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우리 경제 미래, 원천기술에 달렸다

입력 2010-06-12 07:09:04

해외 특허기술 사용료(로열티) 지급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 결과 올 1~4월의 '특허권 등 사용료' 수지 적자액은 17억 2천만 달러(약 2조 1천200억 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9억 800만 달러보다 무려 89%나 증가했다. 이는 1~4월까지로는 관련 통계가 작성되기 시작한 1980년 이후 가장 큰 규모이며 연간 기준으로 적자폭이 가장 컸던 2009년(36억 6천400만 달러)의 절반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원인은 원천기술 부족이다. 이 때문에 수출이 늘어날수록 로열티 지급액도 늘어난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 상위 5대 품목인 반도체,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 자동차, 선박 등의 핵심기술이 부족해 수출이 100% 늘어나면 로열티 지급액도 80% 늘어난다고 한다. 우리가 땀 흘려 수출해도 실익은 별로 없다는 얘기다. 그 단적인 예가 CDMA 원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퀄컴사에 삼성 등 국내 기업이 지급한 로열티가 1995년부터 10년간 3조 원에 달한다는 사실이다.

많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우리의 기술력은 아직 세계 수준에 근접하지 못했다. 90개 중점 과학기술 수준 평가에서 세계 최고기술 보유가 미국은 270개, 일본은 34개인 데 반해 우리는 전무한 실정이다. 이러한 빈약한 기술력 때문에 특허권 적자 규모는 2002년 21억 6천700만 달러, 2004년 24억 8천500만 달러, 2008년 32억 7천400만 달러 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21세기 지식경제시대에서 원천기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해당 분야의 핵심기술 요소로서 관련 사업에 미치는 파급 효과가 매우 크다. 또 특허권을 발동해 강력한 무역 장벽으로 활용할 수 있고, 핵심 부품의 자체 개발과 차세대 기술 제품의 개발 등 지속적인 부가가치 창출뿐만 아니라 국제표준으로 채택될 경우 엄청난 독점적 이익을 낼 수 있다.

따라서 우리 경제가 외형적 성장에 걸맞은 질적 내실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원천기술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추월이 불가능한 원천기술이 나올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정비하는 일이 시급하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연구개발(R&D) 투자 비중(2008년 기준 3.37%)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네 번째로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럼에도 기술력이 떨어진다는 것은 투자 효율성이 낮다는 얘기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인력 양성에도 힘을 쏟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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