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의 장점 최대한 살리되 새로운 창작으로 재창조해야
뮤지컬 시장이 성장함에 따라 대중적인 성공을 거둔 영화, 소설, 만화, 드라마가 마지막 귀착점으로 뮤지컬로 제작되는 것이 최근 뮤지컬계의 큰 흐름이 되고 있다. 2007년과 2008년 '무비컬', 지난해 '노블컬' 열풍에 이어 올해에는 '애니컬' '드라마컬' 등 새로운 장르의 뮤지컬들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뮤지컬 제작자들이 이러한 시도를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원작의 흥행과 높은 인지도에 대한 기대치가 크고, 익숙한 내용과 폭넓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대중들의 관심을 쉽게 끌 수 있기 때문이다.
창작뮤지컬의 1차 창작군인 작가층이 얇고 경험이 부족한 것도 한 원인이다. 뮤지컬에서 작가는 작품의 성패를 좌우할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참신한 아이디어와 탄탄한 스토리 구성능력을 지닌 작가를 비롯해 창작뮤지컬을 이끌 만한 인적 인프라가 탄탄하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라이선스 뮤지컬을 통해 이미 높아진 관객의 눈높이를 충족시킬 만한 순수 창작뮤지컬은 등 손에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이런 현실에서 제작자들로선 각각의 장르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영화나 드라마, 소설에 대한 믿음이 커질 수밖에 없다.
◆원작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
원작의 성공이 그대로 뮤지컬의 성공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우선 방대한 스토리 라인을 뮤지컬 공연에 맞게 2시간 내외로 압축하기가 쉽지 않다. 이 과정에서 뮤지컬 참여 경험이 많은 작가가 있어야 하는데 '원작을 줄이는 것보다 새로 쓰는 게 쉽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원작을 뮤지컬 대본으로 옮기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작곡의 경우에는 기존 음악 한두 곡 이외에는 역시 창작의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창작 뮤지컬 작곡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런 만큼 새로운 창작 못지않은 고통이 수반돼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원 소스 멀티 유스' 뮤지컬 가운데는 제작 경험이 적거나 아예 없는 제작사들이 참여하는 경우가 많은데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동작업을 해야 하는 뮤지컬의 특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신생 제작사의 경우 원작의 틀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실제로 뮤지컬 의 경우에는 드라마를 만든 제작진들이 직접 뮤지컬 제작에 참여했는데 두 작품 모두 원작의 무게에 대한 부담감을 극복하지 못했다.
◆창작뮤지컬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인가
무비컬, 노블컬, 애니컬, 드라마컬이 소재에 목마른 창작뮤지컬계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원작과 무대예술인 뮤지컬 사이에는 메커니즘과 표현 방법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 차이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지 않고는 뮤지컬로서의 성공을 기대하기 힘들다. 원작을 뮤지컬화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사전준비 작업은 필수이고, 원작의 장점은 최대한 살리되 원작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창작 작업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접근해야 한다. 원작의 유명세에 기대서 원작에 단순히 노래와 춤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원작을 완전히 해체한 후 뮤지컬적인 특성을 충분히 고려해 뮤지컬적인 언어로 재창조해야 한다. 원작의 큰 스토리 라인과 캐릭터는 가져오되 무대장치, 조명 등 무대 메커니즘과 음악과 안무 등 뮤지컬만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새로운 감동을 이끌어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원작의 인기에 편승하거나 스타 캐스팅에 의존하는 작품은 완성도가 떨어져 실패할 수밖에 없다. 결국 뮤지컬의 생명력은 작품에 대한 관객들의 냉정한 평가에 의해 결정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원 소스 멀티 유스' 뮤지컬이 창작뮤지컬의 대안으로 자리 잡아 갈 수 있을 것인가, 아니면 '흥행 원작 우려먹기'로 끝날 것인가는 전적으로 뮤지컬로서의 완성도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다.
최원준(㈜파워포엠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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