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칼럼] 건강검진으로 알 수 없는 흡연의 영향

입력 2010-06-03 15:31:53

병의 진행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금연

건강검진 후 결과 상담을 위해 40세 직장인이 방문하였다. 결과를 보니 콜레스테롤, 당 수치 그리고 종양표지자검사, 심전도, 흉부X선 사진까지 모두 정상이었다. 검진자는 오래 전부터 담배를 많이 피워 걱정했으나 모두 정상이라는 결과에 "주위에서 담배가 안 좋다고 하지만 결과를 보니 나는 괜찮네요"라며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현실은 어떨까? 건강검진에서 현재 알 수 없는 흡연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알아보자.

담배가 폐암, 심근경색, 뇌경색의 원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그러나 폐기종이라는 병은 모르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폐기종은 일명 담배병(Tobacco disease)이라고 불릴 정도로 담배와의 인과관계가 분명한 질환이다. 담배가 폐의 조직을 파괴함으로써 산소와 이산화탄소 교환에 문제가 생겨 숨이 차는 증세를 보인다. 치료 방법이 없어 심해지면 집에서도 산소를 공급하면서 생활해야 하는 고난의 병이다. 초기에는 잘 발견되지 않고 병이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병의 진행을 막는 유일한 방법은 금연이다.

담배는 성 기능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남성 발기는 음경해면체에 혈류가 충혈되면서 이루어지는데, 담배가 혈관을 수축시키면서 발기 부전을 일으킨다.

담배는 가족에게도 큰 영향을 미친다. 흡연이 어린이 천식, 중이염, 부비강염 등과 관련이 깊다고 보고돼 있다. 가족에 미치는 영향을 우려해 실외에서 피우기도 하지만 미국 로렌스버클리국립연구소 연구팀에 의하면 흡연 후 니코틴 잔류물이 흡연자의 피부와 옷에 붙어 있어 간접 흡연은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건강에 유해한 타르나 니코틴 용량을 줄인 담배가 많이 팔린다. 흡연자들은 이런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으나 담배 자체에 포함된 타르와 니코틴을 줄여 만든 것이 아니라 필터가 다를 뿐이라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담배를 강하게 흡인하거나 필터 부분을 깨물거나 깊게 물고 있을 경우 저타르, 저니코틴이라고 해도 유해물질이 더 많이 흡인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자신의 건강과 소중한 우리 가족을 위해 오늘부터라도 금연을 시작하자.

서준원 (재)한국의학연구소 대구센터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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