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브샤브. '살짝살짝'이나 '찰랑찰랑'이라는 일본어 의태어에서 온 말이다. 13세기 칭기즈칸이 투구에 물을 끓이고 즉석에서 양고기와 채소를 익혀 먹은 것에서 유래했다. 일본에서 현대적 의미의 샤브샤브 요리가 개발된 후 국내에 알려져 미식가들의 입맛을 당기는 음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샤브샤브라고 하면 쇠고기를 떠올린다. 육수에 쇠고기와 채소 등을 살짝 익혀 먹는 요리로 알고 있다. 기껏해야 해물이나 채소, 꿩 샤브샤브가 알려진 상태다. 대구테크노파크 벤처공장 관리소 직원들이 추천한 '산청솔잎흑돼지'(대구 달서구 호산동)는 샤브샤브 재료로 돼지고기를 사용하는 음식점이다.
사장 박인규씨는 "보통 돼지고기 샤브샤브는 샤브샤브 문화가 발달한 일본이나 제주도에서는 흔하지만 내륙에서는 좀체 찾기 어려운 메뉴"라고 했다. 그렇다면 왜 돼지고기 샤브샤브가 귀할까. 이유는 돼지고기 특유의 잡내가 있어 일반적으로 샤브샤브용으로 맞지 않기 때문이다.
박씨는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주메뉴로 내놓을 수 있는 것은 우리가 취급하는 돼지고기 육질이 그 만큼 뛰어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육질이 좋아 생고기를 코에 가져가도 잡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곳 고기는 경남 산청의 농장에서 직접 가져온다고 한다. 산청솔잎흑돼지는 특허로 등록돼 전국에서 알아주는 명품 돼지고기로, 경남에서 처음으로 무항생제축산물 인증을 받기도 했다. 박씨는 "산청 흑돼지는 서울 현대백화점 본점에 납품될 만큼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박씨의 자랑이 이어지는 가운데 관리소 직원들이 시식을 했다. 그들은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회식을 하는데 그 전까지는 회식 장소로 주로 복어집을 이용하다 이곳 돼지 맛에 반한 이후 단골이 되었다고 한다. 박홍근(34)씨는 "돼지고기인데도 특유의 잡내가 없는 것이 특징"이라며 "부드러우면서도 담백하다"고 했다. 유해정(48'여)씨는 "밑반찬을 무한정으로 제공하는 등 사장님 인심이 후한 것도 이곳을 자주 찾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곳 샤브샤브는 재료가 돼지고기라는 것 외에도 몇가지 특징이 있다. 우선 같이 나오는 '폰즈'라는 양념장이 눈길을 끈다. 이 양념장은 일본 간장에다 무즙과 잔파채가 들어가는데, 일본의 전통적인 샤브샤브 양념장이라고 한다. 톡 쏘는 맛의 일반 양념장과 달리 부드러우면서 달콤한 맛이 강하다. 아이들이나 여성들의 입맛을 고려했다고 한다.
샤브샤브를 다 먹은 뒤에는 김치찌개도 맛볼 수 있다. 샤브샤브를 먹고 남은 육수에다 두부와 파, 묵은지김치 등을 넣고 2, 3분만 끓이면 고소하면서도 얼큰한 김치찌개로 변한다. 일반적으로 흔한 볶음밥보다는 돼지고기의 맛을 그대로 살린 김치찌개가 낫겠다 생각해 고안해낸 것이라고 한다.
이곳은 문을 연 지 7개월 정도 되었는데 초창기에는 손님들이 흑돼지 샤브샤브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간혹 제주도나 일본 등지에서 돼지고기 샤브샤브를 경험한 사람들만 주문했다. 하지만 조금씩 입소문을 타면서 지금은 흑돼지 샤브샤브도 삼겹살 못지 않게 주문이 늘었다.
음식점 곳곳에서 박씨의 세심한 영업마인드를 발견할 수 있다. 특히 서비스가 두드러진다. 손님들이 마시는 물 하나도 남다르다. 팔각(향신료의 일종)과 양파껍질을 삶은 이색 물을 손님들에게 내놓는다. 박씨가 직접 개발한 것으로 솔잎 향이 진하게 나면서 맛이 오묘하다. 박씨는 "요즘은 구기자차나 오미자차도 흔해서 차별화된 물을 고민하다 팔각을 재료로 하는 물을 생각하게 됐다"며 "손님 10명 중 8명은 무슨 차냐고 묻는다"고 했다. 또 손님 중 여성들에게는 와인도 한잔씩 무료로 제공한다. 흑돼지 샤브샤브 1인분 7천원, 채소 추가 2천원. 053)585-8685.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문재인 "정치탄압"…뇌물죄 수사검사 공수처에 고발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대법, 이재명 '선거법 위반' 파기환송…"골프발언, 허위사실공표"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