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공은 둥글지만 차는 맛은 달라
2010 남아공월드컵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월드컵은 흔히 축구 전쟁이라고 한다. 각국의 국민들이 가정에서, 거리에서 혹은 직접 경기장을 찾아가 자국 팀 응원에 열을 올린다. 하지만 좀 더 시각을 넓혀보면 월드컵은 그 전에 몰랐던 세계 여러 나라들의 이모저모를 알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이번 예선전에서 한국과 같은 조에 편성된 그리스와 나이지리아, 아르헨티나 등 3개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축구 전력과 그들과의 승부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들의 문화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보자. 음식은 각국의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하나의 포인트. 3개국의 대표적인 음식을 통해 그들의 문화를 음미해 본다.
◆그리스
예선 첫 경기에서 마주칠 '신화의 나라' 그리스는 우리나라처럼 삼면이 지중해로 둘러싸여 있다. 덕분에 채소와 해산물 등 음식 재료가 풍부해 음식 문화가 크게 발달했다. 프랑스·이탈리아와 함께 서양의 3대 요리로 꼽힐 정도. 특히 그리스 음식은 건강식이자 장수식으로 칭송받는다.
그리스 음식이 건강식으로 여겨지는 데 일등공신은 올리브다. 여신 아테네가 포세이돈과의 전투 이후 자신이 도시를 지켰다는 증표로 남긴 것이 올리브 나무였다고 한다. '신의 선물' 올리브는 그리스 음식에서 빠지지 않는다. 그리스 선원들이 에게해에 떠다니는 올리브 열매를 건져 먹어봤더니 쓴맛과 떫은맛이 빠져 먹기 좋은 데 착안해 올리브를 소금물에 절여 먹기 시작했고, 올리브 기름은 우리의 간장처럼 거의 모든 음식에 들어간다.
'수블라키'는 그리스 음식 가운데 가장 대중적인 음식이다. 우리나라의 꼬치구이 격인 수블라키는 양고기와 다양한 채소를 꼬챙이에 꽂아 먹는 음식이다. 보통 양고기는 노린내가 있는데 수블라키는 어린 양고기를 사용해 노린내가 덜하다. 더욱이 큐민 등 향신료를 넣은 소스에 절이기 때문에 노린내를 거의 느끼지 못한다. 수블라키에는 원래 양의 다리나 어깨 살을 주로 사용하는데 요즘은 양고기 값이 비싸 그리스 현지에서는 대신 돼지고기를 많이 사용한다. 30㎝ 정도의 꼬챙이에 양고기와 오이, 해산물 등을 꽂아 화덕에 굽는다. '차치키 소스'(플레인 요구르트에다 마늘과 레몬주스, 향신료 등을 넣은 소스)와 곁들여 먹는다. 수블라키는 오이의 아삭함과 양고기의 부드러움, 소스의 새콤하고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그리스인들은 상대적으로 육식을 적게 하고 가공되지 않은 야채와 과일, 해산물 등을 즐겨 먹는데 이 같은 식습관이 가장 잘 나타나는 음식이 바로 '그릭 샐러드'다. 페타치즈(양과 염소의 젖으로 만든 치즈로 마치 두부처럼 생김)와 올리브, 토마토, 양상추와 함께 요구르트 소스로 드레싱해 만들어진다.
'기로스'와 '무사카'도 빼놓을 수 없는 그리스 대표 음식이다. '회전'을 뜻하는 기로스는 닭이나 돼지고기를 꼬치에 끼워 돌려 구운 다음 인도식 빵 '난'과 비슷하게 생긴 피타빵에 야채와 함께 싸먹는 것으로 터키 음식 케밥과 비슷하다. 무사카는 다진 고기에 토마토 소스를 듬뿍 넣고 호박 등 야채와 치즈를 넣고 오븐에 구워 먹는 음식이다.
