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논단] 밝음 경영, 문제점 아닌 장점을 보자

입력 2010-05-31 09:46:29

나에게 물어 보자. 나는 잘하는 것에 탐닉하여 빠져드는 타입인가 아니면 못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타입인가 ? 대체로 사람들은 심리적으로 부정적인 반응에 빠져드는 경향이 있다. 변화를 시작할 때도 그렇다. 사람들은 문제점에 집착한다. 그리고 그것을 고치려는 노력을 먼저 한다. 마치 망치를 든 사람이 못에 집착하듯 우리는 문제점을 발견하고 그것을 고치는 것으로 변화를 시작하려 한다. 여기서부터 변화는 꼬이기 시작한다.

삶의 도처에서 발견된 문제점들 중에서 내가 책임지고 고칠 수 있는 것은 나로 인해 연유된 문제점이다. 어떤 문제점을 고치려면, 나에서 비롯된 문제점으로부터 개선을 시작해야 한다. 그러나 바로 여기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나로부터 연유된 문제점들, 예를 들어 영어를 잘 못한다거나 의사결정을 잘못하고 우유부단하다거나, 시간에 맞게 과제를 제출하지 못하는 까닭들은 그 나름대로 '그렇게 된 이유'가 있는 것이다. 모두 다 고치기 만만찮다. 그럴 만한 이유를 거스르며 교정한다는 것은 많은 땀과 오랜 동안의 인내력을 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변화 자체가 힘들고 결국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따라서 변화를 문제점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다.

오히려 변화는 제대로 작동하는 것, 내가 가지고 있는 성과가 제법 높은 것들, 즉 내 삶의 '밝은 부분' 에 집중하여 강화하고 확산하는 것이 현명하다. 잘할 수 있고 하고 싶은 것을 더 잘하도록 강화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따라서 변화 자체가 기쁨 속에서 의욕적으로 추진될 수 있다. 내 삶 속에 수많은 약점이 있지만 나는 그것들을 변화 시키는 대신 나의 밝은 부분에 먼저 주목한다. 예를 들어 나는 글쓰기를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데 나는 여기에 집중한다. 최우선적 관심을 쏟는다. 이렇게 13년을 해 오다 보니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책을 내는 일이 내 삶의 가장 밝은 부분이 되었고 점점 더 넓어져 내 삶의 모든 영역 속으로 확대되어 들어오게 되었다. 밝은 영역이 커지면서, 내가 가진 문제점들은 자연스럽게 작아지거나 스스로 소멸되어 버리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종종 나는 내 문제점이었던 것들이 오히려 글을 쓰는데 도움을 주는 요소로 바뀌어 가는 것을 기쁘게 대면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수동적이고 내향적이고 소심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기질을 타고 났다. 사회생활을 하기에 적합한 기질이 아니다. 만일 내가 억지로 이런 타고난 기질을 바꾸려고 애를 썼다면 잘 되지 않았을 것이고 설사 성공했다 하더라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처럼 살아야 하는 이중성에 시달려야 했을 것이다. 그러나 밝은 부분에 집중하여 작가가 된 다음 나는 그동안 부정적으로 인식되던 이런 기질들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되었다. 낯선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비사회성은 조용히 혼자 책을 읽고 생각하기에 좋은 성격이고 먼저 행동에 옮기기보다는 여러 가지를 이리저리 먼저 생각해 보는 소심함은 책을 쓸 때, 인간의 내면을 지켜보기에 적합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밝음의 힘에 의하여 그동안 쓸모없었던 어둠과 불모의 영역이 오히려 훌륭한 마음의 밭으로 개간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변화는 그러므로 내가 가장 잘하는 부분에 먼저 주목하여 즐거운 마음으로 밝음을 강화하고 확산하는 것이다. 잘 하는 부분이 커지고 깊어지면, 그동안 방해가 되는 부정적 요소들도 재활용하고 고쳐 쓰게 될 가능성이 높다. 변화는 끊임없이 에너지를 써야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기질적 약점에서 비롯된 문제점에 천착해서는 이 소모적 전투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변화를 문제점과의 전투로 이해한다면 출발점부터 패배한 싸움이 된다. 왜냐하면 전투 자체가 대단한 에너지 소모전인데, 그렇지 않아도 삶의 일상적 일들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사람이 또다시 대규모 에너지를 문제점 해결에 투입한다면 조만간 그 에너지가 고갈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결국 문제점과의 전투를 중단하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변화의 시도는 실패로 기록되게 된다. 여러 번의 실패 경험은 변화를 두려운 것으로 인식하게 하고 이내 변화 자체를 포기하게 한다. 결국 변화에 무관심한 ' 그럭저럭의 인생'이 삶의 전반을 지배하게 되는 것이다.

변화란 그런 것이 아니다. 변화란 내 삶의 밝음을 확장하는 즐거운 놀이이며 이 즐거움으로부터 에너지를 받아 어둠을 쓸어내는 작업이다. 나는 이것을 '밝음의 변화경영' 이라 부른다. 내 일상의 삶 중에서 가장 밝은 부분에 주목하자. 그 부분을 사랑하자. 더 많은 시간을 그 부분에 쓸 수 있도록 먼저 계획하자. 그리하여 점점 밝음이 넓어져 가는 것에 기뻐하자.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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