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지역 6개공구마다 '시간과의 싸움'
지난달 하순부터 시작된 홍수기를 맞아 낙동강 살리기 사업이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각 공사장마다 폭우나 태풍 등에 대비해 가물막이 철거 및 준설토 처리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것이다.
제때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자칫 큰 비가 내릴 경우 준설토가 빗물에 휩쓸려 강으로 유입돼 수질오염이 우려되는데다 가물막이 등으로 인해 강물 흐름에 지장을 줘 제방 붕괴 등 대형사고가 걱정되기 때문이다. 홍수에 대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낙동강 살리기 사업 각 보(洑) 공사 현장들을 긴급 점검해봤다.
◆상주보(33공구)
"어렵고 힘든 1단계 공정을 일단 다 마쳐 한숨 돌렸습니다. 이제는 장마철 홍수기에 대비한 가물막이 철거 등에 힘을 쏟고 있습니다."
33공구 상주보 현장 현대산업개발(주) 강성호 소장은 "가물막이 철거 공사를 더 빨리 끝내라"라고 현장 직원들을 독려했다. 상주보 공정률은 6월말 현재 31.25%. 목표로 잡은 30%를 약간 넘어섰다. 지난달 10일까지 콘크리트 구조물 공사를 완료한데 이어 28일까지 가물막이용 시트파일 2천960개를 제거했다. 강 소장은 "강바닥을 보는 것도 오늘(지난달 29일)이 마지막"이라며 "내일부터는 가물막이를 제거하면 가동보 주변의 강바닥이 강물로 뒤덮여 더 이상 강바닥을 볼 수 없게 된다"고 설명했다.
하천 공사의 가장 큰 위험은 통수문제. 하지만 본격적인 장마가 닥치지 않아 상주보 공사 현장에서 강물의 흐름이 어떻게 될까에 대해서는 판단을 하기 이르다. 보 공사를 하지 않는 7월부터는 준설토 처리 작업에 치중하고 있다. 상주보 공사현장 준설토는 모두 2천120만㎥다. 6월말 현재 642만㎥를 완료해 30.3%의 공정이 끝났다. 준설토는 상주시에서 마련한 도남지구에 270만㎥를 적치하고 있다. 나머지는 농지 리모델링 9개 지역에 1천390만㎥를 사용하고 87만㎥는 상주시에서 현장에서 매각하고 있다. 상주보 하류 곳곳에는 준설토 공사를 위한 소규모 가물막이들이 눈에 띈다. 준설작업으로 하류지역에서 강물의 탁도가 높아질 것이란 환경단체의 지적도 있지만 강 소장은 "규정치 밑이어서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낙단보(32공구)
"낙동강 살리기 보 건설현장 가운데 우리 32공구가 가장 공사 진도가 빠릅니다." 상주시 낙동면과 의성 단밀면을 잇는 낙단보 건설현장은 차분하게 공사가 이뤄지고 있다.
수개월전 보 공사를 위한 터파기를 할 때 "우르릉 꽝! 꽝!"하면서 바위를 깨뜨리던 현장과는 딴판이었다. 길이 142m 규모의 가동보가 완료되고 3개의 수문도 달았다. 낙단보 건설현장 두산건설(주) 이종열 공무부장은 "애초 6월말까지 1차 다기능보 설치를 완료하는 등 목표한 공정률은 29%였으나 현재 공정률이 40%에 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낙단보는 올해 우기(雨期) 전까지 주요 공정 40%를 완료한 데 이어 연말까지는 60%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우기 전까지는 95%의 공정률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낙단보 공사현장 준설토 1천617만㎥ 중 현장에서 167만㎥를 사용한다. 승마장 등 공공사업용으로 10만㎥, 고수부지 적치용 70만㎥, 농지리모델링용 940만㎥이며 나머지 430만㎥는 인근에 적치한다. 현재로서는 강변에 적치하지 않아 장마철에도 크게 문제는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인근 농민들은 농지리모델링 규모를 확대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낙동지구에서 비닐하우스 농사를 짓고 있는 농민들은 "농지리모델링용으로 부적합한 흙을 공급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고 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두산건설 이 부장은 "영농지역의 표토를 걷어내 보관해두고 준설토를 속에 넣은 후 표토로 덮는 형식으로 추진돼 별다른 문제점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미보(30공구)
"장마 전 1단계 구조물 공사를 끝내기 위해 철야 작업도 불사하며 숨가쁘게 달려 온 덕분에 가물막이를 철거하는 등 홍수에 대비할 수 있게 됐어요"
구미시 해평면 월곡리 구미보 현장은 홍수에 대비해 가물막이 철거작업과 배수로 보수, 배수펌프장 가동여부 확인 등으로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기초공사가 한창이던 올 봄과 달리 총연장 640m의 구미보 중 1단계 공사로 수문(가동보) 2개를 포함해 높이 11m 길이 380m 규모의 보가 완성됐다.
1단계 구조물 공사를 끝낸 현장 곳곳에는 하상바닥 정리와 배수로 정비, 배수펌프장 가동 여부 확인 등 홍수에 대비에 주력하느라 현장 인력들은 구슬땀을 흘렸다. 부산지방국토관리청 곽재익 감독관은 "건설현장 모든 인력이 홍수 대비 단계별 행동요령을 숙지해 홍수에 적극 대처하고 있다. 물이 넘치도록 설계된 가물막이도 있는 것 보다 없는 것이 더 좋겠다고 판단해 주말까지 철거를 완료할 예정"이라고 했다.
