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64주년 특집] TK출신 與野잠룡 10여명 꿈틀

입력 2010-07-07 07:58:48

2012대선 대구·경북 정권 재창출 가능성은

6·2 지방선거 이후 큰 선거는 2012년에 있다. 4월 총선과 12월 대선이다. 2012년은 선거의 해다. 이달 28일 국회의원 재보궐선거가 전국 8곳에서 치러지지만 대구경북(TK)과 무관하다. 이 때문에 대구경북민들은 벌써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까 궁금해한다. -편집자주

포항 출신의 이명박 대통령처럼 다음 정권의 주역도 TK가 될까?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정권 시절 대구경북은 정권이 바뀐다는 평범한 진리를 몰랐다. 언제까지나 권력을 갖고 있을 것으로 착각해 미래를 준비하지 못했다. 실속도 못챙겼다. 권력을 잃고 난 뒤 그것을 깨달았다.

다시 이명박 정권. 많은 것이 달라지고 있다. 한직으로 밀리던 TK 출신 공직자들이 요직으로 복귀(?)하고 있다. 대구시와 경북도의 예산 규모도 달라졌다. 'TK=수구 골통'이란 비아냥도 조금 약해졌다. 그래서 다음 정권도 TK가 주역이 돼야 한다는 열망이 강하다.

제18대 대선에 나설 예비 후보들은 어림잡아 10여 명이다. 잠룡(潛龍)까지 포함하면 20명을 훌쩍 넘어선다. 대구경북민에게 반가운 것은 대권 후보 가운데 TK 출신이 여야를 막론하고 많다는 점이다. 그것도 유력한 후보가 많다.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대권 후보 상수(常數)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여야를 통틀어 불변의 선두 주자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계속 그렇다. 차기를 예약해 놓은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닐 정도다. 지금 이대로라면 그가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당선 가능성도 매우 크다.

그러나 '친이-친박'이라는 한나라당 갈등의 중심에 서 있는 점이 부담이다. 극복의 책임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여권의 분열이 초래될 경우 정권 재창출이 어려울 지도 모른다. 여권을 분열시키지 않고 그때까지 가야하는 것이 박 전 대표의 최대 과제다.

영양이 고향으로 친이명박계 좌장인 이재오 전 국민권익위원장도 유력한 후보다. 가능성 면에서 박 전 대표에 비해 많이 낮지만 친박계로서는 경계 대상 1호다. 이 전 위원장은 28일 치러지는 서울 은평을 재선거에서 국회에 재진입하는데 성공해야 한다. 그는 은평에서 실패하면 낙향하겠다며 배수진을 치고 있다.

14일 전당대회에서 대표최고위원에 도전하는 홍준표 의원도 이젠 대권 후보 반열에 올릴 수 있다. 대표가 되면 '친이-친박'계파를 해체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것은 당장의 전당대회용 득표 전략이기도 하지만 미래를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국무총리 기용설이 돌고 있는 강재섭 전 한나라당 대표 역시 대권 후보다. 이 대통령이 그를 총리에 기용할지는 불투명하다. 대통령이 TK인데 총리까지 TK가 하면 다른 지역에서 뭐라 하겠느냐란 게 이 대통령의 생각인 듯하다. 그러나 한나라당에서는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강 전 대표의 관리 능력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화합형 총리로 강 전 대표가 적절하다는 것이다. 그에게 총리라는 감투가 씌워진다면 그 다음 수순은 대권 도전이 될 게 뻔하다.

재선에 성공한 경북고 출신 김문수 경기도지사도 유력 후보다. 그는 경기도정에 충실할 것이라며 대선 이야기에 손사래를 치고 있다.

이들 가운데 누가 후보가 된다고 하더라도 당내 갈등의 치유 없이는 한나라당의 정권 재창출은 어렵다는 분석이 많다. 박관용 전 국회의장도 그렇게 진단했다. 박 전 의장은 최근 한나라당 국회의원 모임에서 "당을 반쪽으로, '한 지붕 두 가족'으로 끌고 가서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이 정권을 재창출했으면 자살하거나 검찰로 불려 다니는 일이 생겼겠느냐. 정권 재창출을 못하면 전임 대통령 평가는 제로로 떨어진다"고 경고했다. 이 대통령이나 대권 잠룡들이 새겨들을 말이다.

야권에는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와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 그리고 정세균 현 민주당 대표 등 '비(非)TK' 출신 거물들이 즐비하다. 그럼에도 'TK 불모지'라는 야권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TK 인사들도 쟁쟁하다. 야권 역시 대통합 단일 전선 구축이 대선 승리의 전제다. 그 선두에 TK가 나설 수도 있다.

민주당에서 추미애 의원이 우선 눈길을 끈다. 경북여고를 나온 추 의원이 대권에 도전해 박근혜 전 대표에 맞서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대권이 '여성 TK목장의 결투'가 된다. 추 의원은 강단도 있고 정치적 돌파력과 카리스마도 겸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구 달성 출신인 추 의원의 시댁은 호남으로 동서화합형 가정을 꾸리고 있다. 특히 그는 '김대중 대통령이 키운 정치인'이란 이미지에 머물다가 총선에 실패하는 좌절을 겪은 뒤 극복하는 과정에서 그런 이미지를 날렸다. 스스로도 몸을 많이 낮추고 있다.

영원한 원내대표 후보인 경북고 출신 김부겸 의원도 있다. 경기도 군포가 지역구로 3선이다. 김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서 항상 유력 후보였지만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 TK 출신의 한계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도전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지명도나 파괴력은 가공할 만하다. 여야 모두를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다음 자리를 차지한다. 그의 잠재력에 대한 일반 국민의 평가가 만만치 않음의 방증이다. 야권 단일 후보로 경기지사 선거에 나서 '유시민 펀드' 모금이라는 기발한 방법으로 40억원이 넘는 법정선거비용을 조달하는 잠재력을 발휘한 것도 유시민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다.

한나라당에서 TK 출신 대선 후보를 배출하는 것보다 민주당을 포함한 야권에서 TK 대선 후보를 내는 것은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가능성은 항상 열려 있다. 한나라당에서 TK가 나서고 야권에서도 TK가 나선다면 대구경북에서는 차기 대선을 '세기의 맞대결'로 불러도 무방할 듯하다.

이동관기자 dkd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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