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가뭄으로 너무 갑작스레 지하수를 많이 퍼올리면서 발생한 인재
지난달 말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과테말라의 수도 과테말라시티에 기괴한 현상이 발생했다. 도심 한가운데에 지름 30m, 깊이 60m의 구멍이 갑자기 생긴 것이다. 외신들은 이로 인해 3층 건물과 3채의 단독건물이 구멍 속으로 빨려들어갔고 최소 1명의 사망자를 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초 중국 쓰촨성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1주일 사이에 크고 작은 구덩이가 28개가 생겼다. 이곳 주민들은 굉음과 함께 지반이 무너져 내려 잠에서 깼다고 증언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는 이 같은 현상은 과연 왜 일어날까. 학계에서는 이를 싱크홀(sink hole)이라고 일컫는다. 지하 암석이 녹아내리거나 기존의 지하 동굴이 붕괴돼 움푹 패인 웅덩이를 말한다. 일반적으로 오랫동안 가뭄이 계속되거나 지나치게 지하수를 빼내 지하수 수면이 내려가는 경우, 지반이 동굴의 무게를 견디지 못해 붕괴하기 때문에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석회암과 같이 용해도가 높은 암석이 분포하는 지역에서 흔히 일어난다.
싱크홀은 지하 암석의 지붕 전체가 지하 공동(空洞) 속으로 갑자기 무너지는 '스토핑'(stoping)과 덜 굳어진 물질이 아래 수직동굴로 이동하면서 천천히 무너지는 '래벌링'(raveling)으로 크게 나뉜다. 최근 발생한 싱크홀은 모두 전자에 해당하는데 예측하기가 쉽지 않아 자칫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싱크홀은 규모에 따라 깊이가 수백m에도 이른다.
최근 잇따라 발생한 싱크홀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직 명확하지 않으나 인재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과테말라 싱크홀의 경우 정부에서 중남미를 강타한 열대성 폭풍이 몰고온 집중호우로 인해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현지 주민들은 부실한 배수체계가 몰고온 인재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과테말라 시티에서는 2007년에도 깊이 100m에 달하는 구멍이 생기면서 20여채의 가옥이 빨려들어가고 3명이 사망한 적이 있다. 당시 노쇠한 배수관이 파손되면서 흘러나온 물이 지반을 휩쓸면서 발생했다. 중국 쓰촨성에 발생한 싱크홀도 오랜 가뭄으로 너무 갑작스레 지하수를 많이 퍼올리면서 발생한 인재라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싱크홀은 어찌 보면 인간의 환경파괴에 대한 자연의 경고인 셈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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