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기업 코스닥 상장때 보람…코스닥시장 박상조 본부장

입력 2010-07-05 08:03:18

의료단지 관심갖고 지켜볼 것

열심히 공부했는데도 시험이 임박할 때마다 몸살을 앓아 망쳐버린다면 심정이 어떨까? 그것도 취업 준비생이라면…. 박상조(57) 한국거래소 부이사장 겸 코스닥시장 본부장이 그랬다. 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공직에 들어가기 위해 열심히 공부했으나 행정고시 시험이 임박할 때면 몸살을 앓는 바람에 번번이 실패하곤 했다. 홀어머니도 돌아가시고 형님 집에 얹혀 사는 처지여서 운명치곤 너무 야박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한 번 더 공부하겠다고 독하게 마음 먹었던 덕에 합격을 했고 '살아가는 지혜'까지 터득했단다.

"일이 제대로 풀리지 않는다고 애를 태우기보다는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을 깨닫게 됐습니다." 고사성어로 치면 진인사 대천명(盡人事 待天命)쯤 된다고 했다.

이처럼 박 본부장은 언제, 어느 곳에 있든지 최선을 다하려고 애써 왔다고 한다. 김대중 정부 출범 직후 재경부 서기관일 때 3년 6개월, 이에 앞서 재무부 사무관일 때 1년 6개월을 일본 대장성 금융연구소로 파견 나가 소비자금융 분야를 연구했던 게 국내에서는 이 분야의 토대를 닦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일본 와세다 대학에 유학, 경제학 석사학위까지 따 부처 내에서는 일본통으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파견 기간이 길었던 것 같아 '다른 이유'가 있느냐고 했더니 "저가 원해서 그렇게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공무원으로 첫 근무지는 대구였다. 1978년 7급으로 합격한 뒤 1년은 대구 서대구세무서, 뒤이어 7개월은 김천세무서에서 근무했다. 그후 재무부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등을 거쳐 금융감독위 기획과장을 끝으로 26년간의 공직생활을 마친 뒤 2004년 5월, ㈜코스닥증권시장 전무를 시작으로 증권 관련 분야에서 일해왔다.

증권관련 업무를 맡은 적이 제대로 없어 이 분야로 뛰어드는 게 쉽지않았을 것 같다고 했더니 "부처에서 중소기업 정책과 관련된 업무를 담당하면서 이 분야가 산업발전에 매우 중요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특히 지역의 벤처기업들을 거론한 뒤 "이들 기업이 코스닥 상장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껴왔다"고 한다.

박 본부장은 "코스닥 상장을 통해 자금 조달을 쉽게 할 수 있고 대외 신인도를 높임으로써 제 2의 도약을 꾀할 수 있다"며 "지역 중소·벤처기업들이 더 많이 코스닥 시장에 상장, 지역 발전의 견인차가 됐으면 한다"고 했다. 올해 들어 6월말까지 코스닥 시장에 30개 기업이 신규 상장했으나 지역 회사는 2개밖에 되지않는다.

코스닥 시장은 1996년 중소·벤처기업 중심의 신시장으로 출범, 이들 기업의 금융 인프라 역할을 해왔으며 국제적으로도 성공 사례로 꼽힌다.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는 횡령·배임, 불성실 공시 등의 행위가 벌어지고 있으나 지난 2월 상장폐지 실질심사제 도입을 계기로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있는 상황이다.

박 본부장은 "지역 발전을 위해서는 산업구조 개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한 뒤 "전통산업들의 부가가치를 높이고 디자인산업 등 첨단지식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웰빙이 화두가 되고 있는데다 고령화 추세까지 맞물려 첨단의료산업이 각광받을 것"이라며 "지역 내 의료분야 인프라를 감안할 때 첨단의료산업의 메카로 부상할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했다.

대구에서 태어나 대봉초교-대륜중-대구상고-영남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그는 매일 아침 헬스와 영어공부를 하고, 휴일에도 가끔씩 출근할 정도로 열심히 생활하고 있다.

서봉대기자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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