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의 뚜렷한 대비, 판각 과정의 숨결 고스란히
30여명이 사망한 태국 유혈사태가 좀처럼 진정국면을 보이지 않고 있다. 과거 아시아 국가는 상당수가 왕이 통치한 나라였기에 유럽에 비해 민주주의의 역사가 짧은 편이다. 그 중에서도 태국은 아직까지 군부의 쿠데타와 시민들의 시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과거 우리나라도 군부독재를 극복하고 민주적 정부를 세우기 위해 오랫동안 투쟁의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특히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는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 민주화운동사에 중요하고도 슬픈 역사로 기록되고 있다. 5'18 민주화운동은 우리에게 정치적 민주화를 가져다주었지만 경제'사회적 민주화에서는 '양극화'라는 미완의 과제를 남겨 놓았다. 이러한 민주화 과정에서 생겨나는 사회적 문제는 동'서양 구분 없이 생겨나는 공통된 문제인 것 같다.
19세기 후반에야 겨우 통일을 이뤄낸 독일은 근대화를 이룬 주변 국가들을 따라잡기 위해 급속한 자본주의화를 추진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극도의 사회혼란으로 나타났고, 독일 표현주의 화가들은 현대문명의 모순에 급속히 허물어져가는 일그러진 독일사회와 인간상을 예리하게 포착하여 화폭에 담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모순된 현실을 직시한 화가들은 가난하고 추한 인간들의 모습들을 가차 없이 표현했다. 구체적으로 말해 가난과 고통, 폭력, 걱정 등을 몸과 마음으로 느끼며 자신들이 본 것을 미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당시 표현주의 화가들은 미술에서 조화나 아름다움만을 고집하는 것은 정직한 태도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중 가난한 노동자들과 함께 생활하며 비극적'사회주의적 테마의 연작들을 발표한 여류 판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는 20세기 독일의 대표적 표현주의 화가로 잘 알려져 있다. 작품 활동 초기에 그녀는 유화를 그렸지만 표현주의 화풍의 대표적인 화가 클링거와 뭉크 등의 영향을 받으면서 에칭과 석판화, 목판화 등을 제작하기 시작했다.
게르하르트 하우프트만의 이라는 연극을 보고 당시 독일의 비참한 노동현실을 인식하게 되었고 이후 그녀는 가난한 노동자들의 참상을 표현한 《직공들의 반란》(1895∼1898)이라는 시리즈 작품을 제작하게 되었다.
1980년대 우리나라 민중미술에 큰 영향을 끼친 참여미술의 전각자인 콜비츠의 작품세계는 흑백의 뚜렷한 대비와 판각 과정의 숨결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 거칠면서도 생생한 윤곽선을 통해 작가의 고통과 정서를 직설적으로 느끼게 하는 무게감을 전해주고 있다.
김태곤(대백프라자갤러리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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