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봇물, 지역업체엔 '남의 잔치'

입력 2010-06-25 10:29:13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해외여행 수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지역 여행업계는 이런 호황이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해외여행 수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하지만 지역 여행업계는 이런 호황이 '남의 일'일 뿐이다. 예약이 서울 대형업체에 집중되면서 지역업체들은 여전히 불황의 늪을 헤매고 있다. 사진은 한 지역 여행사에서 배낭여행을 상담중인 대학생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여름 휴가 시즌을 앞두고 해외여행 수요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경기침체와 신종인플루엔자 등으로 사상 유례없는 침체를 맞았던 지난해와는 180도 달라진 분위기인 것. 여행업계는 올여름 휴가철 해외여행객 규모가 사상 최대였던 2007년 수준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여행사들은 이런 호황이 '남의 일'일 뿐이다. 예약이 서울 대형업체로 집중되면서 지역업체들은 여전히 불황의 늪을 헤매고 있다.

◆여행예약 줄이어

직장인 강희남(37·달서구 죽전동) 씨는 올여름 아내와 말레이시아 관광을 예약했다. 환율 상승에 경기침체, 신종인플루엔자까지 겹치면서 몇 년째 여름휴가를 국내에서 맴돌았는데 올해는 아내의 성화를 견디지 못해 결국 해외여행을 떠나기로 한 것. 강 씨는 "경기가 나아지는 것을 별반 체감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벌써 3년째 해외여행을 나가보지 못하다 보니 기분전환이 필요한 시점인 것 같아 적자를 감안하고 과감히 떠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박희태(27·대구시 북구 칠성동) 씨는 다음달 5일 유럽 배낭여행을 떠난다. 2년째 미뤘던 배낭여행을 드디어 떠나게 된 것이다. 박씨는 "지난달 하순만 해도 유로화 환율이 1천100원대까지 내려가 있어 부모님을 졸라 허락을 받아냈다"며 "현재 다시 환율이 1천460원대를 넘어서고 있어 부담스럽긴 하지만 이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에 주저없이 떠나기로 했다"고 했다.

하나투어의 해외여행 계약자수는 이달 21일까지 9만9천836명으로 2007년 6월 전체 예약자 수인 9만9천776명을 이미 넘어섰다. 7월 예약자도 7만4천명으로 2007년 같은달 수준을 초과했다. 하나투어는 "지금의 추세라면 휴가철인 7, 8월 해외여행객 수는 2007년을 넘어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모두투어도 비슷한 예상을 하고 있다. 모두투어의 7, 8월 해외여행 예약자만 6만2천100명으로 2007년의 6만1천명을 넘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5배 증가한 수준이다. 모두투어의 여름휴가 예약은 7월 30일∼8월 4일에 20%가 몰려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모두투어는 "남아공월드컵 열기가 식는 이달 말에서 내달 초 예약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2007년 수준을 무난하게 넘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항공권 구하기도 어려워

여행 수요가 폭증하면서 비행기 좌석 구하기는 하늘의 별따기가 됐다. 현재 여행객이 가장 몰리는 7월 말~8월 초의 경우 장·단거리 노선을 불문하고 예약률이 90%에 육박하는 등 좌석을 구하기 힘든 상태. 대한항공 관계자는 "노선별로 예약상황에는 차이가 있지만 해외로 가는 대부분의 비행 좌석이 만석에 가까울 정도로 이미 차 있다"며 "올여름 해외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서둘러 남은 좌석을 확보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밝혔다.

여행 예약이 늘면서 대구시와 각 구청의 여권발급 창구를 찾는 민원인도 늘고 있다. 대구시의 월별 여권 발급 현황을 살펴보면 4월 1만2천744건, 5월 1만3천98건, 6월 20일 현재 9천627건 등으로 매월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올여름 해외여행의 봇물을 이루는 현상에 대해 여행업계는 "지난 2년간 억눌렸던 수요가 폭발하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바닥을 면치 못했던 여행수요는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로 반전되기 시작했다. 올 상반기부터 서서히 풀리기 시작해 이번 휴가철에 정점을 이룬다는 것이다.

◆지역업계엔 찬바람

하지만 여행업계의 이런 '사상 유례없는 호황'은 지역에서는 사실 '남의 일'일 뿐이다. 지역업체들은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역의 여행업체 대표는 "모든 분야에서 '규모의 경제' 논리가 심화되면서 여행업계에서도 지역의 군소 업체는 살아남기 힘든 상황이 됐다"며 "고작해야 지역에서는 대형 여행업체 상품을 위탁판매하고 수수료를 챙기는 것인데 그마저도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할인 경쟁을 하다 보니 마진이 거의 없다"고 푸념했다.

어차피 해외여행을 떠나려면 인천공항이나 김해공항을 이용해야 하다 보니 지역민이라 할지라도 대부분 서울의 대형업체를 통해 전화나 인터넷 예약을 이용하는 사례가 많다. A여행사 직원은 "인천공항으로 출국하는데 굳이 지역 여행사를 이용할 필요가 없지 않겠느냐"며 "지역 여행사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대구공항 노선이 확충되거나 동남권 신공항 건설이 필요하다"고 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항공사에서는 전세기를 띄워봤자 큰 인기를 얻지 못하고 있다. 관광객들이 서울 업체에 집중되면서 대구 출발 노선은 외면당하고 있는 것. 대한항공은 다음달 21일과 26일 각 중국 홍콩과 장사행 전세기를 대구공항에 취항하지만 아직 예약률은 15% 선에 그치고 있다. 다른 노선들이 90%를 넘어서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지는 수치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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