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화' 이젠 당당한 패션 주력 상품으로

입력 2010-05-25 09:25:33

구색용 보조 아이템 탈피

LG패션이 지난해 론칭한 액세서리 브랜드
LG패션이 지난해 론칭한 액세서리 브랜드 '헤지스 ACC' 매장.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의류 브랜드인
의류 브랜드인 '시슬리'는 2008년 가을에 선보인 'S백'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10만원대의 저렴한 가격에 브랜드 가방을 장만할 수 있다는 점이 소비자들에게 매력으로 작용했다. 김태형기자 thkim@msnet.co.kr

패션업계가 '잡화'에 주목하고 있다. 예전에는 의상을 돋보이게 하는 보조 아이템에 불과한 개념이지만 이제는 패션을 완성하는 '필수품'으로 소비자들의 인식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업계에서 브랜드 토털화 전략의 하나로 액세서리 부문을 강화하고 있고, 유통업계에서도 매출을 늘릴 수 있는 핵심 제품군으로 잡화 제품의 취급을 강화하고 있다.

◆잡화 시장 강세

가방, 핸드백, 지갑 등 잡화가 패션업계의 새로운 효자종목으로 떠오르고 있다. 잡화 시장 자체가 급성장하고 있는데다, 잡화 제품은 의류 제품과 연관 구매 효과가 커 매출을 주도하고 있는 것. 올 들어 4월 말까지 대구백화점의 잡화 매출 신장률은 전체 매출 신장률 15%보다 훨씬 높은 27%를 기록했으며, 해외명품 잡화의 경우 34%의 가파른 매출 신장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들은 핸드백을 비롯한 액세서리를 신분 상징의 중요 아이템으로 여기는 경향 때문에 구매욕구가 매우 크다. 남성 소비자 역시 패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기존의 평범한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 있는 다양한 잡화나 액세서리를 많이 찾고 있다.

잡화'액세서리를 찾는 소비자들이 크게 늘면서 잡화 전문 브랜드의 매출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대구백화점 '루이까또즈'는 올 들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 증가한 매출을 올려 최근 잡화의 높아진 인기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남성 소비자들의 구매 빈도가 높아져 남성제품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 늘어났다.

잡화시장이 확대되는 이유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이 변화하면서 일명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기 때문. 이에 따라 패션업계에서는 토털 패션화 전략을 통해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한 브랜드에서 코디할 수 있도록 다양한 잡화 제품들까지 선보이고 있다.

◆옷만 파는 의류업체? 이젠 토털 패션업체

최근 잡화'액세서리 관련 아이템과 매출이 큰 폭으로 늘어나면서 패션업체들이 잡화 부문 사업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의류업체의 잡화 시장 진출이 러시를 이루고 있는 것. LG패션은 지난해 론칭한 액세서리 브랜드 '헤지스 ACC' 단독 매장을 더 늘려 25개를 오픈할 예정이다. '톰보이'에서도 잡화브랜드 '톰보이 위즈'의 신규 매장을 6개 더 늘릴 계획이다.

여성복 브랜드의 잡화 시장 진출 붐에 촉매제 역할을 한 것은 '시슬리'다. 의류 브랜드인 '시슬리'는 지난 2008년 가을 선보인 'S백'으로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가격은 10만원대로 저렴하면서 디자인은 명품백과 유사해 소비자들로부터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것. 한 의류업계 관계자는 "S백은 명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짝퉁도 아니면서 유명 의류 브랜드에서 만든 백이라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수요를 적중시켰다"고 풀이했다.

S백은 어깨에 두르는 '쇼퍼백'으로 고야드의 생루이백, 루이비통의 네버풀 등과 유사한 형태다. 명품 브랜드 제품의 경우 가격이 100만원에 육박하는 데 비해 S백은 저렴하면서도 명품과 유사해 소비자들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은 것이다.

이런 시슬리 'S백'의 성공을 지켜본 다른 의류 브랜드들도 최근 잡화 비중을 늘리는 등 핸드백 제품으로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타임, 마인, 시스템 등으로 유명한 '한섬'은 가방만 판매하는 온라인 쇼핑몰인 '베스트브랜드백'을 열고 랑방, 지방시 등 수입 명품 브랜드의 가방과 자사 의류 브랜드의 가방 제품 판매에 나섰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에서는 패션그룹형지의 크로커다일 액서서리, 베네통코리아의 S컨셉숍 등 최근에 편집매장과 특화숍 형태의 매장을 선보였다. 여러 층에서 분산 판매되던 브랜드 상품을 한 곳으로 모아 쇼핑의 편의성을 높인 매장이나 의류매장에서 핸드백, 구두, 스카프 등 잡화상품 코디가 가능하도록 매장에 진열했다.

◆불황에 강한 잡화

패션업계가 잡화 부문에 뛰어드는 이유는 신수요 창출이라는 이유가 크다. 좁은 국내 시장에서 매출 한계에 부딪히고 있는 의류 브랜드들이 잡화 브랜드 론칭을 통해 새로운 수요처를 만들어내기 위한 이유다. 대백프라자점 패션잡화팀 이재철 팀장은 "업체 측의 매출 창출이라는 목적과 토털 코디네이션을 완성하려는 고객들의 요구가 절묘하게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고 부담이 적고, 특별한 시즌이 없는 상품이기 때문에 전천후로 판매가 가능한 장점이 있어 의류업체로서는 탐낼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롯데백화점 대구점과 상인점은 대표적인 잡화상품인 핸드백, 구두의 매출이 전년에 비교해서 35% 증가했는데, 이는 간절기나 날씨 영향에 따른 의류매출이 감소한 것과 큰 차이를 보인다. 또 핸드백, 구두 등 잡화는 브랜드 로고를 고객들의 머릿속에 각인시킴으로써 브랜드 파워를 강화하는 강점도 있다.

하지만 잡화 전문 브랜드의 입장에서는 패션업계의 잡화시장 진출이 반갑지만은 않은 일이다. 시장규모가 확대되는 장점은 있지만 자칫 상품력과 전문성이 떨어지는 '구색용' 브랜드들이 등장해 오히려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

롯데백화점 대구점 김영범 여성팀장은 "패션업계가 성공적으로 잡화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브랜드 아이덴티티(정체성)를 바탕으로 한 상품개발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