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축제화 시도 '문화공간'으로 조성
2일 오전 10시 대구 서구 평리 5동 제1, 2투표소가 차려진 이현초등학교 강당으로 걸음을 재촉하는 시민들 사이로 감미로운 색소폰 선율이 파고 들었다.
대구 색소폰 동호회 '빛 소리'가 연 작은 음악회의 선율이었다. 투표장 한편에는 사진 작품 23점이 내걸려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동호회 심업(52) 회장은 "투표장에 들어서는 시민들의 밝은 모습에서 그간 짬을 내 색소폰 연주를 해 온 피로가 말끔히 사라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주부 김희정(41)씨는 "투표장을 잘못 찾은 줄 알았다"며 "평소 좋아하던 가수 김용만의'남원의 애수'를 색소폰 연주로 즐기며 편안하게 투표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투표소가 공연·전시 문화가 함께하는 축제의 장으로 바뀌고 있다. 6·2지방선거가 치러진 2일 대구에서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밝은 투표소' 사업에 따라 모두 8개 투표소가 '문화공간'으로 변신했다.
시민들은 투표도 하고, 공연·전시를 즐길 수 있어 달라진 투표소 분위기를 반겼다. 이날 동구 신암5동 제1투표소에는 대학생 통기타 부대가 떴다. 경북대학교 통기타동아리 '청음반' 회원들이 투표하러 나온 주민들에게 기타 선율을 선사했다. 투표소 입구에는 결혼식장에서나 있을 법한 형형색색의 풍선이 달린 에어아치가 설치됐고, 아이들과 함께 나온 가족들을 위한 페이스페인팅 이벤트까지 펼쳐졌다.
자녀 두 명과 함께 나온 주부 이주영(37·동구 신암동)씨는 "어릴 때부터 투표하는 버릇을 익히게 하기 위해 아이들을 데리고 나왔다"며 "각종 이벤트를 통해 '투표장은 재미있는 곳'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것 같아 의미있었다"고 말했다.
수성구 수성2, 3가동 제1투표소에는 키다리피에로 퍼포먼스가 열렸다. 투표를 마친 시민들은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피에로 옆에 서서'폰카'를 찍어대며 즐거워했다. 오전 10시30분쯤 투표소를 찾은 박은희(41)씨는 "투표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다소 긴장했었는데 음악과 미술작품을 감상하다 보니 마음이 편해졌다"며 "다음번 선거에도 이런 행사가 많이 열렸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중구 성내1동 제2투표소에는 계명문화대 코디네이션 학과가 주관한 메이크업 분장 사진 30여점이 전시돼 시민들의 눈을 즐겁게 했다. 남구 봉덕1동 제1투표소에서는 선관위가 시민들에게 리본이 달린 장미꽃을 선물했고 투표 기념 촬영 이벤트도 마련됐다. 달성군 화원읍 제8투표소에는 투표시간 내내 클래식 음악 방송이 울려퍼져 시민들의 호응을 얻었다.
대구시선관위는 "공정한 선거를 강조하다 보니 자칫 투표소 분위기가 딱딱해 질 수 있다"며 "선거날 투표소에서 열리는 공연·전시 문화는 투표에 대한 유권자 인식을 개선하고 투표율을 올리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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