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산딸기(복분자)

입력 2010-06-03 15:31:33

혈관에 쌓인 유해산소 없애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의 예방에 유효

요즘 산행을 하다보면 양지바른 곳에서 하얀 꽃을 피우며 자라는 산딸기나무를 자주 볼 수 있다. 여름이면 검붉게 산딸기가 익는데 따서 먹으면 새콤달콤한 맛이 있어 금방 갈증이 가신다. 최근에는 매스컴을 통해 산딸기의 한약재명이 복분자이고 술을 담으면 좋은 재료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많다.

복분자(覆盆子)는 요강을 뒤집게 만드는 열매라는 의미다. 옛날 한 노인이 땔감을 장만하기 위해 산중에 들어갔다가 먹음직스러운 열매를 발견해 실컷 따먹고 집에 오니 소변 줄기가 굵어지고 젊었을 때의 정력이 되살아나 요강(盆)이 뒤집어졌다(覆)해서 명명됐다고 한다.

대부분의 40대 이후 남성들은 성 기능이 현저하게 감퇴되는 것을 경험한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과중한 업무로 인한 피로와 스트레스 등 외적인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평소 피로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해도 특별한 이유 없이 나이가 들면서 성 기능이 약해지기 마련이다. 복분자가 이런 고개 숙인 남성들에게 좋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술집에서 복분자주를 찾거나 직접 술을 담가 먹는 사람이 많아졌다. 덕분에 복분자 수요가 많아져 전국적으로 재배하는 농가가 많아졌다.

복분자는 비교적 습하고 비옥한 땅에서 일조량이 풍부해야 잘 자란다. 국내 주산지는 전북, 경북, 충남북으로 그 중 전북 고창은 농림수산식품부로부터 지역특성화산업지구로 지정됐으며, 전국 생산량의 46%를 점유하는 국내 최대의 복분자 고장이다.

산딸기는 나무딸기와 줄기딸기가 있는데, 복분자는 나무딸기다. 우리나라 산야에 많이 자라고 5월경에 흰 꽃이 피며 열매는 7, 8월경에 검붉은 빛깔로 익는다. 검붉게 익은 성숙한 열매는 상온에서는 저장성이 없어 상하기가 쉬워 채취 후 저온저장을 하지만 이 또한 오래 가지 못해 식용으로 판로가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그래서 주로 애주가들을 위한 복분자주의 원료로 사용되고 있다.

산딸기나무는 장미과에 속한 낙엽관목으로 초여름에 열매가 녹색에서 녹황색으로 변할 때의 미성숙한 과실을 채취, 끓는 물에 2~4분 정도 익힌 다음 건조시킨다. 이를 한약재명으로 복분자라 한다. 일반적으로 복분자라 하면 검붉게 잘 익은 성숙한 열매라 생각할 수 있으나, 한약재로 이용할 때는 복분자 고유의 효능을 발휘하기 위해 덜 익은 열매를 이용한다.

한의학적으로 복분자는 맛이 달면서 시고, 성질은 따뜻하다. 단맛은 보하는 작용을 하며 신맛은 수렴(收斂)하는 효능이 있다. 인체의 전신 에너지원인 신양(腎陽)을 보하고 비뇨생식기능을 향상시켜 요통'정력감퇴'조루증에 효능이 있다. 또한 소변의 양과 배뇨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자다가 오줌을 싸는 소아 야뇨증(夜尿症), 소변을 참지 못해 화장실에 자주 가는 성인 빈뇨증(頻尿症) 및 요실금(尿失禁)에도 일정한 효과가 있다.

약리학적으로 복분자는 당질의 소화를 억제, 식후 혈당이 50%가량 감소하는 것으로 밝혀져 혈당조절에 유의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색소 성분인 안토시아닌(anthocyanin)은 항산화작용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체내에 쌓인 활성산소를 제거하여 노화와 암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특히 혈관에 쌓인 유해산소를 없애 동맥경화'심장병'뇌졸중 등의 예방에 유효하다. 또한 색소 성분인 폴리페놀(polyphenol)도 항산화 작용을 통해 노화억제, 동맥경화예방, 살균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적으로 복분자는 고환에서 생성되는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을 16.6배나 증가시키고 고환 조직을 활성화시켰으며,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estrogen)도 5배가량 증가시켜 여성의 노화방지에도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복분자는 신체에 음기(陰氣)가 부족하여 열과 땀이 심하고, 얼굴이 붉어지며, 입이 마르고, 식욕이 줄며, 기력이 쇠약해지는 음허화동(陰虛火動) 증상과 전립샘에 이상이 있어 소변을 시원하게 잘 보지 못하는 경우는 복용하지 말아야 한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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