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8표제' 누가 누군지… 票찍다 화났다

입력 2010-06-02 10:36:18

유권자들 하루종일 당황·혼란·원성 이어져

6·2지방선거 투표일인 2일 평리1동 제1투표소인 대구 서구 비산초교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6·2지방선거 투표일인 2일 평리1동 제1투표소인 대구 서구 비산초교에서 유권자들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줄을 서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봐도 봐도 누가 누군지 모르겠어."

2일 오전 6시 대구시 수성구 수성2가동 동중학교 투표소 앞. 투표 시작과 함께 유권자 20여명이 모여들었다. 유권자들은 모두 50, 60대의 장년층. "젊은 사람들도 누가 누군지 잘 모르던데 나이 든 사람들이 어떻게 다 알겠어?" 맨 앞줄에 서 있던 60대 유권자가 한 마디 하자 여기저기서 맞장구가 터져 나왔다. 실제 투표 과정에서도 1차 투표 후 2차 투표 용지 배부석을 지나치는 유권자들이 속출해 안내요원들이 다시 안내하는 일이 부지기수였다.

6·2지방선거가 광역·기초단체장, 광역·기초의원, 교육감·교육의원 등 역대 선거사상 가장 많은 8개 선거가 동시에 치러지면서 유권자들의 혼란이 극심했다.

유권자들은 1, 2차 투표 방식에 당황했고, 선거구당 20명에 이르는 후보들을 잘 몰라 헷갈려했다. 특히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 경우 기호도 없이 투표용지상 순서만 표기돼 '깜깜이 선거', '로또 선거'라는 원성을 샀다.

고령층 유권자들은 선택 후보 이름을 쪽지에 일일이 적어와 투표하는 경우가 많았고 일부 시민들은 투표에 앞서 챙겨온 선거공보물을 다시 한번 펼쳐 보는가 하면 투표소 주변에 내걸린 선거 현수막과, 건물벽에 붙은 선거 포스터를 훑어보고 투표했다.

이상백(55·대구 수성구 수성2가동)씨는 "일일이 세어보니 모두 21명의 후보가 출마했더라"며 "혹시 잊을까 싶어 내가 택할 후보를 쪽지에 적어왔지만 시장과 구청장 외에는 솔직히 누구를 찍는 것이 나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초의회 후보가 난립한 선거구 경우 유권자들의 혼란은 더했다. 박주열(61·서구 원대동)씨는 "홍보물에는 사진과 약력이 있어 그나마 알아보기 쉬웠는데 이름만 적혀 있는 투표 용지를 한꺼번에 여러 장 받으니 내가 생각해둔 사람이 맞는지 헷갈렸다"고 했다.

두 차례의 투표 방식도 유권자들의 혼란을 부추겼다. 정관락(63·대구 북구 산격동)씨는 "미리 홍보를 했다지만 막상 두 차례로 나눠 4장씩 투표하려니 시간도 많이 걸리고 인물선택이 어려웠다"며 "차라리 투표 용지를 책자처럼 묶어 한 번에 하는 것이 낫겠다"고 했다.

이번 선거에서 처음 도입된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도 유권자들에게는 낯설었다. 지역 단체장과 의원에다 비례대표 투표까지 6개 선거도 헷갈리는데 정당과 기호가 없는 교육감, 교육의원 선거까지 더해져 유권자들은 "시험을 보듯 일일이 후보들의 이름을 메모하고 투표장에 가야했다"고 볼멘소리를 했다.

이 같은 복잡한 선거탓에 유권자들은 선거비용 부담 등의 이유로 합쳐진 지방선거 방식에 대한 제도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김태림(65·대구 달서구 월성동)씨는 "유권자 편의가 아니라 정치권 편의에 따라 선거 방식이 바뀌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단체장이나 의원은 몰라도 '로또 선거'라는 말이 나오는 교육감·교육의원 선거는 분리하거나 직선제를 재검토 해야 한다"고 말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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