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계 선생은 단양군수직을 그만두고 단양을 떠나기 전날 밤 관기 두향과 밤을 새워 애틋한 사랑을 나눈다. 다음 날 아침 떠나려는 퇴계를 붙들고 두향은 속치마를 벗어 내민다. 이제 떠나면 영영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예감하고 두향은 글이라도 한줄 써주고 가기를 청한다.
'死別已呑聲 生別常惻惻'(죽어 이별은 소리조차 나오지 않고 살아 이별은 슬프기 그지 없더라)
진정으로 헤어짐을 아쉬워 하면서도 미련을 두지 않으려는 퇴계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때 두향은 18세, 퇴계는 48세였다.
20여년 세월이 흘렀지만 퇴계를 향한 두향의 마음을 줄어들지 않는다. 두향은 궁금하고 애끓는 마음을 전하기 위해 퇴계가 떠나고 오두막에서 키운 붉은 매화나무를 분에 담아 퇴계가 은거하고 있던 도산서원에 보낸다. 더불어 20년 전 전별시 두줄을 써 준 치마를 다시 싸서 보냈다.
두향의 속치마를 받은 퇴계는 20년 전에 써준 5언절구 뒤에 다음과 같은 7행시를 남긴다.
'相看一笑天應許 有待不來春欲去'(서로 보고 한번 웃은 것은 하늘이 허락한 것이었네 기다려도 오지 않으니 봄날은 다 가려고 하는구나)
퇴계 이황과 두향의 애틋한 사랑을 소재로 한 실경 국악스토리텔링 뮤지컬 '450년 사랑'이 이달 21일 소백산 철쭉제 전야행사로 단양읍내 소금정 공원 상휘루에서 공연됐다.
'450년 사랑'은 고택의 실경을 무대로 활용해 퇴계 이황 선생과 단양 관기 두향의 인격적인 사랑을 현대적으로 재해석, 현대인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든 퓨전국악뮤지컬이다.
지난해 수애당과 안동군자마을에서 6회 공연을 성공적으로 마친 데 이어 안동의 날 특별공연, 단양군과 서울 운현궁 초청공연 등을 하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단양 초청 공연이 단양군민과 단양을 찾은 관광객들로부터 큰 호응을 이끌어 냈을 뿐 아니라 안동시와 단양군의 문화 교류를 활성화한 것을 계기로 이뤄졌다. 이날 단양공연에는 많은 관광객들이 몰려 450년 전 애틋하고 순수한 사랑에 대한 감동을 가슴에 담았다.
고택실경 뮤지컬 '450년 사랑'은 고택이 밀집된 안동문화권 문화경쟁력의 가능성을 보여준 성공사례로 평가되고 있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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