 간에도 화해 무드가 조성될 조짐이다. 역시 이 의원이 다가서려는 입장이다. 최근 이 의원의 요청으로 장 군수와 함께 식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모두 "지역 발전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이 성격과 기질이 전혀 다르고, 줄곧 정치적으로 대립각을 세워왔다는 점에서 진정한 화해는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여전한 냉기류

무소속 최병국 경산시장과 최경환 국회의원 겸 지식경제부 장관은 여전히 사이가 나쁘다. 애초 관계가 나빴지만 이번 선거가 끝난 뒤 더 멀어지는 모습이다. 지방선거 이후 두 사람은 동네 경로잔치에서 한 번 조우했다. 그러나 어색한 악수로 끝이 났다. 최 의원은 최 시장이 당선된 후 화환과 축전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들은 두 사람 간 갈등이 지역 발전에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우려하지만 좀처럼 관계 개선의 징후가 보이지 않아 불안해하고 있다.

무소속 신현국 문경시장과 이한성 국회의원에게서도 화해 무드를 찾기 힘들다. 신 시장은 당선 후 경쟁자들과 모임을 갖고 손을 잡았지만 공천을 주지 않은 이 의원과 여전히 껄끄럽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최근 신 시장과 이 의원, 문경에서 영향력이 있는 박인원 전 문경시장 등 세 사람이 만날 계획이었지만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이 의원은 신 시장 취임식에 참석해 "신 시장 당선은 시민의 뜻으로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참석자들은 "진정성이 보이지 않았다"고 평했다.

대구 서구, 영주, 울진 등 다른 지역도 이들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다음 선거를 의식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관계 개선에 적극적일 것이란 분석이 많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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