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금 3번 케이블카에 주문하신 과자를 보냅니다."
21일 오전 10시 20분 대구시 동구 용수동 팔공산 시설지구의 팔공산 케이블카 출발역. 위쪽으로 올라가는 케이블카에 운행 담당 직원이 과자 한 봉지를 들고서 정상역에 전화를 걸었다. 과자를 담은 케이블카는 출발역을 벗어나자 빠른 속도를 내며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1년 365일 외줄에 매달린 케이블카와 함께 웃고 우는 이들이 있다. 팔공산 케이블카 운영부와 정상역 편의시설 근무자들에게는 출·퇴근부터 물건의 운반까지 책임지는 케이블카가 너무나 편안한 교통수단이다.
1985년에 만들어진 팔공산 케이블카는 해발 350m인 출발역에서부터 820m 정상역까지 1.2km 구간을 8분 만에 이동한다. 한 번에 6명이 탈 수 있는 차량 25대(예비 2대 포함)는 주중 하루 평균 500명, 주말에는 2천명을 실어나른다.
정상역 식당과 기계 운영부 직원 등 12명은 매일 오전 9시40분 케이블카를 타고 근무지로 이동한다. 식재료나 가스통 등 크기가 큰 물건은 화물 케이블카의 몫이다.
매표소 한 직원은 "바람이 많이 불거나 벼락, 번개가 치는 등 특수한 날씨때를 제외하고는 항상 케이블카를 탄다"며 "매일 걸어서 출·퇴근했다면 이미 전문 등산가가 됐을 것"이라고 농담을 던졌다.
정상 식당에서 일하는 강선옥(49·여)씨는"처음 한 달은 케이블카를 타기가 무서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괜찮다"며 "케이블카를 타기 두려워하는 이용객도 내 경험과 케이블카의 안전성에 대해 듣고 나면 안심하더라"고 말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다. 운영부 이종민 팀장은 "지난해 7월 퇴근하던 중 낙뢰가 치면서 갑자기 케이블카가 멈춰 5분 동안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면서 "18년을 근무했지만 그 순간만큼은 얼마나 떨었는지 모른다"고 했다.
케이블카 운영 직원들은 25년 된 시설이지만 날씨로 인한 정전 외에 한 번도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자부심으로 갖고 있다. 운행 중단 시간에 혹시나 기계에 이상이 생길까 정상역에서는 매일 한명씩 당직을 선다. 산에서 혼자 밤을 새는 것이 두려울 법도 하건만 운영부 김강재(26)씨는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지금은 익숙해져서 편안하다"면서 "요즘처럼 더울 때 이곳에서 당직을 서면 시원해서 오히려 더 좋다"고 했다.
직원들은 위험한 순간도 있고, 식사를 하는데 불편이 있지만 평지에서 맛 볼 수 없는 재미가 있다며 만족하는 분위기다. 운영부 서옥숙(38·여)씨는 "남들은 출·퇴근할 때 교통 체증과 매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지만 우리는 케이블카로 팔공산을 구경하고 맑은 공기를 맘껏 마시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며 웃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노경석 인턴기자 nk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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