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과 건강] 운동과 뇌 건강의 연관성

입력 2010-06-03 15:37:00

저강도의 유산소 운동 뇌 건강에 도움

직장인 정모(36'대구 수성구 두산동)씨는 최근 몇 년 사이 술만 좀 마셨다 하면 기억이 없어지는 이른바 필름 끊김 현상이 잦다. 물건을 어디 두었는지 깜빡할 때도 많다. 정씨는 이 때문에 건강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지만 막상 병원을 찾기는 부담스러워 머뭇거린다. 주위에서는 운동을 열심히 하면 두뇌 활동에도 도움을 준다며 운동하기를 권한다. 그렇다면 과연 운동과 뇌 건강은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운동을 하면 왜 뇌 건강에 좋은가

운동을 규칙적으로 하면 뇌 건강에 좋다는 사실은 많이 알고 있다. 하지만 도대체 운동이 어떤 경로로 뇌 건강에 좋은 영향을 주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학계에서는 규칙적 운동이 특히 기억력을 유지'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에는 뇌가 한번 완성되면 더 이상 뇌세포가 생성되지 않고 나이가 들면서 세포 수가 감소해 기억력이 쇠퇴하는 것으로 여겼다.

하지만 1999년 이래 많은 연구자들이 뇌신경 세포를 연구한 결과, 뇌세포는 끊임없이 생성과 사멸을 반복하는데, 스트레스를 포함한 다양한 질환'질병들이 세포의 생성을 억제하고 사멸을 촉진해 퇴행성 뇌질환을 일으키고 기억력을 감소시킨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특히 기억과 관련해 뇌의 해마(hippocampus) 부위가 가장 중요한데 이 부위의 신경세포 감소가 기억력 감퇴와 관련성이 높은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운동은 해마 부위에 자극을 줘 신경세포의 생성을 촉진하고 기억력 감퇴를 줄여 준다.

▶줄넘기를 하면 뇌세포가 죽는다?

어렸을 때 줄넘기를 하고 있으면 어른들로부터 "너무 많이 하지 마라. 머리 나빠진다"는 이야기를 들은 경험이 누구나 한두 번은 있을 것이다. 과연 사실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어느 정도 신빙성을 갖고 있다. 뇌는 해골로 알고 있는 딱딱한 두개골로 싸여 있고 '뇌척수액'이라는 액체에 둘러싸여 있어 외부의 충격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 완충능력이 있다. 이 때문에 줄넘기의 상하 운동에 의해 뇌세포가 죽을 만큼 방어 시스템이 약하지 않다. 그러나 문제는 줄넘기 자세에 따라 뇌에 좋지 않은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의 뇌 손상 관련 연구를 보면 약한 충격이더라도 규칙적이고 장기적으로 뇌에 가해졌을 때 퇴행성 뇌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결과가 보고되고 있고 그에 관한 연구들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두 차례의 줄넘기가 뇌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줄넘기가 규칙적이고 장기적으로 진행됐을 때는 뇌에 부담을 줄 가능성이 충분히 존재한다는 것이다. 특히 발뒤꿈치 부분이 뇌에 영향을 많이 준다.

이 같은 이유로 많은 신발이 뒤꿈치를 통한 뇌충격을 완화하고자 뒤꿈치 부분에 완충작용을 할 수 있는 물질을 삽입하고 있다. 또 줄넘기를 포함한 모든 뛰는 운동(역학적으로 피스톤계 움직임)은 발앞꿈치를 주로 사용하게 하고, 뒤꿈치는 되도록 닿지 않도록 하고 있다. 줄넘기뿐 아니라 발뒤꿈치에 강한 충격을 주는 운동 자세는 뇌에 충격을 줄 수 있으므로 바른 운동 자세가 중요하다.

▶뇌 건강에 특히 좋은 운동은

뇌 건강은 단순히 육체적인 운동만으로 좋아지지 않는다. 운동이 뇌신경 세포의 생성을 증가시킨다면 증가한 뇌신경 세포가 기억과 같은 실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뇌 훈련도 병행돼야 한다. 예컨대 계산하기나 상상하기, 글쓰기 등에서부터 요리하기, 추리게임 풀기 등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방법이 있다. 운동으로 국한한다면 걷기나 달리기 등 저강도 장시간 운동이 뇌신경 세포의 생성에 도움이 된다. 좀 더 효과를 보려면 쉽게 따라하기 어려운 복잡한 동작의 운동, 전략과 전술이 필요한 팀 스포츠에 참여하는 것도 좋다. 정리해보면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저강도의 유산소 운동은 기본적으로 뇌 건강에 도움이 되고 나아가 배드민턴이나 테니스, 축구 등 구기운동이 뇌 건강에 좀 더 효과적이다.

▶뇌 건강을 위한 운동 시간대는

생체시계를 기준으로 운동하기 좋은 시간대는 오후 5~7시다. 이 시간대에 근골격계와 심혈관계 등이 가장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오전에 각종 심혈관계 질환과 관련한 사망 가능성이나 협심증과 같은 심장질환, 동맥경화와 같은 순환계질환 발병 우려가 높은 것도 이유가 된다.

반면 뇌의 활성 시간대는 오전 시간이다. 서로 반대가 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뇌를 위한 운동 시간대를 딱히 정하기가 어렵다. 일반적으로 뇌신경 세포 생성을 증가시키기 위한 운동은 오후 시간대에 하고, 뇌 기능 활성화를 위한 훈련은 오전에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도움말:김홍(대구한의대학교

한방스포츠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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