◆아르헨티나
강력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는 고기가 주식이다. 특히 소 사육이 대단히 발달해 쇠고기가 대부분의 요리에 들어간다. 인구 3천만명에 소가 6천만마리나 되는데 우리나라의 28배에 달하는 넓은 땅의 3분의 1을 소의 사육에 내어주고 사료 대신 무공해 풀을 뜯게 한다. 이 때문에 쇠고기의 품질은 최상이다.
아르헨티나의 대표적인 음식은 '아사도'로 요리법이 무척 간단하다. 원주민인 가우초들이 먹던 요리 아사도는 숯불이나 그릴에 쇠고기를 통째로 굽는 음식인데 특히 갈비뼈 부위를 사용한다. 별도로 다른 양념은 하지 않고 굵은 소금만 뿌려서 간을 맞춘다. 오레가노와 피망가루, 마늘 등을 섞어 만든 '치미추리 소스'에 찍어 먹기도 한다.
'엔파나다스'는 아르헨티나 스낵의 대표격이다. 엔파나다스는 아르헨티나식 밀가루 빵인데, 빵 안에 다양한 재료를 넣어 먹는 것이 특징이다. 둥글고 얇은 밀가루 빵에 돼지고기나 쇠고기 등을 다져 넣고 비계 등도 갈아서 넣는다. 또 당근이나 견과류, 샐러드 등 갖은 채소도 넣는다. 이후 접어서 반달 모양으로 만들고 빵 테두리에 계란을 발라 봉합한 뒤 화덕에 넣고 굽는다. 엔파나다스는 일종의 고기 파이인 셈이다.
아르헨티나인들은 간식으로 '또띠야'를 즐긴다. 또띠야는 밀가루 반죽에다 버터를 바르고 밀고 접어 다시 버터를 바르는 과정을 4, 5차례 정도 거친 뒤 화덕에 구워서 탄생한다. 맛은 담백하고 고소하면서 바삭하다. 과거에는 또띠야 재료가 옥수수였으나 요즘은 밀가루가 많이 사용된다. 또띠야는 그 자체보다 다른 음식과 함께 먹는다. 또띠야에 피망과 갖가지 야채를 얹고 볶은 양파와 토마토 소스, 치즈 등을 바르고 닭 가슴살 등을 올린 뒤 김밥처럼 돌돌 말아 잘라 먹는다. 피자와 맛이 비슷하다.
◆나이지리아
나이지리아는 250개의 다양한 민족이 공존하기 때문에 음식 또한 민족과 지역에 따라 다양하다. 대중적인 음식이라고 하면 옥수수와 쌀, 기장 등으로 만든 '투오'와 야채 수프인 '에포', 고기 스튜인 '에구시' 등이 꼽힌다.
에구시는 호박씨와 파프리카, 양파로 만든 국물에 쇠고기, 북어, 보리새우를 첨가한 스튜로 마치 우리의 청국장과 비슷한 냄새와 맛이 난다. 약간 매콤한 맛도 난다. 나이지리아인들은 쌀가루로 만든 흰 떡을 손으로 뜯어 에구시에 찍어 먹는다. 바나나튀김도 간식으로 즐겨 먹는다. 이 음식은 한국에서 흔히 보는 바나나보다 3배나 큰 '플랜테인'을 사용하는데, 튀겼지만 딱딱하지 않고 부드러우며 시큼한 맛도 난다.
나이지리아인들은 우리나라처럼 쌀밥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쌀은 우기가 긴 지방에서만 재배되기 때문에 구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가격도 비싸 특별한 경우에만 먹는다. 쌀로 만드는 대표적인 연회용 음식으로 '졸로프 라이스'가 있다. 졸로프 라이스는 매일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아니고 경사스러운 날이나 축제 때 귀한 손님을 대접하기 위해 준비하는 음식이다. 졸로프 라이스는 덮밥식으로 쌀밥에다 콩 요리를 얹어 나온다. 콩밥 맛이 나면서 약간의 된장 맛도 난다. 전체적으로 무척 구수하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노보텔대구·(사)세계음식문화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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