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확한 물가 조사가 국가 경쟁력 높인다

입력 2010-07-01 07:49:00

지난해 489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전체 '소비자물가지수'가 2.8% 올랐다. 이 중 자장면, 삼겹살, 생맥주 등 사람들이 외식하면서 잘 사먹는 39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 '외식물가지수'는 전체 평균치보다 높은 3.9%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특히 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이나 계절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1개 품목으로 구성된 '신선식품지수'는 전체 평균치보다 훨씬 높은 7.5%의 상승률이었다.

개별 품목별로 보면 귤(37.9%), 명태(37.1%), 자전거(21.3%), 금반지(29.3%) 등이 20% 이상 크게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자전거는 2007년 3.4%에 불과하였으나 2008년 22.7%에 이어 2년 연속 20%대를 기록했다. 반면 등유(-21.5%), 자동차용 LPG(-17.4%), 경유(-13.0%), 텔레비전(-8.8%), 밀가루(-8.6%) 등은 가격이 많이 떨어졌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의 물가 상승률은 외국과 비교하면 높은 수치다. 지난해 기준으로 프랑스와 영국, 싱가포르는 각각 0.1%, 2.2%, 0.2%의 물가 상승률을 보였다. 미국(-0.4%), 일본(-1.4%), 대만(-0.9%)은 오히려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였다. 작년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낮은 이유는 미국에서 발생한 금융위기의 여파로 경기가 침체됐기 때문이다.

소비자물가 통계는 매달 발표되는데, '물가 상승률이 너무 낮게 작성된 것이 아닌가?' 하고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다. 통계청에서 발표하고 있는 소비자 물가가 사람들이 시장에서 물건을 구매할 때 느끼는 체감물가와 다르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은 것이다. 왜 그럴까?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통계청에서 물건값이 올랐는지 조사할 때 제품의 '품질 향상에 따른 가격인상분'에 대해서는 물건값이 올랐다고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자동차 기능이 좋아져 가격이 오른 경우는 올랐다고 보지 않는 것으로 처리하고 있다. 그런데 일반사람들은 대체적으로 제품의 품질 향상에 따른 가격 인상을 물가 상승으로 느끼는 경향이 있어 지수물가와 체감물가 간 괴리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와 관련 통계청의 물가 조사원들은 가격 자료를 수집할 때 품질이 좋아져 가격이 오른 것인지 아니면 업체에서 이득을 더 내고자 가격을 올린 것인지에 대해 매우 민감하게 접근하고 있다. 특히 농산물에 대해서는 크기와 무게를 일관성 있게 하기 위해 줄자와 저울을 항상 휴대하여 조사하고 있다. 조사할 때마다 규격과 중량을 달리하게 되면 그 통계는 전혀 쓸 수가 없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이 느끼는 가격이 평균가격과는 다르다는 점을 간과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전체 가구가 소비한 품목을 대상으로 측정한 평균값이기 때문에 개별 가구가 자기 형편에 맞추어 느끼는 개별물가 변동과는 다르다. 예를 들어 휘발유값이 오르는 경우 승용차가 없는 가정보다 승용차를 가지고 있는 가정에서 물가가 많이 올라간 것처럼 느낄 수 있다.

마지막으로 소비자물가지수는 기준시점과 비교시점을 놓고 가격변동을 계산하지만 체감물가는 개인들이 물건값이 가장 쌀 때와 현재를 비교하는 경향이 있다. 더욱이 개인이 느끼는 체감물가는 가격변동 외에도 생활수준이 좋아지고 가구 구성원이 늘고 자녀가 성장함에 따라 소비 지출이 늘게 되는 데 따르는 지출액 증가분까지 물가 상승으로 포함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안정되어 있는 상품 가격에는 무관심하고 오르는 것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더 잘 인식한다. 이와 같은 심리적 요인도 체감물가와 물가지수의 괴리가 커지는 데 크게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통계청의 물가 조사요원들은 매달 한 명당 약 160여 개의 점포를 일일이 방문해 489개 품목에 대한 가격 자료를 수집하고 있다. 가격 자료를 정확하게 수집하는 일이 국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생각에 지금 이 시간에도 재래시장, 대형소매점, 백화점, 음식점 등을 빠짐없이 찾아다니고 있는 것이다. 정확한 물가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많은 협조가 절실히 요구된다.

최봉호 동북지방통계청장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