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진의 '과학으로 진화하는 축구'] ⑨승부차기

입력 2010-06-28 09:39:41

슈팅 정확도·속도가 골 좌우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팀은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승부차기로 가려졌다. 프랑스의 트레제게가 실축하면서 이탈리아가 우승컵을 차지했다. 2002년 월드컵 8강전에서 한국은 스페인을 승부차기로 제압, 4강 진출의 신화를 달성했다. 승부차기가 월드컵에 처음 도입된 것은 1970년 멕시코월드컵이었으나 실제 승부차기가 적용되어 승부가 가려진 첫 번째 경기는 1982년 스페인 월드컵 독일-프랑스의 4강전이었다. 이때부터 독일은 월드컵에서 가진 승부차기에서 모두 승리하는 뛰어난 집중력을 자랑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3차례의 승부차기에서 모두 패해 유독 운이 없는 팀으로 기록되고 있다.

승부차기의 결과는 선수들에게 잔인하다고 할 정도로 심리적인 부담이 주어지기 때문에 의외의 결과가 나타나는 경우도 많지만, 슈팅의 정확성과 속도, 골키퍼의 방어능력에 의해서 결정된다. 축구선수의 최고 슈팅 속도는 브라질의 '킥의 명수' 카를로스가 기록한 시속 150㎞로 알려져 있다. 일반선수들은 시속 80~100㎞, 국가대표선수들은 시속 120㎞ 내외를 나타낸다. 따라서 11m의 페널티킥 거리를 고려할 때 공의 통과시간은 약 0.30~0.39초 정도가 소요된다. 골키퍼가 슈팅을 막아내는데 중요한 요인에 해당하는 반응시간을 측정한 결과 손만을 움직이는 반응시간의 경우 일반적으로 0.20~0.35초 정도가 소요되는데, 몸 전체를 움직여서 막아야 하기 때문에 반응시간은 더욱 많은 소요시간을 요구한다. 즉 골키퍼가 막아내야 하는 좌우 폭 7.32m의 절반인 3.66m 범위의 움직임이 요구되는 반응시간은 0.42~0.50초를 나타냄으로써 페널티킥의 경우 시간상으로는 정면으로 날아오는 슈팅 이외에는 거의 방어가 불가능하다. 따라서 페널티킥의 경우 정확성만 높으면 일반적인 수준의 슈팅속도로도 충분히 성공시킬 수 있다. 차는 사람의 심리적 상태는 실제로 성공률에 영향을 미친다. 골키퍼를 쳐다보지 않고 가능하면 빨리 볼을 차야 하며,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먼저 킥을 하는 팀이 유리한 것으로 간주되고 있는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4차례 승부차기에서 먼저 킥을 한 팀이 모두 이겼다. 페널티킥은 슈팅보다 골키퍼가 먼저 움직일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골키퍼들은 슈팅을 하려는 순간 한쪽을 포기하고 한쪽만 방어하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 눈으로 어느 쪽인지를 판단할 수 없을 정도의 순간적인 상황에서 킥이 실시된다.

그런데 실제 승부차기에서 성공률이 100%가 아닌 것은 방어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골키퍼가 양발을 벌리고 양팔을 좌우로 뻗으면 그 폭은 약 2.5~2.7m이며 좌우로 한발 정도를 움직이는 반응을 수행할 경우 약 2m 정도 그 폭이 넓어진다, 이렇게 되면 볼의 속도를 고려한 반응시간 범위 이내의 방어 폭은 전체적으로 4.5~4.7m이므로 슈팅은 좌우 골포스트를 중심으로 1.4~1.5m의 위치로 이루어질 경우를 제외하고 정면으로 오는 것은 방어가 가능하다.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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