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의 스포·레포츠] 댄스스포츠

입력 2010-06-03 14:14:45

지르박, 블루스 등 춤을 즐기는 무도장은 1980년대만 해도 중년의 남녀들이 어두컴컴한 공간에서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을 받으며 한데 얽혀 춤을 추는 장소였다. 당연히 무도장을 들락거리는 사람들을 보는 시선도 곱지 않았다. '풍기문란'의 대명사처럼 인식되면서 동네 아주머니 사이에서는 "누가 춤바람이 나서 이혼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나돌았다. 무도장 주변에서 벌어진 불륜 등이 사건화되는 일도 잦아 신문이나 TV 등에도 무도장은 좋지 않은 모습으로 비쳐졌다.

하지만 요즘은 '춤' 대신 '댄스'라는 용어가 사용되면서 나쁜 이미지가 사라지고 있다. 음악과 예술을 겸비한 스포츠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댄스스포츠는 현재 대한체육회에 소속된 정식 가맹단체이며 대구시 댄스스포츠경기연맹은 대구시체육회 인증단체로 정식단체 인준을 준비 중이다. 무엇보다 댄스스포츠는 오는 11월 중국 광저우에서 열리는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으로 채택돼 10개의 메달이 걸려 있는 국제스포츠다. 올림픽에서도 시범 종목으로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웰빙' 열풍에 생활스포츠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음지' 이미지 벗은 국민스포츠

댄스스포츠를 보면 화려함과 박진감에 매료된다. 음악에 맞춰 몸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고, 남녀가 빚어내는 율동은 예술이라는 찬사가 붙는다. 보수적 성향이 강한 대구지만 이런 매력에 빠져 엘리트 선수만 150명 이상이 활동하고 있다. 기량도 우수해 스탠더드댄스 부문 조상효-이세희 커플과 라틴아메리카댄스 부문 장세진-이해인 커플은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댄스스포츠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대구시 댄스스포츠경기연맹 김종길 전무이사는 "선수들의 경우 하루 5시간 이상의 댄스 연습에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 등 체력훈련을 하고 있다"며 "초'중'고교생부터 대학생, 아마추어 부문에 많은 선수가 활약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는 보통 농구코트만 한 무대에서 10팀 정도가 1분 30초 동안 음악에 맞춰 기량을 선보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파이널 무대에서는 6팀이 우승을 놓고 댄스열전 을 펼친다. 지난해 춘천에서 열린 '2009 IDSF 인터내셔널 오픈 댄스 챔피언십'에는 14개국 70여명의 선수가 참가해 기량을 겨뤘다. 이 대회에는 선수와 임원, 관람객 등 2천명 이상이 참가해 세계 댄스스포츠 관계자들로부터 주목받았다. 댄스스포츠는 1997년 국제댄스스포츠 연맹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가입하면서 2000년 시드니 올림픽 시범종목으로 채택됐고, 이후 저변 확대와 대중화를 이끌고 있다.

◆열정적 몸짓, 웃으며 건강 챙긴다

댄스스포츠가 주목받는 것은 생활체육부문이다. 동호인들은 "보는 것뿐만 아니라 즐길 수 있는 생활 체육으로 댄스스포츠만 한 것이 없다"고 말한다. 대구시 댄스스포츠연합회는 900명 이상의 회원을 두고 '건강한 춤바람'을 실현하고 있다. 엘리트 선수의 경우 특기적성교육을 실시하는 학교와 전문 학원 등에서 기량을 닦는 반면 생활체육인들은 구'군의 주민생활센터, 복지관 등에서 마련한 프로그램을 통해 댄스스포츠를 접하고 있다.

처음에는 낯선 남녀가 마주 선 채로 손을 맞잡는 등 신체접촉이 있어 수줍어하지만 일단 음악과 율동에 젖게 되면 스트레스를 한 방에 날리는 데 이만한 운동이 없다. 대구시 댄스스포츠연합회 김연호 사무국장은 "추는 사람은 물론 보는 사람들도 덩달아 춤을 추게 될 만큼 흥겹다 보니 문을 두드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재미있고 건강에 좋다 보니 노인들의 참여가 두드러진다.

전문 강사로부터 기술을 배우다 보면 자신감이 생기고 어느덧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갈고 닦은 자신의 동작을 표현하는 재미에 스며든다.

그렇다고 댄스스포츠를 단순히 재미있는 놀이쯤으로 생각하면 오산이다. 춤을 추려면 기초체력은 기본. 칼로리 소모가 많아 체중을 줄이고 체형미를 가꿔주는 등 운동효과가 크다.

김종길 전무이사는 "댄스는 800m를 뛰는 호흡량과 비슷할 만큼 유산소 운동 효과가 뛰어나다"며 "특히 남녀의 역할 구분이 명확하고 절도 있는 태도가 필수여서 외국에서는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교육용으로 댄스를 권장하고 있다"고 했다. 이성간의 자연스런 스킨십 기회가 부족한 우리의 경우 양성평등 교육에 적합한 운동으로 꼽히고 있다. 단순한 근력운동과 달리 방향감각, 두뇌회전에 좋고 심폐지구력을 길러주며 혈액순환을 촉진한다.

※댄스스포츠란? 댄스스포츠는 남녀 한쌍이 1분 30초 동안 음악에 맞춰 연기하는 경기다. 일반인들에게는 볼륨댄스나 스포츠댄스란 이름으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올림픽 종목 채택을 위해 댄스스포츠로 명칭이 통일됐다. 종목은 유럽에서 유래한 스탠더드댄스(왈츠'탱고'퀵스텝'폭스트롯'비엔나 왈츠)와 쿠바나 브라질에서 유래한 라틴아메리카댄스(룸바'차차차'삼바'파소도블레'자이브)로 나뉜다. 음악에 따라 종목의 표현 방식이 달라진다. 스탠더드댄스는 턱시도와 드레스를 입고 경기를 펼친다. 라틴아메리카댄스는 의상이 좀 더 화려하다. 스탠더드댄스는 춤을 추는 진행 방향이나 위치에 제한이 있지만 라틴아메리카댄스는 파트너가 한쌍이 돼 다양한 홀드(hold)와 자세로 자유롭게 동작을 표현하는 특징이 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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