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건강] 등산으로 고질병 끝

입력 2010-06-10 14:58:13

등산으로 찾은 건강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건물 임대업을 하는 강부덕(51'대구 수성구 범물2동)씨는 일주일에 4차례 정도 등산을 한다. 한번 할 때마다 6, 7시간씩 산을 탄다. 이만하면 거의 중독 수준이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등산을 통해 평생 따라다닐 것 같았던 허리 통증이 말끔히 사라졌기 때문이다.

강씨는 선천적으로 허리 디스크가 있어 항상 허리를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젊었을 때 허리를 삐끗한 이후로 많게든, 적게든 통증을 안고 살아야 했다. "1978년 예비고사 치고 본고사를 준비할 때였어요. 공부방 분위기를 한번 바꿔보겠다는 생각에 책상을 옮기다 갑자기 주저앉아버렸죠. 이후로 꼼짝을 못하고 집에 누워 있어야 했습니다." 그는 디스크로 인해 본고사를 치지 못했고 예비고사 성적으로 대학에 입학할 수밖에 없었다. 허리가 아파 학교에 다닐 수 없었기에 입학하자마자 바로 휴학계를 냈다.

병원에 가서 수술을 받을 생각이었는데 부모가 반대했다. '허리에 칼 대면 남자 구실 못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옛날 사람들은 그런 생각을 많이 했죠. 부모님이 수술 대신 민간요법을 써 보자고 하더라고요. 이후 7개월 정도 디스크에 좋다는 약은 가리지 않고 먹었고 별별 방법을 다 써 봤죠."

지금 생각하면 엽기적인 방법도 많았다. 들짐승을 삶아 먹어 보기도 하고 분뇨통에 묵힌 대나무를 먹기도 했다. 벌침도 여러 차례 맞았다. 하지만 별 효과가 없었고 복학 시기는 다가왔다. "당시에는 휴학 연장이 안 돼 복학을 해야 했죠. 부모님도 어쩔 수 없이 수술에 동의했죠. 하지만 수술을 앞두고 너무 겁이 나서 병원에서 도망쳐 나왔습니다."

수술을 포기한 그는 이후에도 민간 치료를 계속 받았다. 그러다 우연히 1개월 정도 지압을 받았는데 용하게도 통증이 많이 완화됐고, 학교 생활을 큰 지장 없이 마칠 수 있었다. 하지만 통증은 여전히 그를 괴롭혔다. 그래서 사회생활을 하면서도 수영이나 요가 등 허리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만한 운동을 꾸준히 했지만 대부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그만뒀다. "이 운동 하다 효과가 없으면 다른 운동을 하고 효과가 없으면 또 다른 운동을 찾았죠. 그러다 보니 해 보지 않은 운동이 없어요."

2년 전쯤 문득 그는 답답한 마음에 집 인근의 진밭골 능선을 걸었다. 허리 통증 때문에 1시간 이내로 산행을 했는데 의외로 기분이 상쾌했다. 그때부터 매일 능선을 탔는데 1개월쯤 지나자 허리가 크게 좋아지는 것 같았다. 점차 산행 시간을 늘렸고 3개월이 지나서는 4시간 산행도 거뜬했다. 허리 통증도 사라졌다.

"능선을 따라 많이 걸으니까 척추 옆 인대가 강해져 허리를 받쳐준 덕에 통증이 없어졌어요." 허리뿐 아니라 평소 좋지 않았던 무릎 관절도 크게 좋아졌다. 과거 스키를 타다 무리를 하는 바람에 무릎 인대가 늘어났는데 등산을 통해 정상적으로 회복시킨 것이다. 체지방도 대폭 줄었다. 산을 타기 전 23%였던 체지방 수치가 지금은 19%로 떨어졌다.

그는 여러 개의 산악회에 가입해 주중과 주말 가리지 않고 산에 오른다. 산을 탈 때마다 그는 모든 것을 가진 것처럼 마음이 뻥 뚫린다고 한다. "등산을 통해 건강을 찾으니까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더라고요. 과거에는 친구나 지인들과 여행을 떠나면 허리가 좋지 않으니까 저도 모르게 위축되고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많았어요. 사회생활을 하는 데도 여러 가지 제약이 많았죠. 하지만 이제는 달라요. 몸이 건강하니까 의욕이 생기더라고요. 마치 제2의 인생을 사는 것 같아요."

그는 다음달에 계획돼 있는 중국 황산 산행에 기대가 크다. 생애 처음으로 떠나는 외국 산행이기 때문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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