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STAR형 휴가 떠나볼까

입력 2010-05-20 14:03:53

판박이 휴가 NO…나만의 방식으로 '알차게'

휴가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있다. 여름 휴가를 7, 8월 대신 6월이나 9월에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휴가를 즐기는 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북적이는 피서지에서 천편일률적으로 보내는 대신 자신만의 방식으로 휴가를 즐기려는 'STAR형 휴가'가 확산되고 있다.

S(Self-development'자기계발), T(Transformation'변신), A(Alone'나홀로 여행), R(Rest at Home'방콕)의 영어 첫자를 딴 'STAR'는 주5일 근무제 정착 이후 달라진 휴가문화를 대변하는 신조어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변화하는 여가 트렌드'라는 보고서를 통해 대체공휴일 제도와 주5일제 수업이 도입되면 STAR형 휴가가 일반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기계발형

업무에 필요한 자격증을 따거나 개인적 관심사를 공부하는데 휴가를 적절히 활용하는 것을 말한다. 대학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는 박정은(37'여)씨는 지난해 휴가를 이용해 보건대학원 석사 논문을 완성했다. 일주일간의 여름휴가를 활용해 논문에 필요한 자료를 모은 뒤 연차휴가를 내 논문을 썼다. 그녀는 "지난 2월 석사 학위를 받을 때 휴가까지 반납하면서 공부한 보람을 느꼈다"고 했다.

은행에 다니는 이수진(28'여)씨는 재무설계사(AFPK) 자격증 공부를 하고 있다. 1년에 4번 실시되는 시험을 앞두고는 휴가를 내 집중적으로 공부했다. 지난 3월 14일 치러진 시험에서 8과목 중 5과목을 합격한 그녀는 6월 20일 또는 9월 5일 실시되는 시험에서 나머지 3과목 합격을 노리고 있다.

자기계발형 휴가의 확산은 '샐러던트'의 증가와 맥을 같이한다. 샐러던트(saladent)는 '봉급생활자'를 뜻하는 '샐러리맨'(salaryman)과 '학생'을 뜻하는 '스튜던트'(student)가 합쳐진 신조어로 '공부하는 직장인'을 의미한다. 직장 내 생존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면서 공부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는 현상을 대변하는 단어다. 최근 이지서베이가 직장인 56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1.7%가 외국어 및 자격증 공부나 대학원 생활을 병행하고 있다고 답했다. 현재 샐러던트가 아닌 경우에도 62%가 '조만간 샐러던트가 될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이 같은 현상을 반영하듯 한국토익(TOEIC)위원회에 따르면 토익 응시자 중 학생이 아닌 일반인의 비율이 2007년 42.3%에서 지난해 46%로 증가했다. 인터넷 강의를 통해 수업을 듣고 학위를 딸 수 있는 사이버대학도 인기다. 사이버대학이 처음 도입된 2001년 6천400명이었던 재학생이 2007년 6만7천636명, 2008년 7만4천806명으로 급증했다. 또 한국교육개발원에 따르면 국내에 MBA(경영전문대학원) 과정을 개설한 대학의 수는 2005년 2곳에서 지난해 10곳으로 크게 늘었다. MBA과정을 수강하는 학생 수도 2005년 357명에서 지난해 3천587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르노삼성처럼 임직원들이 휴가 기간 단기 어학연수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독려하는 회사도 있다.

◆변신형

몸짱·얼짱 열풍으로 휴가기간 깜짝 외모변신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펴낸 '여가백서'에 따르면 여가활동 가운데 미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6년 24.6%에서 2008년 44.1%까지 증가했다. 대한민국축제대상이 실시한 '2009 하계휴가계획' 조사에서는 휴가 동안 하고 싶은 활동으로 '다이어트 및 성형'을 선택한 사람이 20.5%였다.

대구 중구에 있는 ㅇ성형외과의 경우 여름철 성형수술을 받는 여성들 가운데 50% 정도가 직장인일 정도로 변신형 휴가가 성행하고 있다. 대구 중구 ㄱ성형외과에 따르면 휴가를 이용해 성형수술을 하는 직장인은 대부분 외모에 관심이 많은 20, 30대 미혼 여성들이다. 이들은 여름휴가를 한달여 앞둔 시점에 병원을 방문하거나 전화를 걸어 수술 날짜를 잡는다고 한다. 대부분의 여름 휴가가 7월 말~8월 초에 집중돼 있다 보니 6월 말 수술 예약 문의가 가장 많이 들어온다는 것.