강 바닥을 파내는 준설공사도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2대의 준설선에서 하루 3천㎥ 이상 골재를 파내 덤프차로 인근 3곳의 농지 리모델링 현장으로 보내고 있다. 준설토의 99%가 즉시 반출돼 현장에서 종전과 달리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준설토를 찾아볼 수 없다. 현재까지 30공구 현장 총 준설량 1천4502만㎥ 가운데 460만㎥의 준설토를 준설해 31.7%의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 포스코건설 김선재 공무팀장은 "보 공정률만 60%의 진척을 보이고 있고 전체 공정률도 31%가량 진행한 상태"라며 "여름철에는 준설작업에 주력하면서 홍수 대비에 만전을 기할 생각"이라고 했다.
◆칠곡보(24공구)
지난 30일, 1단계 공사가 끝난 칠곡군 약목면 관호리 칠곡보 공사현장. 무더운 날씨 속에 안전모를 쓴 공사 관계자들의 손길이 어느 때보다도 바빴다. 장마철을 앞두고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30일까지로 예정했던 가물막이 철거작업 때문이다. 칠곡보 공사를 맡은 대우건설 관계자는 칠곡보 현재 공정률은 26%라고 밝혔다.
전체 보 길이 400m 가운데 270m 구간의 공사가 끝나 3개의 수문 중 2개가 설치됐다. 칠곡보 높이는 25.5m. 7천500만t의 물을 가둘 수 있으며, 물을 담아두는 고정보와 홍수 때 수위를 조절하는 가동보로 이뤄져 있다.
대우건설 측은 30일 공사 현장을 정리해 수문 2개를 모두 올려놓았기 때문에 전체 400m 중 210m 너비만큼 물이 내려갈 수 있어 장마철 홍수에도 물흐름에는 지장이 없을 것이라고 했다. 또한 수해에 대비해 가물막이 2개소를 철거하고, 주 수문 2개소를 개방하며 유수 전환지 120m를 확보한 가운데 제방 등 침식 방지용 마대쌓기 작업까지 마쳤다고 밝혔다.
◆강정보(23공구)
30일 현재 강정보 전체 공정률은 32%로 낙동강 구간 중 공사 진척도가 빠른 편이다. 콘크리트 타설공사의 경우 16만5천㎥ 중 51%인 8만5천㎥를 마쳤으며 준설토 반출도 준설선 8대를 투입, 하루 10만㎥의 모래·자갈 등을 퍼내고 있다. 인근에 취수장이 많은 탓에 수심이 깊어 낙동강 구간 중 가장 많은 준설선을 확보, 우수기전인 6월말까지 1단계 공사 목표의 120%를 넘어섰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특히 강정보는 장마철 홍수에 대비, 가물막이 높이를 24m에서 15.5m로 9m를 낮춰 홍수·폭우 때는 가물막이 위로 강물이 넘치도록 조치했다. 이는 보 상류에 대구시민 수돗물의 70% 이상을 공급하는 문양·매곡 정수장 등이 있어 취수 가능 수위를 고려한 조치다. 또 보 구조물이 들어서 강폭이 좁아진 것에 대비해 강 우안에 깊이 6~8m, 폭 380m의 임시 우회 수로를 만들어 통수 단면적을 크게 늘렸다. 최병습 강정보건설단장은 "강정보 구간은 하천 내에 준설토를 쌓아둔 곳은 없고 전량 외부로 반출했다"며 "통수단면적도 7천700㎡로 기존 6천900㎡ 보다 110% 이상 확보된 상태로 '루사'나 '매미'같은 태풍이 오더라도 범람이나 홍수피해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달성보(22공구)
30일 기준으로 달성보 공정률은 31% 정도다. 1단계 보 구조물 공사는 완료됐지만 준설토 작업은 40%로 타 공구에 비해 늦은 편이다. 이현노 달성보건설단장은 "지난 16일 보 가물막이 철거작업과 주변 공사장 정비를 낙동강 공구에서 가장 먼저 마쳤다"며 "우수기를 맞아 보 옆 호안옹벽 및 어도 공사 등 홍수 때 강물의 흐름에 지장이 없는 공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22공구 경우 최근 하청업체인 S토건이 자금난으로 인한 임금체불 등으로 준설토 운반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공사 일부가 10여일 동안 중지되기도 했다. 29일 원청업체인 현대건설과 장비업체간의 합의로 공사가 정상화되기는 했지만 장마철 폭우 등으로 인한 토사유출 및 공기 차질이 우려됐다.
이에 대해 이 단장은 "하청업체 S토건의 임금체불은 낙동강 공사 때문이 아니라 S토건 본사의 자금난 문제로 벌어진 일"이라며 "공사중지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이로 인한 공기차질 등은 걱정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22공구의 경우 인근 구지 국가산업단지 보상공사가 제대로 진척되지 않아 낙동강 구지구간 준설작업은 9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칠곡·조향래기자 bulsajo@msnet.co.kr
상주·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달성·박용우기자 ywaprk@msnet.co.kr
구미·정창구기자 jungc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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