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상담] 퇴근 후 대리운전 겸직금지 위반 아닌가

입력 2010-06-10 11:37:50

다른 직업을 부업으로 가질 수 있고 이를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것이

직원 25명 정도의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 사장은 최근 박 과장이 퇴근 후 대리운전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간접적으로 듣고 충격에 빠졌다. 회사 사정이 어려워 몇 년째 월급을 올려주지 못하고 있었지만 왠지 사장으로서 자존심도 상하고 근무시간에 피곤해 하는 빛이 역력했던 모습이 떠올라 화도 났다. 밤에 다른 일을 하게 되면 낮 근무에 능률이 떨어질 게 분명한데 회사의 업무에 충실하도록 대리운전을 중단하라고 지시해도 법적 문제는 없을까, 혹시 징계사유는 되지 않는가?

근로자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정부는 2004년 주 40시간 법정근로시간제를 도입한 이래 매년 적용 사업장을 확대해 2008년 7월 1일 이후에는 20인 이상 근로자가 있는 사업장에서 주 40시간제가 시행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워진 경제상황과 자녀 교육비 부담 등으로 맞벌이를 넘어 본래의 직업 외에 다른 일을 부업으로 하는 여러 가지 모습의 투잡족들이 생겨나고 있는데, 이때 별다른 투자 없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이 퇴근 후 대리운전이다.

근로자는 근로계약에 정해진 취업시간 이외에는 자율적으로 시간을 활용할 권리가 있으므로 다른 직업을 부업으로 가질 수 있고 이를 법적으로 제한할 수 없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취업시간 외의 노동으로 인해 근무시간에 항상 피곤해하거나 본래 업무 수행에 지장을 주는 경우라면 회사는 이를 제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래서 취업규칙에 겸직금지 규정을 두기도 하는데, 사회통념상 합리적 범위 내라면 겸직제한이 가능하다. 이러한 겸직이 근로자의 성실의무에 위배하여 노무제공에 지장(지각, 무단결근, 업무태만, 졸음, 사내 직원을 대상으로 한 부업)을 가져오거나 경쟁기업에 이중취업하는 등 기업질서를 문란하게 할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겸직금지규정 위반을 사유로 한 징계도 가능하다.

판례는 겸직금지 위반을 이유로 한 징계의 정당성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 사용자의 묵인 여부, 다른 회사에서의 취업 시간 및 기간의 장단, 다른 종업원의 업무 부담 증가나 작업의욕 감퇴 여부, 당해 근로자의 취업시간 중 근무행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있다.

따라서 김 사장은 박 과장에게 '대리운전으로 인해 근무시간 중 업무에 지장이 없도록 하라'는 의사를 분명히 전달하고, 실제 박 과장이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대리운전을 금지하는 직접적 지시 내지 이를 이유로 하는 징계는 어렵다.

김 사장 입장에서는 박 과장이 밤 늦게 부업할 정도의 노력을 평소 회사에 기울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겠으나, 이 일을 계기로 인적자원 관리의 시급성을 인식하고 직원의 고충을 경청하면서 비전을 함께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053)321-4375

이영배 노무사·법학박사(acenomu@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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