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낮엔 성하(盛夏)의 여름날을 연상시킬 정도로 태양이 뜨겁다. 어쩌다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는 걸 잊고 밖으로 나선 날은 손바닥만한 그늘이라도 찾느라고 종종걸음 치다 가진 힘을 다 빼버리게 된다. 아직 6월인데, 이른 장마가 끝나고 난 뒤에 보내야 할 올여름이 조금 걱정스럽다. 그래도, 뜨겁지만 환한 햇살이 지난 봄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시간들을 잊게 해주는 것 같아서 정겹게 느껴지기도 한다.
1810년 6월 19일 독일 함부르크에서 멘델스존의 유명한 e단조 바이올린 협주곡과 슈만의 바이올린 소나타 a단조 op. 105 및 피아노 4중주 Eb장조 op. 47, 피아노 5중주 E 장조 op. 44를 쓰게 영감을 준 비르투오조 바이올리니스트, 페르디난트 다비트(Ferdinand David; 1810.06.19-1873.07.18)가 태어났다. 부유한 아버지 덕분에 훗날 역시 뛰어난 피아니스트로 활동하는 한살 아래 여동생 루이즈(Louise David; 1811-1850)와 페르디난트는 어릴 적부터 본격적인 음악 공부를 받을 수 있었다. 남매는 당시 독일 음악계에서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소문난 슈포어(Louis Spohr; 1784-1859)와 하우프만(Moritz Hauptmann; 1792-1868)에게 음악수업을 받았으며 두 사람 모두 천재적인 재능을 보여주었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 가진 매력은 경쾌한 듯하면서도 e단조 특유의 우울한 바이올린 선율이 처음부터 흘러나오는 것이다. 화려한 오케스트라 연주로 협주곡이 시작되어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깨뜨리면서 놀라운 테크닉이 이어지는 멘델스존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바로 이 천재 바이올리니스트 다비트가 만들어낸 것이다. 그가 멘델스존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극장 오케스트라의 콘서트마스터(악장)로 있었기 때문인 것이다. 다비트의 뛰어난 연주 실력을 보고 감동한 멘델스존이 오늘날 세계 3대 (베토벤, 멘델스존, 브람스) 혹은 4대 (3대에 차이코프스키가 추가된다) 바이올린 협주곡을 그를 위해 쓰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바흐가 죽고 난 뒤인 1802년에야 출판된 6개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를 1843년 일반 청중들 앞에서 연주한 최초의 바이올린 거장이기도 하다.
페르디난트 다비트는 바이올리니스트이면서 2개의 교향곡과 5개의 바이올린 협주곡 등 40여개에 이르는 작품을 남긴 작곡가이기도 했으며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와 슈만의 바이올린 환상곡의 영감이 된 독일 낭만주의 최고의 인기 바이올리니스트 요아힘(Joseph Joachim; 1831-1907)를 길러낸 스승이기도 하다. 아직도 페르디난트 다비트의 '바이올린 교칙본'이 쓰여지고 있을 정도라면 그의 교습방법이 뛰어남을 증명하는 것이다.
어린 리스트가 아버지와 함께 독일로 유학을 떠나 당시 뛰어난 교수로 알려진 체르니를 만나면서 제대로 된 피아노 교수법을 익힐 수 있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페르디난트 다비트라는 위대한 바이올리니스트가 멘델스존과 만나면서 테크닉과 낭만주의적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뛰어난 바이올린 작품들이 탄생될 수 있었던 것이다.
운명은 이렇게 클래식 음악의 역사 속에서 만나야 할 사람들이 삶의 길 어디선가 스쳐지나지 않고 만나서 우리에게 음악의 아름다움에 감동할 수 있는 순간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최영애 영남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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