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결정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수천 번 결정을 내리며 살아간다. 단순하게는 이른 겨울 아침 눈을 떴을 때 이불 속의 따뜻함을 좀 더 즐길 것인가, 아니면 박차고 일어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한다. 직장에서 일에 몰두하다가 점심시간이 됐을 때 하던 일을 끝내고 점심을 먹을 것인가, 아니면 동료들과 잡담을 즐기면서 식사부터 하고 나서 새로운 기분으로 마무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앞에 든 예보다는 조금 더 복잡하다. 나라를 통치하는 대통령이라면 더욱 복잡·미묘하고 어려운 상황에서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 순간들을 겪을 것이다. 대통령이 국정 전 분야의 전문가일 수도 없고, 국내외 정세에 달통할 수도 없다. 실무진으로부터 수없이 많은 자료를 받고 참모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지만 최후의 결정은 오로지 자기 몫이다.
첫 번째 경우에는 결정이 쉽다. 두 번째 경우는 잠깐의 고민이 필요할지도 모르지만 이렇게 하나 저렇게 하나 크게 문제될 일은 없다. 그러나 마지막의 경우는 다르다. 국가의 존망과 국민의 안위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일인데도 앞을 예측하기가 힘들다. 원모숙려를 거듭해도 생각지 못한 돌발변수가 생길 수 있다. 지난한 의사결정이다.
이런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부위가 뇌의 전전두엽이다. 포유류에서 영장류와 다른 동물을 구분 짓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특징적인 차이는 바로 전두엽이다. 영장류의 전두엽은 다른 포유류의 그것보다 크기가 월등하다. 드물게 예외가 있지만 뇌가 발달하면 유리한 점이 많다. 우선 사지를 부리는 것보다는 뇌를 쓰는 동물이 다른 종을 지배한다. 또 이유는 모르지만 뇌가 큰 동물이 수명도 길다. 역사를 기록하고 문화를 만들어 지혜를 후손에게 전승할 수 있으므로 생존하는 데에 실수를 줄일 수 있다. 다른 종들은 자연에 순응해서 살지만 인간은 자연을 자기의 생존에 맞도록 개조한다. 이것이 바로 1천200만년 내지 1천500만년 전에 공동의 조상을 가졌던 유인원 중에서 오랑우탄, 고릴라, 침팬지는 거의 절멸 상태에 이르렀으나 인간만이 승승장구하게 된 비결이다.
전두엽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전전두엽은 소위 고등동물일수록 더 발달돼 있다. 그래서 인간은 다른 유인원에 비해서 이마가 앞쪽으로 많이 불거져 있다. 이것은 진화 과정에서 전전두엽이 가장 늦게, 그리고 가장 많이 진화했음을 시사한다. 한마디로 전전두엽은 인간의 행동을 종합적으로 총괄하는 최고사령관인 동시에 우리와 다른 동물 간의 간극을 벌려 놓는 신체 장기이다. 문제 해결에 꼭 필요한 의사결정은 전적으로 전두엽에 달려있다.
박종한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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