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철칼럼-지방도 잘 살 수 있다(10)] 다시 뛰는 대구경북

입력 2010-06-15 07:15:21

지금까지 우리는 '지방도 잘 살 수 있다'를 주제로 서울→인천→경기도→충청도→강원도→부산→전라도 순으로 지역순례기행을 해왔다. 오늘부터는 우리가 몸담고 있는 대구경북 지역을 살펴보려고 한다.

고조선에서 출발한 대한민국의 역사는 부여와 삼한시대를 거쳐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에 도달하였다. 신라가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하면서 한반도가 통일되고, 통일신라는 민족국가의 시원(始原)이 되었다. 통일신라, 고려, 조선으로 이어지는 1천300여년간 하나였던 한반도는 2차 세계대전이 끝나면서 남북으로 다시 갈라지는 비운을 맞이하였다. 통일의 그날을 염원하면서 한반도 민족국가 역사의 출발점이라 할 수 있는 대구경북을 새로이 조명해보고자 한다.

우리의 선조들은 참으로 위대하였다. 삼국통일의 위업을 달성한 신라의 화랑정신은 오늘의 삼성, LG, 그리고 김연아가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되었다. 또한 500년 조선왕조의 정신적 지주역할을 하였던 대구경북의 선비정신은 의병활동과 독립운동, 국채보상운동 등으로 일제에 항거하였고, 6'25전쟁 때에는 낙동강 전선에서 온몸을 불살라 한반도 적화를 막아내었다. 그리고 고 박정희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산업화를 성공시켜 이 땅에서 가난을 물리치는데 선봉장 역할을 하였다. 이제 대한민국은 대구경북의 아들인 이명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선진국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다.

1601년 대구에 경상감영이 설치되면서 대구경북은 명실상부한 영남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와 6'25, 그리고 수출주도형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부산이 우리나라 제2의 도시가 되었다. 경상도의 주도권은 부'울'경(부산, 울산, 경남)으로 넘어갔다. 그래도 1980년대 까지는 섬유도시 대구의 명성이 살아있었고, 포항이 철강생산의 독보적 존재였으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구미에 구심점을 두고 있어 부러울 게 없었다.

그러나 1990년대 들어 대구경북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중국이 떠오르면서 국가발전의 중심이 서해안축으로 옮겨갔고, 섬유산업이 대구를 떠났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앙의 정치권력마저 잃고 나니 완전히 '왕따'가 되어버린 느낌이었다. 거기에다 대구는 1995년 상인동 지하철공사장 폭발사고, 2003년 중앙로역 방화 참사 등 대형사고까지 발생해 사고도시의 오명까지 들어야 했다. 2006년 3월 「월간조선」은 '성장을 멈춘 절망의 도시, 대구'라는 제목 하에 특집기사를 싣기에 이르렀다.

자업자득(自業自得)인지도 모르겠다. 잘 나가던 시절, 유망한 대기업하나 유치하지 못하고, 중앙의 정치권력에만 의존해서 살아온 대구는 시절이 바뀌자 개념을 못 잡고 헤맸다. 주변 경상북도 사람들이 번 돈을 대구에서 소비하는 덕택에 도시경제를 지탱해왔는데, 대구는 그것도 모르고 그들을 홀대했다.

대도시는 교육, 문화, 의료 같은 서비스산업을 주로 하고, 땅을 많이 필요로 하는 큰 공장들은 지가가 싼 주변지역으로 분산시키는 방식으로 기능을 분담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도 대구시는 행정구역내에서 모든 것을 다 하고자 함으로써 결국 분지 속에 성(城)을 쌓고, 섬 아닌 섬이 되어버렸다.

대구경북인들은 약삭빠르진 못해도 한번 결심하면 끝장을 내는 성격을 가지고 있다. 늦게나마 대구경북은 각성하기 시작했다. 2006년 3월 '대구경북은 하나다!'라고 외치면서, 경제통합을 추진하였다. 대구시장과 경북지사가 형님 동생하면서 서로 돕고 양보하니 시'도공무원들도 합심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힘을 합치니까 세계육상선수권대회도 유치하게 되었고, 경제자유구역과 첨단의료복합단지도 지정받았다. 대구 포항 구미에 국가산업단지 신설도 확정되었다. MB정부 출범 이후 정부의 예산지원도 크게 늘었다. 이제 희망의 싹이 돋아나고, 어느 정도 자신감도 생겨나고 있다.

그러나 대구경북의 새로운 도약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전시행정적인 MOU체결보다 내실 있는 실천전략이 필요하다. 그동안 유치한 사업들을 견실하게 뿌리내리는 일부터 해야 한다. 예산을 따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유치한 사업을 성공시키는 것은 훨씬 힘들고 더 중요하다. 뒤처진 우리지역의 발전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남보다 더 새롭게 생각하고, 더 빨리, 더 부지런히 뛰어야만 한다. 지금은 무한경쟁시대 ! 우리 못지않게 타 지역도 열심히 뛰고 있음을 명심해야할 것이다.

대구경북 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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