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생에너지 전문기업 '하이드로젠파워' 이영호 대표

입력 2010-05-31 07:10:54

"풍력발전기 울산공장 설립, 김천 풍력단지 조성 주력"

폭설로 뒤덮인 도로를 택시로 밤새도록 달렸다. 위험하기도 했지만, 수년간의 고생 끝에 찾아온 기회를 이대로 놓칠 수는 없었던 것이다. 택시기사에게 웃돈을 주며 통사정해 다음날 아침으로 잡혀 있던 약속 시간에 가까스로 도착했고 결국 일을 성사시켰다. 신재생에너지 전문기업인 ㈜하이드로젠파워의 이영호(47) 대표가 미국 대기업으로부터 풍력발전기 핵심 장치인 기어박스의 원천기술을 국내 최초로 이전받기까지의 비화이다.

"미국 회사로부터 이틀 안에 도착하면 기술담당 이사와 면담할 수 있다는 연락을 받고 곧바로 미국행 비행기를 탔으나, 현지에서 폭설 때문에 본사로 가는 길이 막혀버렸어요. 이런 기회를 언제 다시 잡을 수 있을까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택시를 붙잡고 통사정해 밤새 달린 끝에 본사에 도착하게 됐고 이런 점이 기술이사의 마음을 움직이게 됐던 것 같아요."

하이드로젠파워는 2008년 기어박스 원천기술을 이전받은 것을 계기로 연말에는 코스닥 시장에도 등록했다. 자본금 5천만원으로 시작했던 회사가 2년 만에 코스닥에 등록했고, 회사 가치도 2천억원이나 될 정도로 급성장함으로써 업계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이 회사는 울산에 국내 최초로 풍력발전기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김천 풍력발전단지와 태안 종합에너지특구 조성 등에도 주력하고 있다.

특히 설계와 조달·시공·자금·인허가를 원스톱으로 처리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최소화,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게 됐다. "풍력발전단지의 사업타당성 조사를 하기 위해 다른 기업들은 1, 2년 걸려야 하는 것을 1주일 만에 끝낼 수 있는데 이에 관한 한 글로벌 시장에서 최고의 속도와 정확성을 가진 회사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잘나가는 회사라도 한두 번의 고비는 있다. 이 회사에서도 지난달부터 주가가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면서 한 달여 위기에 처했다. 회계처리를 국제기준으로 바꾼 결과 각종 투자비가 비용처리됨으로써 상당한 적자를 떠안은 회사로 평가받게 됐던 것.

이 대표는 투자자들을 찾아다니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특수성과 국제회계기준의 문제점 등을 지적하며 "오해로 빚어진 것"이라고 거듭 설득했다. "풍력발전단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은 개발과 상용화에 상당한 기간을 요하는데 이 같은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회사를 평가할 경우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르기 전까지는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투자자들에게는 더할 수 없이 죄송하지만 주가가 바닥을 치게 된 데 대해 억울하다는 생각도 없지 않습니다." 설득이 주효했기 때문인지 주가는 최근 반전하기 시작, 연 나흘 상한가를 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금년 안에 김천풍력단지 사업이 본격화되면 그동안 비용으로 계상됐던 게 수익으로 바뀌어 100억원 이상의 흑자를 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원래 사업가였던 게 아니고 교수 출신이다. 영남대 공대 교수였던 1996년 독일을 방문, 풍력발전단지를 시찰하면서 이 분야에 매료돼 전공까지 바꿔버렸고, 결국 교수직까지 그만둔 뒤 직접 사업에 뛰어들게 됐던 것. 본사는 대구에 있으나 신재생에너지사업의 특성 때문에 대부분의 근무를 서울에서 하고 있다.

이 대표는 대구경북의 경제가 되살아나기 위해 "지역혁신 클러스터를 활성화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공무원들이 보수적인 사고에서 탈피하는 것도 시급하다"고 지적한 뒤 태양광발전 사업을 하려다가 공무원들의 소극적인 태도로 무산돼버렸던 얘기들을 덧붙였다. 대구에서 태어나 봉덕초교, 대륜중, 성광고, 영남대를 졸업했다.

서봉대기자 jinyo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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