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에서 배우는 음식건강] 국수 만드는 여러 방법

입력 2010-05-27 14:17:49

지렛대나 절구공이로 눌러 뽑는 착면법은 우리나라 특유의 방법

'곡물가루 반죽을 늘여서 만드느냐, 밀어서 칼로 써느냐, 틀이나 구멍 뚫린 바가지에 눌러서 뽑느냐.'

국수를 만드는 여러 방법이다. 늘여서 만드는 방법은 중국 음식점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반죽을 늘여 한 가닥에서 두 가닥으로, 네 가닥에서 여덟 가닥으로 배수를 만들어나가는 방식. 마른 가루를 적절히 바르고 탄성과 점도가 일정하게 만들어 같은 굵기로 뽑아내는 기술에 면발의 맛이 달려 있다. 일본 역시 이와 비슷하지만 누에고치에서 실을 뽑듯 한 가닥으로 뽑는 것이 다르다.

밀어서 칼로 써는 방법은 반죽을 밀대로 밀어 얇게 만든 뒤 도마 위에 놓고 써는 방법이다. 우리나라 칼국수나 일본의 메밀국수를 들 수 있다. 늘이거나 밀어서 써는 방법은 중국에서 건너와 우리나라를 통해 일본으로 전해졌기 때문에 재료나 세부적인 방법에 다소 차이가 있을 뿐 원리는 비슷하다.

이에 비해 눌러서 뽑는 착면법(搾麵法)은 우리나라 특유의 방법이다. 촘촘하게 구멍을 뚫은 바가지에 반죽을 넣고 눌러서 구멍으로 빠져나오는 국수실을 끓는 물로 받아 굳힌다. 음식점에서는 국수틀을 이용했다. 이 역시 착면 방식으로 구멍이나 망이 있는 틀에 반죽을 넣고 지렛대나 절구공이로 눌러 뽑으면 실 모양의 국수가 그대로 끓고 있는 가마솥에 떨어지게 했다.

19세기 초인 순조 때 발간된 에 국수틀로 뽑는 방법에 대한 설명이 나온다.

'큰 나무통에 구멍을 뚫고 바닥에 작은 구멍을 무수하게 뚫는다. 이 국수틀을 큰 무쇠솥 위에 고정시키고 국수 반적을 놓아 지렛대를 누르면 가는 국수발이 물이 끓고 있는 솥으로 줄을 이어 흘러내린다.'

조선 후기 가정집에는 대부분 국수 뽑는 바가지가 있었으며 국수틀이 있는 집도 적잖았다고 하니 국수 애호 문화는 당시에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착면법의 발달은 국수 재료와 함께 놓고 생각하면 쉽게 이해된다. 지금은 밀가루로 뽑은 국수가 대부분이지만 조선시대에는 밀이 귀해 메밀을 국수 재료로 많이 썼다. 조선 초 기록을 보면 궁중에서도 메밀 소비가 많아 정기적인 진상 외에 추가로 경기'강원'충청도에 추가 할당할 정도였다.

끈기가 부족해 잘 끊어지는 메밀의 단점은 녹말가루로 보완했다. 등에 나오는 국수들은 대부분 메밀과 녹두녹말을 재료로 하고 있으며 뽑는 방법도 구멍 뚫은 바가지를 사용하는 착면법을 소개하고 있다.

요즘 흔히 먹는 밀가루 칼국수는 조선시대로 보면 상당히 귀한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남부지방 일부를 제외하면 밀국수를 해먹는 곳이 드물었을 뿐 아니라 칼국수는 만드는 데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일 년에 한두번씩 절기에 맞춰 해먹었다.

메밀국수는 17세기쯤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소바의 원형이 된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문헌에 '에도시대 초엽에 조선 중 원진이 일본 동대사에 와 있으면서 메밀가루에 밀가루를 섞어 칼국수 만드는 법을 가르쳤다'고 나온 것을 보면 이후 메밀국수가 일본에 널리 보급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 후기에 들어오면 국수의 재료는 더욱 다양해진다. 메밀국수와 밀국수 외에도 칡가루로 녹말을 내 만드는 칡국수, 마로 만드는 마국수, 밤가루로 만드는 밤국수, 백합 뿌리로 만드는 백합국수, 진달래 꽃가루를 녹두녹말에 섞어 만드는 꽃국수 등 온갖 재료가 사용됐다.

국수에 쓰는 국물을 쇠고기 국물이나 멸치 국물로 쓰는 방법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조선시대에는 장국이라 해서 그저 맑은 물에 간장만 풀고 국수를 말아 먹었는데, 약수물을 떠다 써 육수 국물보다 오히려 맛있었다고 한다. 육수는 주로 꿩고기 국물을 썼으니, 지금도 북부 지역에서 냉면에 꿩고기를 쓰는 것은 전통에 따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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