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야 중심 무너지는 노인성 질환 '황변변성'

입력 2010-06-28 08:00:34

40, 50대 당신, 시야 앞에 '검은 먹구름'이…

노인성 안과 질환으로 알려진 황반변성이 40, 50대 중장년층에서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한국망막학회가 지난 10년간 안과를 찾은 환자의 차트를 분석한 결과, 황반변성 환자가 10년 전에 비해 7.4배 증가했으며, 특히 40, 50대 중·장년층의 발병률은 무려 9배나 급증했다는 것. 황반변성은 녹내장, 당뇨병성 망막증과 함께 국내 3대 실명 질환 중 하나. 서양의 경우, 이미 노인 실명 원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에선 황반변성에 대한 인식조차 부족한 실정. 한국망막학회가 실시한 황반변성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응답자 10명 중 9명이 질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시야 중심 무너지는 황반변성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있는 황반에 노폐물이 쌓여 신생 혈관이 비정상적으로 자라나는 질환. 특히 황반은 바라보는 물체의 상이 맺히는 중심부이기 때문에 이곳이 손상되면 시야 중심이 왜곡돼 보인다. 말기까지 진행되면 시야가 검은 부분으로 덮여 일상생활조차 불가능해지며, 결국 실명까지 이르게 된다. 운전이나 독서, TV 시청은 물론 사람의 얼굴마저 인식하기 어려워지고 날이 있는 물건이나 뾰족한 부분을 인식하지 못하게 돼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

황반변성환우회 조인찬 회장은 "상대방을 바라볼 때 가장 먼저 쳐다보는 곳이 얼굴인데, 황반변성은 이 얼굴 부위가 가려져 보이지 않는 질환"이라며, "친한 사람이 인사를 해도 누구인지 알아볼 수 없는 것이 가장 불편하다"고 했다. 조 회장은 1989년 황반변성으로 오른쪽 눈을 실명했으며, 1998년 왼쪽 눈까지 황반변성 진단을 받아 양안 모두 시각장애 판정을 받은 상태다.

영남대병원 안과 장우혁 교수는 "습성 황반변성은 진행이 빨라 치료시기를 놓치면 실명에까지 이를 수 있는 질환"이라며 "눈의 이상 증상을 나이 탓으로 여기거나 단순히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노안으로 생각하고 치료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받고 전문의로부터 빠른 진단을 받은 후 치료하는 것이 최우선으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황반변성 예방을 위한 생활 수칙과 자가진단법

황반변성도 조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시력 손상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일부 환자의 경우 시력 회복까지 가능하다. 장우혁 교수는 "황반변성을 유발하는 원인은 아직까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노화가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 외에도 고지방, 고열량의 식습관, 흡연, 비만, 자외선 노출 등도 위험요인"이라고 설명했다.

황반변성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려면 정기 진단을 해 보는 것이 좋다. 한국망막학회는 바둑판 모양의 암슬러 격자를 통해 '황반변성'을 스스로 자주 진단해 보길 권하고 있다. 먼저 바둑판 모양의 격자를 밝은 빛 아래에서 33cm 정도 띄우고 바라본다. 평소 안경이나 콘택트 렌즈를 착용한 사람이라면 벗지 않고 그대로 검진하면 된다. 한쪽 눈을 가리고 격자의 중심점을 똑바로 쳐다 보고 다른쪽 눈도 똑같은 방법으로 해 본다. 만일 격자가 찌그러져 보이거나 중심에 있는 점이 잘 보이지 않거나 초점을 맞추기 어려우면 황반변성을 의심해 보아야 한다. 비슷한 증상이 하나라도 해당된다면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한다.

◆실명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황반변성 치료법

황반변성의 치료에는 주사제와 레이저 치료, 광역학 요법 등 3가지 방법이 있다. 레이저 치료나 광역학 요법은 황반변성으로 인한 시력 상실의 속도를 늦추거나 이미 손상된 시력을 유지하는데 그치지만 안구 내 주사제는 약 90%의 환자에게서 시력 유지에 효과가 있을 뿐 아니라 약 40% 환자는 시력 회복도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초기에는 한 달 간격으로 주사를 하고 이후 경과에 따라 간격을 조절하여 주사를 하고 있다. 다만 현재 주사제는 5회까지만 보험 적용이 이루어져 해당 치료를 지속해야 하는 환자들에게는 여전히 큰 부담이다. 황반변성환우회 측은 주사치료의 혜택을 보려면 보험 확대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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