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인간이 사육한 최초의 동물이다. 기원전 9,500년경에 페르시아에서 개를 사육했다는 동굴 기록이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신석기 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개의 뼈가 여러 곳에서 출토됐다.
인간이 기르는 가축은 지역이나 풍토에 따라 일을 시키고 사냥에 도움을 받고 집이나 약한 가축을 맹수로부터 보호하고, 털을 깎아 옷을 만들거나 젖을 짜서 먹는 데 이용했다. 가축이 많아지거나 늙어서 소용이 없어지면 잡아서 먹는 게 보통이었다. 문화나 종교적 이유로 특정한 가축을 죽이거나 먹는 걸 금지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는 문명의 우열이나 선진성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개고기를 먹는 한국인이나 원숭이를 잡아먹는 중국인은 후진적이고, 말고기를 먹는 백인은 선진적이며, 소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이나 돼지고기를 먹지 않는 인도인은 우매하다는 식의 이야기는 성립될 수 없는 것이다.
보신탕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개장국은 한국인의 대표적인 여름 음식이다. 프랑스 여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를 비롯한 동물 애호가들의 비난, 애견 인구 급증에 따른 혐오 문화 확산 등으로 한때 여론의 공격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개장국으로 여름 더위를 이겨내는 습속은 뿌리가 단단해 많은 전문식당들이 곳곳에서 성업중이다.
여름에 개고기를 먹는 건 오행의 이치와 닿아 있다. 여름은 화(火)의 기운이 극성해 불에 약한 금(金)의 기운이 쇠퇴한다. 신체에 오행이 맞지 않으면 심신의 불균형을 가져오므로 여름에는 금의 기운을 보강해줘야 하고, 이를 위해 금의 기운이 왕성한 개고기를 먹는다는 것이다.
조선시대 음식관련 서적인 임원십육지, 증보산림경제, 규합총서, 음식지미방 등에는 개고기로 만드는 음식에 대해 많이 다루고 있는데 조선 후기로 오면 소나 돼지, 닭 등의 육류 요리 가운데 비중이 결코 떨어지지 않아 여름 보신 음식으로 널리 퍼져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대부분의 음식서들이 개고기를 찌거나 끓여 먹는 방법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비해 '오주연문장전산고'에는 구이와 포 만드는 법, 다리'꼬리'입술로 만드는 음식 등 독특한 요리 방법도 나온다.
개고기는 특유의 냄새 때문에 많은 요리서에서는 여러 차례 깨끗이 씻어야 한다고 권하는데 '규합총서'에서는 '씻으면 오히려 냄새가 나니 날 차조기 잎을 넣어 냄새와 독을 없앤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봄에 눈이 붉은 개는 미치려 하는 것이므로 먹지 말고, 9월에는 먹지 말며, 매달 술(戌)일에도 먹지 말라'고 했다. 개고기의 영양을 높이기 위해 '개에게 닭 한 마리를 먹여 5, 6일 후에 잡아서 청장, 참기름과 함께 작은 항아리에 넣어 밀봉해 중탕한다'는 방법도 소개하고 있다.
여러 요리서에는 개를 잡을 때 외상이 나게 잔인한 방법으로 죽이지 말아야 하며, 고기를 썰 때는 칼을 대지 말고 반드시 손으로 찢어야 하며, 찔 때는 아무 나무나 쓰지 말고 곡식을 담던 짚섬으로 서서히 불을 때야 한다는 등의 방법이 전한다. 개고기의 양념으로는 오훈오신(五五辛)이라고 해서 겨자, 생강, 고추, 마늘, 후추, 파 등 맵고 자극적인 양념은 모두 동원됐다. 여름에 떨어져 있는 식욕을 자극하기 위해서임이 틀림없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참고:우리 음식 백가지, 한국인의 음식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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