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을 풀어드립니다] 매니페스토

입력 2010-05-20 11:24:09

선거와 관련, 구체적인 예산과 추진 일정을 갖춘 선거 공약

6'2 지방선거를 10일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매니페스토'란 단어가 많이 들린다. 매니페스토가 뭔가 좋은 의미를 담고 있는 것 같은데 명확하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유권자들이 적잖다. 매니페스토의 의미는 도대체 무엇일까.

우선 매니페스토의 어원부터 살펴보자. '매니페스토'(Manifesto)의 어원은 라틴어의 '마니페스투스'(manifestus)이다. 당시에는 '증거'나 '증거물'이란 의미로 쓰였다. 그러다 이 단어가 이탈리아어로 들어가 '마니페스또'(manifesto)가 됐는데, 그때는 '과거 행적을 설명하고, 미래 행동의 동기를 밝히는 공적인 선언'이라는 의미로 사용됐다. 같은 의미로 1644년 영어권 국가에 소개됐다.

오늘날의 매니페스토는 주로 선거에서 많이 사용되는데, 뜻은 구체적인 예산과 추진 일정을 갖춘 선거 공약을 말한다. 다시 말해 선거와 관련해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공약, 곧 목표와 이행 가능성, 예산 확보의 근거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공약을 말한다. 지금의 개념은 1834년 영국 보수당 당수인 로버트 필이 유권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한 공약은 결국 실패하기 마련이라며 구체화한 공약의 필요성을 강조한 데 기원을 둔다. 1997년 영국 노동당의 토니 블레어가 집권에 성공한 것은 매니페스토 10대 정책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데 힘입은 바 크다. 일본에서도 2003년 가나가와현(神奈川縣)의 지사 선거에서 마쓰자와 시게후미(松澤成文) 후보가 매니페스토 37가지를 공표해 당선되면서 주목받았다.

한국에서는 2000년에 전개됐던 낙천'낙선운동의 연장선상에서 2006년 5월 31일의 지방선거를 계기로 후보자들이 내세운 공약이 구체성을 띠고 있으며 실현 가능한지, 이른바 '갖춘 공약'인지의 여부를 평가하자는 매니페스토 운동이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전개됐다. 궁극적으로 매니페스토는 표를 얻기 뒤해 혜택은 늘리고 부담은 줄이겠다는 근거 없는 거짓말, 무엇이든 다 해주겠다는 백화점식 나열공약, 따뜻한 곳만을 찾아 날아가는 철새 정치인, 무분별한 계파 줄서기, 국민보다는 정략과 개개인의 이해가 앞서는 술수정치 등 지금까지 나타난 한국 정치의 문제점을 극복해가자는 운동이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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