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동경하면서도 어려워하는 것이 원만한 인간관계다. 인간관계의 대부분은 말을 통해 형성되지만 우리 사회는 말하기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그래서인지 가정이나 사회에서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못해 어려움이나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말하기 교육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원만한 대인관계를 형성하지 못해 사회생활에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성공한 사람들 중에는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구사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들의 능력도 타고난 것은 아니다. 윈스턴 처칠도 처음에는 타인 앞에서 말을 하는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철저한 준비로 꾸준히 노력한 결과 훌륭한 연사가 되었다. 우리는 래리 킹이나 오프라 윈프리처럼 말 잘하는 것도 파워인 시대에 살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멋진 연설 솜씨로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까지 됐으니 말이다!
우리 사회는 유교의 영향으로 권위적인 언어가 발달했다. 윗사람이 논리적 설득 없이 명령이나 권위로 아랫사람을 제압하고 복종시켰다. 특히 학교나 직장, 법정처럼 수직적인 관계가 명확한 곳에서는 아랫사람의 의사 개진이 쉽지 않다. 그러나 '권력자로서의 지위'를 이용하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효율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구성원 간의 소통과 통합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오히려 '목소리 큰 사람이 이긴다'는 우리 사회의 미성숙한 단면을 반증하는 꼴이다. 계층적인 명령 구조에 의존하는 것은 능력주의 사회에 부적절하다. 말의 내용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전달하느냐는 형식도 중요하다. 강압적인 용어로 상대를 억누르고 암묵적인 동의를 얻는 방식으로는 결코 진정한 승자가 될 수 없다.
날로 치열해지는 경쟁 시대는 '비난하는 말하기'를 부추겼다. 자신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 상당한 내공(內功)이 요구되지만 타인을 비난하고 폄훼하는 것은 손쉬운 방법이다. 각 정당의 대변인들은 늘 상대 정당을 헐뜯고 비난하는 날선 공방으로 브리핑을 한다. 때로는 그 정도가 심해서 민생 안정보다 상대방을 못된 존재로 부각시키는 것에만 골몰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대방과 소통하려는 자세 없이 일방적으로 자신의 말만 내뱉고 마는 언어 태도는 우리 사회를 더 황폐하게 만든다.
교육 일선에 있으면서 누가 묻지도 않았는데 "지방대니까…안 돼요"라는 식의 자발적 부정을 하는 학생들을 마주칠 때가 있다. 자존감의 결여 여부는 단적으로 말을 통해 드러난다. 스스로를 존중하지 않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인정받기 힘들다. 영국 방송인 빌 맥파런은 '분홍 코끼리 몰아내기'에서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심코 사용하는 나쁜 부정적인 언어를 버리고 밝고 긍정적으로 표현할 것을 충고한다. 그는 "내 얘기가 지겨운가요?"라는 물음에 "지겹지 않습니다"라는 대답보다는 "얘기를 좀 더 듣고 싶습니다"라는 긍정적인 표현을 하도록 조언한다.
영국 정치가 필립 체스터필드는 아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신뢰받는 인간관계의 비결로 예절바른 대화법을 권유하였다. 우리는 자라나는 세대에게 늘 공부할 것을 요구하면서도 정작 인간관계와 같이 중요한 가치에는 소홀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말은 '아 해 다르고 어 해 다르다'는 속담처럼 작은 변화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영업 초기에는 물건 판매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판매왕에게 찾아가서 논리적인 판매 기법을 습득한 결과 지금은 하루에 8억원을 버는 사나이가 되었다. 그는 '나는 나를 좋아해'라는 말을 많이 하라고 권유한다. 우리 사회에 팽배한 권위적인 말이나 비난하고 부정적인 말 대신 청유형, 나 전달법, 칭찬하기, 긍정적인 어휘를 사용해 보자. 청유형은 상대방에게 그의 의견을 존중하는 느낌을 주고 듣는 사람의 관여를 높일 수 있다. 또는 '네가 한 행동이 이러한 결과를 가져와서 나의 마음이 이러하다'라는 나-메시지 전달법으로 말해보자. 상대에 대한 비난은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이라도 반발심을 일으키게 하지만 나-전달법은 상대의 분노를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나의 언짢은 기분을 잘 전달할 수 있다.
언어는 자신의 경험, 환경, 지식, 가치관, 인격 등이 융합되어 만들어진 산물이다. 언어는 자신의 인생의 척도가 된다. 타인을 배려하는 긍정적인 언어 사용은 우리를 생산적이고 성공적인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송석화 대구가톨릭대 취업교육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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