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작은 제안이 세상을 크게 바꿔요"

입력 2010-06-10 07:49:16

대구시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 600여명 맹활약

▲대구시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으로 활동 중인 주부들. 왼쪽부터 김수희, 이윤순,황운순,박영주,김정자.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시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으로 활동 중인 주부들. 왼쪽부터 김수희, 이윤순,황운순,박영주,김정자.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일상에서 흔히 할 수 있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 주부들은 달랐다. 대구시 제1기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으로 활동하던 두 사람은 자신의 생각을 제안했고, 뜻밖에도 큰 상을 수상했다.

어린이집 통합 야간반을 제안했던 박영주(44'대구 수성구 시지동)씨는 지난해 우수 제안으로 대통령상을, 직업능력 계좌제 발급을 제안했던 김수희(39'대구 서구 비산동)씨는 행정안전부 장관상을 수상한 것. 김씨의 제안은 올해 7월부터 시행된다.

대구시 생활공감 주부모니터단은 일상속 다양한 생활공감 정책 아이디어를 발굴, 제안하는 정책 프로슈머(prosumer)로, 지난해 1기 220명, 올해 2기는 6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국적으로는 1만여명이나 된다. 이들은 수시로 온라인상에서 민원을 제보하고 정책 토론방을 운영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행안부 장관상을 수상했던 이윤순(52'대구 중구 대신동)씨는 주부모니터단으로 활동하면서 생활이 크게 바뀌었다. "어디를 가든 카메라와 메모지는 필수죠.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다시 한번 살펴보게 돼요." 이전에는 관심도 없던 정부 부처 홈페이지 등을 꼼꼼히 살피면서 공부도 한다. 이씨는 도시가스 요금 영수증에 지난해와 올해 사용량을 비교해달라는 제안을 했다. 사소한 제안이지만 생활 속 에너지 절약에는 큰 도움이 된다.

주부모니터단 대구 대표를 맡고 있는 황운순(58'대구 동구 신천3동)씨는 아예 작은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생활 속 불편 사항을 꼼꼼하게 적는다. 황씨가 지난달 제안한 정책은 11건. 매달 5건 이상의 제안을 하자면 해야 하는 공부 양도 엄청나다. "매일 6개의 신문을 꼼꼼하게 읽습니다.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장소가 있으면 실제로 가서 몇 번이고 체크하죠. 주변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건 기본이고요."

열정이 없으면 결코 할 수 없는 일들이다. 생활 속에서 일어나는 갖가지 불편함과 부조리를 몸소 체험하고 있는 주부들이기에 이들의 머리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는 실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돼 있다.

정책 제안을 시작한 이후로 주부들 역시 일상을 보는 눈도 달라졌다. 2기 주부모니터 김정자(47'대구 중구 삼덕동)씨는 적극적으로 주변을 다시 살펴보고 있다. 맨홀 뚜껑에 관심을 갖고 보니 맨홀 뚜껑의 모양이 제각각인데다 개수가 너무나 많다는 데에 깜짝 놀랐다. 최근 "맨홀 뚜껑을 대구의 상징인 사과 모양으로 통일할 수는 없을까"라는 제안을 온라인 전국 토론방에 올려놓았다. 댓글이 달릴 때마다 보람과 재미가 배가된다.

이들은 특히 온라인 활동의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고 말한다. 주부들은 토론을 벌일 기회가 거의 없는데 홈페이지에서 정책 제안을 두고 토론이 벌어지면 진지하게 댓글을 달고 의견을 개진한다. "댓글을 달다 보면 글 솜씨도 늘고 생각을 표현하는 방식도 발전해요. 제대로 된 토론을 하기 위해선 공부도 많이 해야 하고요. 점점 발전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주변의 반응도 아주 좋다. 야간 어린이집을 제안한 박씨는 덕분에 아이 걱정을 덜었다는 주변의 이야기를 들으면 뿌듯하다. 언젠가 자신의 딸도 혜택을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집안에서 컴퓨터를 1순위로 차지하게 됐다는 주부도 있다. 그동안 쌓아온 아줌마들의 네트워크와 열심히 살아온 일상이 주부모니터단 활동의 밑거름이 된다. 여성 특유의 꼼꼼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제안하니 세상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

"주부의 눈으로 관심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니 의외로 고쳐야 할 것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조금씩 관심을 갖고 제안을 하다 보면 언젠가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뀌지 않겠습니까."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박영주 대통령상 수상="직장에서 퇴근이 늦는 맞벌이 부모들을 위해 야간에도 어린이집을 운영할 수는 없을까?" 두 아이들을 다 키운 후에도 그 생각은 머릿속을 맴돌았고, 그것을 제안했다. 한 주부의 아이디어로 전국에 '야간 어린이집'이 만들어지게 됐다.

#김수희 행안장관상 수상='주부들도 돈 안 들이고 취미생활 할 수 있다'는 소문을 듣고 직업훈련제도에 지원했다. 학원비의 80%를 국비로 지원받는데도 불구하고 몇 가지 절차만 거치면 별다른 제약 없이 지원받을 수 있었다. '아무리 국비라도 혈세가 너무 낭비되는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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