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 사회, 로봇 도우미 필수" 새분야 박차
21세기는 '로봇의 시대'다. 20세기에 개인용 컴퓨터(PC)와 인터넷이 IT혁명을 이끌었다면 21세기는 인간을 닮은 로봇과 공존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IT기술과 첨단과학의 발달은 로봇과의 공존을 현실화하는 단계로 진입시키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이미 자동화 설비라는 이름의 산업용 로봇은 생산 현장인 공장에서 인간을 대신하는 산업 역군으로 자리잡은 지 오래다. 또한 인간의 모습을 한 휴머노이드 로봇도 속속 개발되고 있고, 저출산과 고령화 사회는 의료와 복지 분야에 대한 로봇 수요를 증가시키고 있다.
2010 상하이엑스포는 로봇 시대의 개막을 알리는 서막으로 비치고 있다. 일본관에 들어서면 관람객을 맞이하는 도요타사의 바이얼린 연주 로봇은 로봇의 미래에 대한 우려를 말끔하게 가시게 한다.
로봇 산업은 지난 4년간 연평균 성장률이 16.7%에 이를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차세대 성장동력산업으로 떠올랐다. 향후 10년간 연평균 성장률은 24.3%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로봇 강국들이 서둘러 국가적 프로젝트로 선정하거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로봇 산업에 우리도 뛰어들어 로봇 강국을 꿈꾸기 시작했다. 일본과 미국, 독일 등에 이어 5대 로봇 강국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6월 수중 환경 감시를 위한 물고기로봇 개발에 본격적으로 착수하는 한편, 레스토랑 안내 주문 서비스 로봇과 유리창 청소 로봇 등 11개 로봇을 시범사업으로 선정해 서비스 로봇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특히 로봇 산업을 광역경제권 선도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대구경북은 9일 한국 로봇산업진흥원의 대구 개원을 계기로 한국 로봇산업의 메카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로봇 선진국인 미국과 일본 현지 취재를 통해 로봇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조망해본다.
일본은 산업용 로봇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로봇 강국이다. 전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60%를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지능형 로봇 분야의 기술 개발과 시장 확대를 선도하고 있는데다 기계부품과 소재산업을 기반으로 메카트로닉스 분야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에 이른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일본의 '신에너지 산업 기술 종합 개발 기구'(NEDO)는 올해 5천억엔 수준의 로봇 시장 규모가 2020년 2조9천억엔으로 성장했다가 2035년에는 9조7천억엔 규모에 이를 것이라는 낙관적인 전망을 4월 내놓았다. 미래 산업의 절반 이상을 로봇산업이 차지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30년 역사…투자기업 93곳
일본 로봇공업회(JARA)의 히로시 후지와라(富士原 寬) 전무는 일본 로봇 산업의 원년을 1980년으로 기억했다. JARA의 전신인 일본 산업용 로봇 공업회가 1972년 설립됐지만 1980년 운용자에 의해 작업 순서가 티칭된 다관절 로봇이 도장이나 용접 등의 작업을 정확하게 실행하는 모습이 TV로 방영되면서 비로소 산업용 로봇이 일반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JARA의 통계에 따르면 당시 로봇 시장 규모는 784억엔에 불과했지만 5년 만인 1985년 3천억엔으로 늘어났고 로봇업체수도 130여개에서 282개사로 급증했다. 그러나 일본 로봇 업계는 2006년 7천303억엔에 이를 정도로 시장 규모가 최고치에 도달했다가 2007년 금융 위기 이후 투자가 급감하면서 올해까지 역성장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로봇 업체도 93개사로 줄었다. 이에 대해 히로시 전무는 "처음에는 각 회사가 기술력없이 로봇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기술 개발 유무에 따라 통폐합되는 등 정리된 데 따른 것"이라면서 "일본 로봇 업체는 다른 업종과 겸업하는 것이 특징 중의 하나"라고 지적했다. 이를테면 혼다와 후지중공업, 소니, 후지쓰 등의 전자와 자동차 분야의 대기업들이 각각 로봇 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형태다. 그는 대기업이 주도하는 양상에 대해 "군사와 우주로봇, 혹은 방재로봇 등을 개발하는 것은 정부가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할 수 있지만 이런 분야외에는 민간이 주도한다"며 "앞으로도 일본 로봇 산업은 민간이 주도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로봇산업협회 조영훈 본부장도 "미국이 우주와 방위 산업 분야에서 나사(NASA) 등의 주도하에 연구 개발이 이뤄진 것과 달리 일본에서는 철저하게 대기업이 산업용은 물론 서비스 로봇 개발에도 주도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혼다·소니 등 민간기업서 주도
일본은 전세계 산업용 로봇 시장의 3분의 1을 장악하고 있는 산업용 로봇 대국이다. 미국은 물론 한국과 중국 등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용하는 산업용 로봇은 메이드인 재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일본 산업용 로봇 시장의 3분의 1은 중국이다. 무려 34%를 차지하고 그 다음이 미국과 한국이다. 일본 로봇 매출의 99%는 산업용 로봇이다. 일본 산업기술종합연구소(AIST)의 테츠오 코도쿠(神德 徹雄)박사는 "일본 로봇 산업의 키워드는 산업적 차원에서 로봇 산업이 경제성과 수익성이 있느냐 였다"며 산업용 로봇이 비약적으로 발달하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앞으로도 인간의 활동에 도움을 주는 방향으로 로봇 산업이 발전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산업용 로봇 시장에 비해 서비스로봇 산업 발전이 늦은 것은 기술 개발이 더딘 것도 한 원인이지만 인간과 접촉하는 서비스로봇에 대한 안전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 가장 큰 원인이다. 일본 정부와 JARA가 공동으로 안전성 기준 마련에 나서고 있어 서비스 로봇산업이 비약적으로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본의 로봇 업계에서도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은 물론, 복지 분야와 개호(介護, long term care) 분야 로봇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로봇 산업 중심이 당분간 산업용에 머물러 있지만 점차 서비스로봇 쪽으로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저출산, 고령화사회로 접어든 일본 사회가 로봇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는 점은 서비스로봇 시장의 미래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당장 실용화될 수 있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가시화되지 않고 있지만 후지와라 전무가 언급하는 것처럼 침대 형태의 로봇이나 휠체어 타입 로봇, 혹은 인간의 신체를 대신해주는 파워슈트 등이 실용화 단계에 있다.
일본 도쿄에서 서명수기자 diderot@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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