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티셔츠·3D안경 중국산 활개…월드컵특수 '썰렁'

입력 2010-06-11 09:39:50

"이번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특수를 기대할 수 없습니다. 지난 월드컵 때와 달리, 중국 등 외국 업체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습니다."

2002년 한일 월드컵과 2006년 독일 월드컵 때는 지역 섬유업계의 경우 한국팀을 응원할 붉은 악마 티셔츠 주문이 밀려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섬유업체 관계자는 "특히 한일 월드컵 당시에는 붉은 티셔츠를 만들 원단이 부족해 티셔츠에는 잘 사용하지 않는 두꺼운 원단을 사용할 정도였다. 주문이 많이 밀려 밤샘 작업을 하기 일쑤였다"고 말했다.

염색업체 관계자도 "원단에 붉은색을 내기 위한 주문이 너무 많아 전 직원이 야근을 해야만 했다"면서 "특히 붉은색을 내기 위한 염료가 부족해 생산에 어려움을 겪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처럼 월드컵 특수를 누렸던 지역 기업들이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용품 메이커들이 판매하는 붉은색 티셔츠들은 대부분 중국이나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에서 봉제해 국내로 들여오고 있다. 염색업계에서도 붉은색 티셔츠를 생산하기 위해 염색을 했다는 소식을 전혀 듣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이젠 월드컵이 '남의 일'이 됐다.

3D TV 판매에 따른 호황을 기대했던 지역의 안경업계도 특수를 보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남아공 월드컵을 앞두고 패시브 방식의 3D안경을 출시한 (주)시선의 장지문 대표는 "길거리나 음식점 등지에서 3D를 시청할 수 있는 패시브 방식의 3D안경은 값싼 중국제품이 대량으로 들어왔다"며 "국내 안경업체에서 생산한 3D 안경은 단가 문제로 중국산과 경쟁이 되지 않고 있어 월드컵 특수를 전혀 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LG전자에서 생산한 3D TV를 시청할 액티브 방식의 3D안경 생산에는 지역 안경업체들이 아직 참여를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대구지역 안경 공동브랜드 '블릭'은 패시브 방식의 3D안경을 팔았다. 이 회사 황창호 대표는 "남아공 월드컵과 관련, 길거리 응원이나 CGV에서 중계방송하는 3D 방송을 시청할 수 있는 패시브 방식의 안경 10만개 약 5억원 정도를 판매했다"고 밝혔다.

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