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5월 5일은 우리 민족이 즐기던 큰 명절인 단오다. 이번 해에는 윤달이 끼여 양력 6월 16일이 단오였다. 요즘 도시생활을 하는 많은 사람들은 단오를 별로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농경사회 때 단오는 대단히 중요한 날이었다. 한해 풍년을 기원하고 여름을 잘 날 수 있도록 준비하면서 떠들썩하게 잔치를 벌였다. 공동육아에서는 단오를 함께 보내면서 우리 정서를 함께 나누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아이들이 준비한 조그마한 마을 잔치로 만들었다.
이번 단오에는 아이들이 준비해 보기로 했다. 단오 관련 그림도 그리고 광목에 옮겨 걸개그림도 만들고 길놀이 때 쓸 만장도 만들고 아이들이 중심이 된 길놀이단도 만들어서 동네에 단오를 알릴 계획을 세웠다. 또한 학교 친구들도 초대해서 단오를 함께 보내면서 그 의미들을 전해 줄 생각이었다. 어른들은 창포를 구해오고, 단오 때 떡메치기를 할 밥을 준비해 주기로 했다.
걸개그림은 아이들과 작은 크기의 천 그림들을 연결해서 만들었다. 저마다 생각하는 단오에 하던 일들을 천에 그려서 서로 붙였더니 단오에 대한 내용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만장 또한 아이들이 생각하는 내용을 그대로 옮겨서 그럴듯한 크기의 만장이 완성되었다. 초등학교 1~3학년 아이들이 교사가 관여하지 않는 틀 안에서 모둠별로 의논해서 아이들이 낸 생각을 결정하고 직접 수작업으로 완성했더니 아이들 스스로 뿌듯해 했다.
길놀이는 우리 악기를 가지고 마을길을 돌아다니며 단오를 널리 알리는 역할도 하고 액을 쫓아내는 행사다. 남자아이들보다는 여자아이들이 더 해보겠다는 생각이 많아서 여자아이들이 주축이 된 길놀이 단이 꾸려졌다. 상쇠도 장구도 북도 징도 모두 아이들이 맡아 연습했다. 지난해 풍물 교육을 받았던 아이들이 이제야 빛을 발하는 느낌도 들고 적극적인 자세로 길놀이를 준비했다. 오히려 아이들 성화에 연습을 더 많이 하게 되고 아이들 스스로 연습을 즐기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복잡한 가락보다는 쉬운 것 위주로 했지만 어우러진 화음은 정말 최고였다. 동네 어른들의 격려 속에 마을을 돌아다닌 아이들은 부끄럼보다는 환한 웃음으로 길놀이를 즐겼다.
단오 날 초대한 친구들과 함께 창포 머리감기도 하고 단오 부채도 만들고 함께 떡메로 떡을 쳐 인절미를 만들어 먹고 동네 어른들에게 떡을 돌리고 우리들이 만든 그림과 만장을 보여주며 옛날 우리 조상들이 즐기던 단오를 한껏 누려보았다.
요즘 초등학생들은 단오를 잘 모른다. 실제로 본 일도 없고 책에서나 본 듯한 일들이 나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조상의 삶과 지혜를 읽을 수 있는 단오는 서양에서 밀려온 각종○○데이라는 기념일에 떠밀려 달력에만 표시된 날로 남겨졌다. 새로운 것들을 받아들이는 것도 무척 중요하지만 전통을 지키고 즐기며 전수하는 것도 자라는 우리 아이들이 배워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김병현(공동육아 방과 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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