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의학 이야기] ① 보완대체의학이란

입력 2010-07-08 14:13:56

현대의학 벗어난 새로운 치료법으로 떠올라

※이번주부터 대구 보비스병원 이상엽 원장의 '대체의학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현대의학의 사각지대에 놓여 고통받는 이들에게 한 가닥 희망이 되고 있는 대체의학의 현주소와 치료 요법, 투병 사례 등을 소개합니다. 이 원장은 다년간 대체의학의 현장을 직접 찾아다니며 환자와 연구자들을 인터뷰하고 상당 기간 함께하는 등 대체의학 연구에 힘을 쏟아왔습니다.

은행 지점장이었던 A씨는 몇 년 전 갑자기 찾아온 눈병에 오랫동안 고통받았다. 오른쪽 눈에서 눈물이 나지 않고 떨리는 증세가 계속됐다. 2년 동안 서울 시내 안과란 안과는 모두 찾아다녔지만 원인이나 치료법에 대해 속시원한 답변을 듣지 못한 채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지었길래' 하는 참담함에 빠져 지냈다.

그러던 중 지리산에서 마음공부 캠프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 하루가 지나자 스승 격인 연구자는 "아집이 강해서 생긴 병"이라며 수행을 권했다. 평생의 습관이 하루아침에 고쳐지기는 힘든 일. 며칠 동안 수행해도 변화가 없더니 열흘째 되던 날 그는 대성통곡을 했다. 두 눈에서 눈물이 줄줄 흘러내린 것은 물론이다. 그후 그의 병은 급속도로 나아졌다.

현대의학은 많은 분야에서 인간을 위해 공헌했다. 세균학의 발달과 예방접종의 개발을 통해 급성전염병을 퇴치하는데 공헌했고, 해부학 및 조직학의 발달 등으로 고도의 외과기술이 발달했다. 또한 응급환자를 매우 적절하게 치료하고 손상된 고관절이나 무릎을 효과적으로 대체하며, 성형수술과 재활수술을 훌륭하게 하고 호르몬 결핍을 진단하고 교정해주는 데도 효과를 보였다.

그러나 환자들은 현대의학에 만족하지 못했다. 현대의학이 만성질환 치료에 비효과적이고 부작용이 많으며, 의료비가 많이 들고, 환자들이 인간적으로 대접받지 못한다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더욱이 인구의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만성질환 환자가 증가하면서 사회적인 추세가 무언가 새로운 형태의 의료를 갈망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출현한 것이 대체의학이다. 환자들은 대체의학이 아직까지 과학적으로 덜 검증돼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호감을 갖게 되었는데, 그 이유는 대체의학에서는 환자가 치료에 개입할 수 있고 또한 개인의 가치, 영성, 종교 등을 인정해주기 때문이다.

미국의 대체의학 발전 과정을 살펴보면 대체의학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미국에서는 1950년대 후반에 침술과 같은 치료법이 등장했으나 의사가 아닌 사람들이 시술했기 때문에 주변의학(Paramedicine) 혹은 사이비의학(Pseudomedicine)으로 간주됐다. 1970년대부터 의사가 아니지만 대체의학을 전문으로 하는 전문가 집단이 생겼고, 이들은 현대의학을 대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대체의학(Alternative Medicine)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대체요법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부족함에도 불구하고 암 투병 환자나 병원 치료가 어려워진 많은 환자들 사이에 대체요법이 비교적 안전하고 효과적이라는 믿음이 생기기 시작했고, 환자들은 자신들이 쓰고 있는 대체요법이 효과적일 수 있는지 의사에게 묻기 시작했다. 다시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현대의학을 거부하는 것이 아니라 대체요법이 안전하고 필요한 상황이라면 현대의학과 함께 대체요법도 수용하겠다는 경향으로 나아갔다.

의사들도 차츰 이런 환자들의 요구에 부응해 대체의학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일부 대체요법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됐다. 1980년대 후반부터 의사들이 현대의학과 함께 대체의학을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보완의학(Complementary Medicine) 혹은 보완대체의학(Complementary Alternative Medicine, CAM)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드디어 미국은 1991년 미국 의회가 미국국립보건원(NIH)내에 대체의학 전문과를 만들 것을 결의했고, 1992년부터 NIH산하에 국립보완대체의학 센터(NCCAM)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미국의 대체의학은 국가에서 뒷받침하고 환자들이 선호하는 추세이기 때문에 매우 빠르게 발전했다. 이와 같은 현상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우리나라에서도 더 늦기 전에 대체의학을 이해하고 의학의 지평을 넓혀서 환자의 요구에 부응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체의학(혹은 보완대체의학)의 사전적 의미는 '한 나라의 주류를 이루는 의료체계에서 벗어난 치료법' 또는 '의과대학에서 가르치지 않는 의술'이다. 따라서 대체의학의 정의는 나라마다 조금씩 다를 수밖에 없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의 경우는 한의학이 대체의학은 아니지만 미국의 경우에는 한의학이 대체의학에 포함된다. 그뿐만 아니라 세월이 흐르면서 대체의학의 일부가 현대의학에 수용되면 그때는 대체의학 요법이 아니라 현대의학에 포함되기 때문에 대체의학을 정의하는 것도 고정되어 있다고 볼 수 없다.

이상엽(대구 보비스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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