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는 한방이야기] 애기똥풀이 주는 사랑

입력 2010-05-20 14:06:58

진통'해독'항암'살균작용 있는 반면 독 성분도 있어 주의해야

봄여름 들판이나 야산에 가면 갖가지 모양의 들꽃들을 만날 수 있다. 형형색색이 귀엽고 예뻐 카메라에 담고 화분에 키우기도 하지만 혼자로는 어쩐지 외롭다. 황량한 들판에 아무렇게나 피어 비바람에 흔들리는 게 들꽃의 진정한 매력이기 때문이리라. 그런 자생성은 오래전부터 사람은 물론 짐승들에게도 발견돼 약으로 쓰여 왔다.

시골 마을 근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애기똥풀 역시 그런 들풀 가운데 하나다. 그리스 신화에서 새끼 제비가 눈이 아파 힘겨워할 때 어미 제비가 몰래 발라줬다는 애기똥풀은 '어머니가 몰래 주는 사랑'을 상징한다. 어린이와 함께 보면 너무 감동적인 인형극 '애기똥풀'은 한걸음 더 나아가 불이 난 집에서 아들을 구하려다 절름발이가 된 엄마의 말없는 사랑을 보여준다.

습기가 있고 양지바른 길가나 잡초 틈에서 자라는 애기똥풀은 줄기를 잘라 보면 노란색의 즙이 흘러나오는데, 갓난애기의 똥과 비슷하다고 해서 지어진 이름이다. 노란색 즙에는 독성을 가진 알칼로이드(alkaloid) 성분이 들어 있어 식용할 수 없다.

녹색의 줄기와 노란 꽃이 참 예쁜 애기똥풀(Chelidonium majus L.)은 가을에 줄기와 잎을 채취해 그늘에 말린 것을 한약재로 쓰는데, 백굴채(白屈菜)라고 한다. 전국 산야에서 자생하며 5~8월에 노란색 꽃이 피고 열매는 7~9월에 익는다.

한의학적으로 백굴채는 맛이 쓰고 성질은 약간 차며 독이 있다. 진경(鎭痙)'진통(鎭痛) 작용이 있어 위염, 복통, 장염, 이질, 요통과 관절통 등에 사용하며 진해(鎭咳) 작용이 있어 만성기관지염이나 백일해 등에 응용하기도 한다. 이뇨(利尿) 작용이 있어 황달이나 복수 증상에 응용하기도 한다. 또한 해독(解毒) 작용이 있어 옴, 종기나 뱀에 물렸을 때 사용할 수 있다.

백굴채의 주성분은 알칼로이드, 비타민A와 C, 유기산, 플라보노이드 등이다. 알칼로이드에는 켈리도닌(chelidonine), 프로토핀(protopine), 산구이나린(sanguinarine), 호모케리도닌(homochelidonine) 등이 함유돼 있다.

이 가운데 켈리도닌은 평활근(가로무늬가 없는 근육)에 대한 진경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으며 암세포를 억제하는 작용이 있다고 보고됐다. 또한 중추신경계통을 진정시키고 다량 투여시 마비 작용을 하며 폐렴균, 간균, 결핵균, 황색포도구균 등에 대한 억제 작용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모르핀과 비슷한 진통작용이 있어 독일에서는 백굴채 뿌리의 추출물에서 켈리도닌을 분리, 진통제로 개발했는데 양귀비의 알칼로이드인 파파베린(papaverine)의 50% 이상에 해당되는 진통효과를 지닌 것으로 보고됐다. 프로토핀은 항암작용이 있으며, 산구이나린은 강한 살균작용이 있어 진균류에 의한 질염이나 백선균에 의한 무좀, 피부백선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굴채는 한약재로 우수한 효과를 발휘하지만 지나친 양을 장기 복용하면 독 성분으로 인해 경련, 장점막 염증이나 출혈, 혈뇨, 동공 수축, 혼수상태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므로 의사의 처방에 따라야 한다.

들판에서 흔히 보이는 애기똥풀이 앞으로 연구를 통해 진통제, 항암제, 피부질환 치료제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여지가 크다는 건 화려함과 허례를 중시하는 인간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도움말:한상원 대구시한의사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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