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고물가·고금리 대비 재테크 전략
2010년의 반환점을 도는 시점이지만 여전히 돈 굴리기가 쉽지 않다. 상반기 기업 실적은 좋았지만 유럽 재정 위기에 흔들리며 주가는 롤러코스터를 탔고, 전반적인 경기 회복에도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용 부진이 계속되며 길을 찾기 힘들다. 다행히 하반기 증시는 상반기보다는 나아질 전망이다. 유럽 재정위기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고, 기업 실적이 나아지고 있다는 게 이유다. 전문가들은 기준 금리 인상과 물가 상승 압력에 대비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하이투자증권 이승수 상인지점장은 "유럽발 재정위기 확산 등으로 금리인상 시기가 다소 늦춰졌지만 하반기에는 고물가, 고금리 상황에 대비한 재테크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원자재로 물가상승 리스크 줄이기
물가가 심상치 않다. 지난달 생산자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6%, 소비자물가지수는 2.7% 올랐다. 중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도 19개월 만에 최고치인 3.1%를 기록했다. 하반기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처럼 물가 상승에 대비하는 가장 대표적인 방법은 실물자산인 '원자재펀드'나 '물가연동채권펀드'에 투자하는 것이다. 금, 천연가스, 원유, 비철금속 등 원자재는 물가가 오르면 가격이 동반 상승하는데다 금리 인상의 영향도 거의 받지 않는다. 원자재 펀드 가운데 '금펀드'는 올 들어 수익률이 가장 높고 금과 석유, 가스 광물 관련 기업에 투자하는 '천연자원펀드'도 양호한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나 원자재펀드는 투자 대상에 따라 변동성이 크기 때문에 단일 자산에 몰아넣기를 하는 것은 위험하다. 이승수 지점장은 "주식과 채권을 절반 정도씩 투자하는 것이 적절할 것"이라며 "채권도 일반 채권형 상품과 MMF 등 단기 상품에 반반씩 넣고 주식도 일반 주식형 상품과 원자재 상품 등에 반반씩 가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각국에서 발행되는 물가연동국고채에 투자하는 채권형 펀드도 유용한 수단이다. 물가연동국고채는 채권의 원금과 이자 지급액을 물가에 연동시키는 채권으로 물가가 오르는 만큼 수익을 낸다. 경기 회복세를 감안해 명품 제조업체에 투자하는 럭셔리 펀드 등도 유망하다. 장기적으로는 농수산물 산업 관련 인플레이션에 대비할 수 있는 농산물섹터펀드나 실물자산펀드, 인프라펀드 등에 관심을 두는 것도 좋다. 금리 인상에 대비해 변동금리의 실적배당형 상품도 유리하다. 김대열 하나대투증권 펀드애널리스트는 "단기적으로는 물가연동채권펀드나 금리에 더해 추가수익이 가능한 공모주펀드, 절대수익추구형 펀드 등에 투자하면 낮아진 채권수익률을 보전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추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반기 주식 투자, 수출주를 노리자
주요 증권사들은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낮게는 1,500선에서 높게는 2,100선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대체로 3분기까지는 상승한 뒤 연말로 갈수록 상승세가 둔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이투자증권 대구지점 홍영기 이사는 "유럽 쇼크나 중국의 긴축 정책에도 불구하고 각국의 경기선행지수 흐름으로 볼 때 점진적인 상승장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하반기 유망주로 실적 상향 추세가 뚜렷한 IT, 자동차 등 주요 수출주를 꼽았다. 건설, 제약 등 저평가된 내수주와 중국 관련주도 유망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철강, 기계 등 일부 소재 업종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우리투자증권은 올 하반기 코스피지수가 3분기까지 상승한 뒤 4분기부터 무뎌질 것으로 예상했다. 강현철 연구원은 "투자심리 측면에서는 남유럽발 위기로 인해 상대적으로 재정건전성이 양호한 한국 등 아시아 지역에 대한 투자매력이 시간이 지날수록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실적 모멘텀이 살아있는 IT나 화학, 중국주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삼성증권은 3, 4분기까지 실적이 긍정적일 것으로 보이는 IT, 자동차, 화학 등 대표업종과 중국주, 은행·보험 등 금융주가 유망할 것으로 분석했다. HMC투자증권은 IT, 산업재 등 섹터와 화학, 철강 등 업종에 비중을 늘릴 것을 충고했다. 신한금융투자 박효진 연구원은 "반도체와 자동차 중심의 글로벌 경쟁력 우위가 높은 업종 대표주들의 주도적 흐름이 계속될 것"이라며 "통신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수 관련주는 업종 대표주로만 집약해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펀드는 성장형이 유망
하반기 펀드는 해외 펀드보다는 국내 주식형 펀드 투자가 유망하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특히 IT, 자동차 등 수출 기업들의 실적이 올해 3, 4분기 정점에 다다를 전망이어서 성장형 펀드에 관심을 두는 것이 낫다는 것. 성장주 펀드는 시장 상황에 따라 투자 전략을 변경하는 적극적인 운용을 하는 만큼 상승장에서는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다. 상반기 투자매력이 컸던 가치주펀드는 지수가 박스권에 머물 경우 하락장에서도 위험을 분산할 수 있다. 배당주펀드는 배당수익률이 높은 종목에 집중 투자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적다. 그러나 연말 배당 시즌에는 돈이 몰리기 때문에 11월쯤 미리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이 좋다. 하나대투증권은 최근 '2010년 하반기 펀드 투자전략' 보고서를 통해 "올 하반기는 악재에 대한 내성 강화와 함께 증시여건이 개선되면서 성장형펀드 스타일에 대한 매력이 부각될 것"이라며 "가치형펀드는 주식시장의 상승국면에서는 다소 부진할 수 있지만 중소형주의 편입 비중이 높고 저평가 종목들의 시세집중 현상을 고려할 때 장기적 관점의 접근이 가능하다"고 조언했다. 해외펀드는 비중을 줄이면서 위험 관리 차원의 자산 배분처로 압축하는 것이 좋다. 많이 손해 본 펀드를 무조건 안고 있기보다는 수익률 개선이 높은 국내 주식형펀드로 갈아타는 전략이 유리하다는 것이다. 우리투자증권은 "매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기업이 많고, 설비자산, 임금, 광고비 등의 기업투자가 큰 우량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게 좋다"고 밝혔다.
장성현기자 jackso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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