성형수술 중에는 쌍꺼풀 수술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수술 후 회복하는데 걸리는 시간이 비교적 짧기 때문. 비절개 또는 부분절개법으로 쌍꺼풀 수술을 할 경우 3, 4일이면 실밥을 제거할 수 있다. 콧대를 높이는 성형은 회복기간이 최소 7일에서 10일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많지 않다. 김덕영 김&송성형외과 원장은 "직장인들의 휴가기간이 짧게는 3일, 길어야 1주일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시술법이 복잡하거나 회복기간이 긴 수술은 현실적으로 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나홀로 여행형

한국관광공사의 '2008년 국민해외여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혼자 여행을 떠나는 비중은 2005년 13.6%에서 2007년 19.4%, 2008년 26.6%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반면 친구'동료와 함께하는 여행 비중은 2005년 55.1%에서 2007년 48.7%, 2008년 41.2%로 감소 추세다.

병원에 근무하는 황병수(48)씨는 1년에 평균 5~7번 해외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여행을 좋아한다. 올해는 벌써 4번 다녀왔다. 10여년 동안 20여개국을 다닌 그의 여행 기록을 따라가 보면 남들과 확연히 구분되는 여행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그는 남들이 모두 휴가를 떠나는 7, 8월에는 여행을 가지 않는다. 대신 여름휴가를 나누어 연중 조금씩 사용한다. 주말 또는 공휴일을 끼고 하루, 이틀 정도 휴가를 내서 4, 5일 정도의 일정을 확보해 여행을 떠난다.

또 여행사 패키지상품 대신 자신이 계획을 짜서 떠나는 나홀로 여행을 고집한다. 황씨는 2001년 패키지상품으로 미국 여행을 다녀온 뒤부터 나홀로 여행을 다니기 시작했다. 짜여진 일정에 따라 단체로 움직이는 패키지상품을 통해서는 여행의 진정한 묘미를 맛볼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인터넷과 여행서적을 통해 얻은 정보와 현지에서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체득한 지식은 고스란히 나의 것이 됐다. 여행사에서 다 챙겨주는 패키지 여행을 다녔으면 아마 남는 것이 별로 없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황씨는 주변 사람들에게 여행박사로 통한다. 자연히 그의 여행에 동승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최근에는 혼자 가는 여행 빈도가 많이 줄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나홀로 여행을 선호한다. 황씨는 "자신의 템포에 맞춰 여행을 즐길 수 있고 자신이 가고 싶은 곳에 갈 수 있는 것이 혼자 떠나는 여행의 재미다. 말이 통하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은 잊어라. 사람 사는 세상은 다 비슷하기 때문에 부딪치다 보면 길이 보인다"고 강조했다.

직장인 이준호(38)씨는 올여름 휴가 기간 혼자 지리산 종주를 떠날 계획이다. 2007년 여름휴가를 이용해 혼자 지리산을 종주한 지 3년 만에 다시 가기로 결정한 것. 이씨는 대학 다닐 때부터 나홀로 여행을 즐겼다. 지금은 사라진 비둘기호를 타고 전국일주 기차여행을 하거나 캐나다~미국~유럽으로 4개월간 배낭여행을 떠날 정도였다. 그는 "남이 아니라 자신과 함께하는 여행은 스스로 성찰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결혼해서도 가끔 혼자 있고 싶을 때가 있다. 1년에 한번 자신만을 위해 여행을 떠나는 것은 건전한 가정생활에도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방콕형

집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재충전하는 휴가를 말한다. 경기침체 여파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스테이케이션'(staycation)이 대세를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스테이케이션은 '머무르다'는 뜻의 'stay'와 '휴가'를 의미하는 'vacation'의 합성어로 집에서 휴가를 즐기는 경향을 지칭하는 신조어다. 장거리 여행을 떠나기보다 집에 머물면서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거나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즐기고 전시장 등 도심 속 문화공간을 찾아 여가를 보내는 것이 특징이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김성훈(42·대구시 남구 이천동)씨는 올여름 휴가도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을 생각이다. 지난해 집에서 보낸 휴가가 생각 이상으로 좋았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일주일 여름 휴가를 받아 먼저 시골 부모님 집을 방문했다. 아이들과 냇가에서 물놀이를 하고 농사일도 거들면서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 집으로 돌아와서는 근처에 있는 테마파크와 박물관 등을 찾아다니며 모처럼 아버지와 가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그는 "여름 휴가 때는 어디든 떠나야 한다는 생각이 강박관념처럼 박혀 있었다. 스테이케이션을 해 보니 교통정체에 시달리거나 북적이는 사람들 속에서 고생하는 불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비용 절감뿐 아니라 잠자리도 편해 휴가 다녀와서 오히려 더 피곤한 휴가 후유증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사진·안상호 편집위원 shah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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